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타자 Tool별 TOP5 (전반기 최종)
최정 vs.최형우, MVP는 누구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타격 정확도가 유독 뛰어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히터,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타자 등.
이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KBO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2017시즌 전반기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확인해보려 한다. Tool은 파워, 선구안, 컨택,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대상은 전반기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다.(관련 기사 : 6월 Tool별 TOP5 - '타격대세' 김선빈, '홈런대세' 최정)
# 파워 TOP5
최정의 홈런포에 불이 붙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홈런 타자로 분류되진 않았다 . 2013시즌 28홈런을 터뜨렸지만, 그 외에는 모두 20홈런 안팎을 기록하며 데뷔 후 11년을 호타준족형 타자로보냈다.
하지만 지난 16시즌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달라졌다. 8월 19일 멀티 홈런을 터뜨리며 데뷔 최다인 28홈런을 넘어 30홈런 고지에 오르더니 시즌 최종전에서 기어코 40개째 홈런포를 때려냈다. 최정은 이 홈런으로 테임즈와 함께 공동 홈런왕까지 차지했다.
올해는 작년 페이스를 훌쩍 뛰어 넘었다. 전반기에만 이미 31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홈런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40홈런은 시간 문제고, 시즌 51홈런까지 가능하다. KBO 역사상 단 3명(이승엽, 심정수, 박병호)만이 이뤄낸 ‘거포들의 성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최정의 홈런 생산에 힘입어 소속팀 SK도 홈런의 새 역사에 도전한다. 현재 SK는 최정(31홈런)을 비롯해 한동민(26홈런), 김동엽(18홈런), 나주환(14홈런), 로맥(14홈런), 정진기(11홈런)까지 무려 6명의 두 자리 수 홈런 타자를 배출했다. 박정권(7홈런), 정의윤(5홈런), 이재원(5홈런) 등이 분발해준다면 9명의 타자가 10홈런을 넘기는 진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KBO 역대 단일시즌 최다홈런 기록도 눈 앞으로 다가왔다. SK는 전반기에만 153홈런을 터트렸다. 이변이 없는 한 2003시즌 삼성이 세운 213홈런을 넘어 250홈런 고지마저 돌파가 가능할 전망. ‘올스타 MVP’ 최정이 KBO리그의 홈런사를 새로 쓰며 MVP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할 수 있을 지 그의 후반기를 주목해 보자.
# [최정 HL] '홈런 포함 4출루' SK 사상 첫 올스타전 MVP
#선구안 TOP5
'100억'이 아깝지 않은 타자, 최형우가 전반기 최강의 선구안을 뽐냈다. 전반기 114안타로 최다안타 2위, 62볼넷으로 볼넷 1위를 차지했다. 여기에 사구 5개를 추가해 총 181차례 출루 성공. 시즌 308출루 페이스로, 지난 시즌 김태균에 이어 역대 2번째 300출루 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지표 역시 탁월하다. 출루율(0.481) 리그 1위, IsoD(순수출루율) 리그 2위, 볼넷/삼진 비율 리그 1위, 타석당 볼넷 리그 1위, 투구수 중 볼 비율 리그 1위다. 선구안에 관련된 모든 지표에서 1위 혹은 2위를 유지하며 극강의 선구안을 과시하고 있다.
KIA는 그의 선구안 덕에 타선의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 김선빈, 안치홍, 이명기 등 올 시즌 KIA의 주축 타자들은 기다림보다는 타격에 능한 선수들이다. ‘눈’에는 슬럼프가 없다지만, ‘방망이’에는 분명 슬럼프가 있다. 자칫 이들이 동반 슬럼프에라도 빠진다면, 타선 전체가 침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형우의 존재로 그런 기복이 크게 줄었다. 최형우는 뛰어난 ‘눈’으로 슬럼프를 최소화하는 타자. 타선의 핵심인 그가 꾸준한 출루율을 유지하면서 KIA는 타선의 기복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최형우 역시 KIA의 다이너마이트 타선 덕에 타석에서 자유를 얻었다. 약팀의 중심타자라면 득점권에서 스스로 해결해야한다는 부담이 크지만, KIA는 다르다. 어려운 공을 타격해 억지로 타점을 만들어낼 필요 없이 상대가 피한다면 볼넷으로 출루해 득점 기회를 극대화하면 된다.
