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타자 Tool별 TOP5 (5월)
'퍼펙트 히터' 최형우, 100억이 아깝지 않다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타격 정확도가 유독 뛰어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히터,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타자 등.
이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매월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Tool은 선구안, 컨택, 파워,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5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관련 기사 : 4월 Tool별 TOP5 - 타격은 이대호, 출루는 김태균, 홈런은 최정 )
선구안 TOP5
최형우의 장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대부분 장타력과 정교한 컨택 능력을 꼽을 것이다. 정답이다. 그의 통산 타율은 0.315로 역대 6위이며 장타율은 0.559로 역대 3위에 해당한다. KBO리그 사상 손에 꼽힐만한 방망이 실력이다.
하지만 최형우의 무기는 방망이 뿐이 아니다. 지난해 이후 그는 기존 방망이 실력에 수준급의 ‘눈’까지 장착했다. 지난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1.00 이상의 볼넷/삼진 비율(83볼넷/83삼진)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35볼넷/23삼진으로 삼진보다 12개나 많은 볼넷을 기록하고 있다.
진일보한 그의 선구안은 5월에 진가를 발휘했다. 5월에만 무려 23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이 부문 압도적인 1위. 월간 출루율은 0.466으로 2위다. 볼넷은 2위 로맥보다 6개나 많고 출루율은 타율이 1할 가량 차이나는 오정복과 단 2리 차이다.
뛰어난 방망이에 선구안까지 장착하면서, 그는 점점 완벽에 가까운 타자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시즌 8.93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로 리그 전체 1위를 차지한 그는 올 시즌에도 WAR 3.50으로 이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역대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김태균과 이대호가 모두 리그에서 뛰고 있음에도 이들을 능가하는 활약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겨울 사상 최초로 FA 총액 100억 계약을 맺을 당시 쏟아졌던 '오버페이' 논란도 어느새 사그라들었다. ‘과잉 투자’라는 비판은 ‘최형우 정도의 활약이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우호적인 반응으로 변해가고 있다. 올 시즌 KIA의 우승 여부가 궁금하다면, 남은 기간 최형우의 ‘눈’을 주목해보자.
# 극에 달한 타격감, '100억 가치' 입증하는 최형우의 맹활약
컨택 TOP5
5월 컨택 부문에 생경한 이름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kt 위즈의 오정복. 그는 5월 24경기에 출장해 타율 0.432를 기록하며 월간 타격 1위를 '정복'했다. 월간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유일하게 4할 타율을 넘겼다.
프로 데뷔 후 가장 화려한 5월을 보내며 시즌 타율도 크게 올랐다. 올시즌 타율은 0.395로 4할에 육박한다. 4월 대부분의 경기에 교체로 나서며 아직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규정타석을 채운다면 바로 타격 1위에 등극할 수 있다. (5/31기준 37타석 미달) 불과 1달 전 까지만 해도 아무도 상상치 못했던 ‘대반전’이다.
반전의 비결은 달라진 적극성에 있다. 지난 2년 간 14.4%, 18.6%에 불과했던 초구 스윙 비율은 올해 27.4%로 급증했다. 이전까지의 오정복이 볼을 고르며 출루를 염두에 둔 타격을 했다면 올해는 기다리지 않고 초구부터 과감히 배트를 내민다. 배팅 찬스에서의 스윙도 보다 과감해졌다.
지난 2년간 배팅 찬스(볼카운트 0-2/1-3/0-3)에서의 스윙 확률이 각각 4.6%, 7.5%에 그쳤지만, 올해는 10.7%로 높아졌다.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기다림보다는 스윙을 택한 것이다.
결과는 즉각 나타났다. 적극적인 스윙으로 타구의 질이 좋아졌고, 지난 2년 간 0.301에 불과했던 BABIP(인플레이 타구의 타율)는 0.473으로 대폭 상승했다. 타구에 힘이 실리면서 외야로 향하는 타구 비율 역시 62.4%로 크게 늘어났다. 아직 표본이 적고 단기간의 운도 분명 작용했겠지만, 지난 한달 간 그의 타구 질이 예전과 달랐던 것 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적극적으로 스윙을 하면서 볼넷은 줄고 삼진은 크게 늘었다. 시즌 3볼넷/21삼진으로 볼넷/삼진 비율은 고작 0.143에 불과하다. (15시즌 1.27, 16시즌 0.88) 선구안을 버리고 컨택 능력을 얻은 셈.
