KBO리그 타자 Tool별 TOP5 (5월)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타격 정확도가 유독 뛰어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히터,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타자 등.
이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매월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Tool은 컨택, 선구안, 파워,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5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컨택 TOP5
*컨택% : 배트를 휘둘렀을 때 공을 맞춘 확률.
5월 컨택 부문에 다소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kt 위즈의 오정복. 그는
5월 24경기에 출장해 타율 0.432를 기록하며 월간 타격 1위를 차지했다. 5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4할 타율을 넘긴 타자는 그가 유일하다.
5월 맹타로 시즌 타율도 크게 올랐다. 그의 시즌 타율은 0.395로 4할에
육박한다. 4월 대부분의 경기에 교체로 나서며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규정타석을 채운다면 바로 타격 1위에 등극할 수 있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대반전’이다.
‘대반전’의 비결은 달라진
적극성에 있다. 지난 2년간 14.4%, 18.6%에 불과했던 초구 스윙 비율은 올해 27.4%로
크게 늘었다. 이전의 그가 때려내기보다는 기다려 출루하는 타자였다면,
올해는 기다리지 않고 초구부터 과감히 배트를 내민다.
배팅 찬스에서의 스윙도 보다 과감해졌다. 지난 2년간 배팅 찬스(볼카운트 0-2/1-3/0-3)에서의
스윙 확률이 각각 4.6%, 7.5%에 그쳤지만, 올해는
10.7%로 높아졌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기다림보다는 스윙을
선택한 것이다.
결과는 즉각 나타났다. 적극적인 스윙으로 타구의 질이 좋아졌고, 지난 2년간 0.301에
불과했던 BABIP는 0.473으로 대폭 상승했다. 타구에 힘이 실리면서 외야로 향하는 타구 비율 역시 62.4%로
크게 늘어났다. 단기간의 운도 분명 작용했겠지만, 그의 타구
질이 상당히 향상된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기다림보다는 스윙을 선택하면서 볼넷은 크게 줄고
삼진은 크게 늘었다. 시즌 3볼넷/21삼진으로 볼넷/삼진 비율은 고작 0.143에 불과하다. 선구안을 버리고 컨택 능력을 얻은 셈. 지금은 타격감이 좋아 문제가 없지만, 슬럼프가 올 경우 크게 무너질
위험이 있다. 화려한 2017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정복이
다가올 여름을 어떻게 버텨낼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안타! 팻딘의 초구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내는 오정복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bo/299237/301571)
선구안 TOP5
*IsoD : Isolated Discipline(순수출루율). 출루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
최형우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한 힘과
정교한 컨택 능력을 꼽을 것이다. 물론 이는 맞는 말이다. 그의
통산 타율은 0.315로 역대 6위이며, 장타율은 0.559로 역대 3위에
해당한다. KBO 역사상 최고 수준의 방망이 실력이다.
하지만 이제 그의 무기는 방망이 하나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시즌부터
기존의 방망이 실력에 수준급의 ‘눈’까지 장착했다. 지난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1.00 이상의 볼넷/삼진 비율(83볼넷/83삼진)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35볼넷/23삼진으로 삼진보다 훨씬 많은 볼넷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향상된 선구안은 5월에 진가를 발휘했다. 5월에만 무려 23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이 부문 압도적인 1위. 월간 출루율은 0.466으로
2위다. 볼넷은 2위
로맥보다 6개나 많고, 출루율은 타율이 1할 가량 차이나는 오정복과 단 2리 차이다.
기존의 방망이 실력에 선구안까지 장착하면서, 그는 점점 완벽에 가까운
타자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8.93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로 리그 1위를 기록한 그는 올 시즌에도 WAR 3.50으로 이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역대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김태균과 이대호가 모두
리그에서 뛰고 있음에도 이들을 능가하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가 100억원을 받고 KIA로
이적했을 때 쏟아졌던 오버페이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너무 과한 투자다’라는 비판어린 시선은 ‘최형우라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시선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올 시즌 KIA의 우승 여부가 궁금하다면, 남은 기간 최형우의 ‘눈’을 주목해보자.