이후는 다른 타자들이 해결한다. 그의 주변에는 김주찬, 나지완, 버나디나, 안치홍이 버티고 있으며 하위타선에는 이범호, 김선빈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덕분에 그는 데뷔 후 볼넷, 출루율, 그리고 득점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형우의 선구안 덕에 빛나는 KIA, 그리고 KIA 덕에 빛나는 최형우의 선구안. 더없이 적절한 ‘윈-윈 관계’다. 그리고 이것은 KIA의 8경기차 선두 독주, 최형우의 리그 WAR 1위(6.2)라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했다. 이제 남은 것은 KIA의 통합 우승, 그리고 최형우의 MVP 최초 수상 뿐 이다. (관련 기사: 경기 당 6.35점, KIA의 득점기계 3인방)
# 외쳐! MVP!!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는 최형우
# 컨택 TOP5
시즌 개막 전 타격왕 후보로 꼽혔던 타자들은 김태균, 이대호, 그리고 최형우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크게 네 가지다. 엄청난 고액 연봉, 100kg 이상의 거구, 수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포지션, 그리고 타격왕 경험이다.
하지만 ‘전반기 타격 1위’가 된 김선빈은 이들과 완전히 다르다. 연봉은 8000만원에 불과하며 체격 조건은 165cm/77kg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비 부담이 심한 유격수 포지션에, 데뷔 후 규정 타석 3할 타율조차 달성한 적이 없다. 유력한 후보들과 상반된 조건임과 동시에, 현실적으로 타격왕 도전이 어려워 보이는 조건이다.
하지만 그는 불리한 상황들을 이겨내고 있다. 1억에 미치지 못하는 연봉은 가장이 된 그에게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작은 키도 낮은 타격 자세를 통해 장점으로 변했다. 작은 키에 낮은 타격 자세가 더해지자 무게중심이 하체로 이동하며 타격 시 안정감이 한결 더해졌다. 보다 좁아보이는 스트라이크존은 보너스.
체력 문제는 타순 이동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올 시즌 절반 이상을 9번 타자(160타석/316타석)로 나서고 있다. 9번 타자는 아무래도 리드오프에 비해 타석에 들어설 일이 적고, 따라서 누상에서 힘을 쏟을 일도 적다. 리딩히터가 9번을 치는 것이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지만, 페넌트레이스 대장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물론 위험 요소는 있다. KIA에는 그를 대신할만한 확실한 백업 유격수가 없다. 체력 안배를 위해 빠져있을 때에도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는 의미. 게다가 그는 아직 144경기 체제를 경험하지 못했다. 타순 이동 등으로 체력 소모를 최소화한다 해도 극복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데뷔 이후 김선빈은 '실체 없는' 한계를 지적 받아왔고, 끊임없이 그 범위를 넓혀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
# 역시 컨택의 신! 첫 타석부터 적시타 터트리는 김선빈
# 스피드 TOP5
2015시즌 60도루로 리그 1위, 2위와의 격차는 14도루.
2016시즌 52도루로 리그 1위, 2위와의 격차는 10도루.
박해민의 지난 2년 간의 기록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스피드로 누상을 지배했다. 경쟁자라 할만한 선수도 없었다. 그가 ‘도루의 신’으로 군림하는 동안, 1위 경쟁은 별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2위 경쟁이 더욱 치열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전반기에만 25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압도적인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2위 버나디나와의 격차는 6개로 상당하다. 버나디나, 이대형에 심우준이 가세한 2위 싸움이 점입가경이지만, 박해민 만은 한참 높은 곳에서 여유롭게 1위를 달리고 있다.
그의 부진을 바라기도 어렵다. 흔히 말하듯,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 방망이가 잘 맞지 않을 때는 있어도, 갑자기 발이 느려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타 구단 투수들이 박해민의 발을 묶을 수 있는 기막힌 견제 타이밍이라도 공유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방망이가 맞지 않기를 바라는 것도 쉽지 않다. 그는 1루 베이스마저도 훔칠 수 있는 타자다. 전반기에만 상대 실책으로 10차례 1루를 밟았으며, 내야안타는 20개를 기록했다. 기습번트로 만들어낸 안타도 10개에 달한다.
매년 개선되는 컨택 능력도 3년 연속 도루왕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 중 하나다. 그의 컨택%는 2015시즌 80.4%, 2016시즌 86.2%, 2017시즌 88.1%로 크게 발전했다. 약점이었던 많은 삼진도 2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투수들이 그에게 헛스윙을 이끌어 내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압도적인 누상의 지배자 박해민, 올 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할 가능성이 높은 그는 3년 연속 도루왕 달성으로 입대 전 마지막 시즌의 화려한 마무리를 노린다.
# 기막힌 슬라이딩으로 2루를 훔치는 '대도' 박해민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 이 기사 응원! 비영리 야구기록실 후원하기 [kbr@kb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