지금은 타격 컨디션이 워낙 좋아 문제될 것이 없지만, 슬럼프가 올 경우 속절없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화려한 2017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정복이 다가올 여름을 어떻게 버텨내느냐에 따라 kt 타선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오늘도 안타! 팻딘의 초구를 받아쳐 안타를 만들어내는 오정복
파워 TOP5
역대 최강 홈런 군단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은 SK 와이번스에 괴력의 지원군이 합류했다. 그의 이름은 제이미 로맥. 올 시즌 AAA에서 25경기를 뛰며 타율 0.347에 11홈런을 때려낸 ‘검증된 거포’다. 놀라운 활약 덕에 ‘AAA PCL(퍼시픽코스트리그) 4월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워낙 파워가 뛰어난 타자라, SK 팀 컬러에 적응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데뷔 3경기 만에 KIA 에이스 헥터를 상대로 3점 홈런을 터뜨렸고 이후에도 꾸준히 홈런 공장을 가동했다. 25일 롯데전과 28일 LG전에서는 멀티 홈런까지 쏘아올리며 ‘거포 군단’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다.
5월 11일 이후 18경기에 출장한 로맥은 타율 0.242, OPS 1.029 7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안타는 15개에 그쳤지만 이 중 홈런이 7개로 절반에 가깝다. 그야말로 ‘걸리면 넘어가는’ 셈. 아직 7팀만 상대했을 뿐이지만 로맥은 이미 KBO 투수들에게 공포로 자리잡고 있다.
SK 다른 거포들도 활약을 이어갔다. 한동민이 5월 25경기에서 6홈런을, 김동엽은 21경기에서 5홈런을 터트렸다. 한동안 홈런이 없던 최정도 27일 LG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포로 상승세를 탔고, 나주환, 정진기, 이홍구도 5월 3홈런으로 한 몫을 거들었다.
상하위를 가리지 않는 타자들의 홈런포 덕에 SK는 51경기에서 85홈런을 터트리며 240홈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2003시즌 삼성 라이온즈(213홈런)를 넘어서는 역대 단일시즌 팀 홈런 1위 기록. 더운 여름이 걱정된다면, 문학구장에서 시원한 홈런쇼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관련 기사: '홈런군단' SK, '이-마-양' 삼성도 넘을까)
# '팀 컬러 완벽 적응' 헥터 상대로 첫 홈런 신고한 로맥
스피드 TOP5
올시즌 초, 김헌곤은 화끈한 방망이로 팀에 공헌했다. 3~4월 성적은 타율 0.341 OPS 0.966 3홈런 18타점. 해당 기간 팀 내 안타 1위, 타점 1위 역시 그의 몫이었다. 팀은 부진했지만 김헌곤은 꾸준한 활약으로 ‘삼성의 희망’이라 불렸다. 2016시즌 퓨처스리그 타격왕다운 활약이었다.
하지만 5월 이후 거짓말처럼 타격감이 식어버렸다. 안타를 때리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고, 5월 타율은 0.236, OPS는 0.591로 추락했다. 홈런과 타점도 각각 1개와 7개로 수직 하락했다. 김헌곤의 방망이는 삼성의 반등세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이에 그는 방망이 대신 발을 택했다. 3~4월 도루를 한 차례도 시도하지 않았던 그는 5월에만 무려 7차례 도루를 시도했고 모두 성공시켰다. 5월 출루율이 3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낸 기록이라 더욱 의미있는 성과였다.
김헌곤이 계속 달리며 득점권 찬스를 만들자, 삼성의 승률도 조금씩 올라갔다. 그는 5월에만 14득점으로 리드오프 박해민(12득점)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했으며, 삼성은 그가 도루를 성공한 7경기에서 4승 3패를 기록했다.
이제는 4월의 방망이와 5월의 발을 함께 보여줄 차례다. 그가 이 조합을 성공시킬 수만 있다면 그의 성적은 물론 삼성의 순위도 덩달아 올라갈 터. '오른손 구자욱'이라 불리는 김헌곤이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질 수 있을지 주목되는 6월이다.
# 깔끔하게 도루 성공시키는 김헌곤, 끊어진 벨트는 보너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