극에 달한 타격감, '100억의 가치' 입증하는 최형우의 맹활약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bo/299246/302560)
파워 TOP5
*IsoP : Isolated Power(순수장타율).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
역대 최강의 홈런 군단으로 거듭난 SK 와이번스에 괴력의 지원군이
합류했다. 그의 이름은 제이미 로맥. 올 시즌 AAA에서 25경기를 뛰며 타율 0.347에
11홈런을 때려낸 ‘입증된 거포’다. 놀라운 활약 덕에 올 시즌 ‘AAA
PCL(퍼시픽코스트리그) 4월의 선수’로 뽑히기도
했다.
원체 파워가 강한 선수인만큼, 그가 SK의 팀 컬러에 적응하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데뷔 3경기만에 헥터 노에시에게 스리런포를 뽑아냈고, 이후에도 꾸준히 홈런
공장을 가동했다. 25일 롯데전과 28일 LG전에서는 멀티 홈런까지 쏘아올리며 ‘거포 군단’에 큰 힘을 보탰다.
5월 그의 성적은 18경기
타율 0.242에 7홈런 14타점. 안타는 15개밖에 되지 않지만 이 중 홈런이 7개로 절반에 가깝다. 그야말로 ‘걸리면
넘어가는’ 셈. 아직 데뷔 초반이지만, 벌써부터 그는 투수들의 공포로 자리잡고 있다.
SK의 다른 거포들도 활약을 이어갔다. 한동민이 5월 25경기에서
6홈런을, 김동엽은 21경기에서
5홈런을 터트렸다. 한동안 홈런이 없던 최정도 27일 LG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포로 상승세를 탔고, 나주환, 정진기, 이홍구도 5월 3홈런으로
한 몫을 거들었다.
이러한 타자들의 맹타 덕에 SK는 51경기에서
85홈런을 터트리며 240홈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3시즌 삼성 라이온즈(213홈런)를 넘어서는 역대 단일시즌 팀 홈런 1위 기록. 더운 여름이 걱정된다면, 문학구장에서 시원한 홈런포들을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팀 컬러 완벽 적응' 데뷔 첫 홈런 신고하는 제이미 로맥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bo/299246/302407)
스피드 TOP5
시즌 초, 김헌곤은 화끈한 방망이로 팀에 공헌했다. 3~4월 성적은 타율 0.341에 3홈런 18타점. 해당 기간
팀 내 안타 1위, 타점 1위
역시 그의 몫이었다. 팀은 부진했지만, 그는 꾸준한 활약으로
‘삼성의 희망’이라 불렸다.
2016시즌 퓨처스리그 타격왕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5월이 되자 거짓말처럼 타격감이 식어버렸다. 안타를 때리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고, 5월 타율은 0.236으로 추락했다. 홈런과 타점도 각각 1개와 7개로 수직 하락했다. 그의
방망이는 더 이상 팀의 승리에 일조하지 못했다.
이에 그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방망이가 맞지 않으면 발로 뛰면 된다. 3~4월 도루를 한 차례도 시도하지 않았던 그는 5월에만 무려 7차례 도루를 시도했고, 이를 모두 성공시켰다. 5월 출루율이 3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낸 기록이라 더욱
의미있는 성과였다.
그가 계속해서 달리며 어떻게든 팀에 득점권 찬스를 안기자, 팀의 승률도
쑥쑥 올라갔다. 그는 5월에만 14득점으로 리드오프 박해민(12득점)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했으며, 삼성은 그가 도루를 성공한 7경기에서
4승 3패를 기록했다.
이제는 4월의 방망이와 5월의
발을 함께 보여줄 차례다. 그가 이 조합을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그의 성적은 물론 삼성의 순위도 덩달아
올라갈 터. 삼성 팬들은 이제 구자욱뿐만 아니라 김헌곤의 이름도 반드시 기억해둬야할 듯하다.
깔끔하게 도루 성공시키는 김헌곤, 끊어진 벨트는 보너스
(http://live.sports.media.daum.net/video/kbo/304965/306798)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