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리그 타자 Tool별 TOP5 (전반기)
'예비FA' 양의지-최정, 100억은 기본?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타격 정확도가 유독 뛰어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히터,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타자 등.
이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최대한 활용해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 플레이에 열광한다.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2018시즌 전반기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 본다. Tool은 컨택, 파워, 선구안,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전반기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컨택 TOP5 : 양의지(두산)
시즌 개막 전부터 양의지는 주목의 대상이었다. 지난 4년간 세 차례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그것도 만 31세로 전성기를 맞은 포수가 FA 자격을 취득한다는 건 모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라이벌격인 강민호가 시즌 전 삼성 라이온즈와 4년 80억원의 ‘대박’을 터트렸기에 관심은 더 커졌다. 강민호보다 2살이나 더 어리고, 보다 꾸준한 성적을 낸 양의지라면 최형우(4년 100억원) 이상 김현수(4년 115억원)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을 거란 예측이 쏟아졌다.
그리고, 양의지는 올 시즌 경이로운 컨택 능력으로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전반기 타율은 무려 0.379로 리그 전체 1위. 컨택%는 91.3%로 김선빈에 이어 리그 2위다. 리그 최고의 포수답게 상대 배터리의 볼 배합을 읽기라도 한듯 손쉽게 안타를 생산하고 있다.
다른 기록 역시 상당히 뛰어나다. 전반기 84경기에 출장 17홈런- 56타점으로 커리어 하이(16시즌: 22홈런-93타점) 달성이 유력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3할 타율(0.379)-4할 출루율(0.446)-6할 장타율(0.639) 달성도 무난할 전망. 이른바 ‘FA로이드’라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지는 활약이다.
수비력도 여전하다. 전체 포수 중 2번째로 많은 554이닝을 소화하며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저지(17)를 기록했다. 도루저지율은 40.5%로 규정타석 포수 중 단연 1위다. 규정타석을 채운 포수 중 도루저지율 30%를 넘긴 포수는 양의지 한 명 뿐이다.
그의 활약을 지켜보는 두산 구단으로서는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주전 포수가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팀의 단독 1위를 이끌고 있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시즌 후 그를 잔류시키기 위해서는 역대급 계약이 필요하다. 지난 시즌 후 민병헌-김현수를 잡지 않은 두산이 양의지에겐 다른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된다.
# [TV야매카툰] 리그 최고의 포수는 누구? (영상 보기)
파워 TOP5: 최정(SK)
2014년 겨울, 생애 첫 FA 자격을 취득한 최정은 4년 86억원 계약을 맺고 SK 와이번스에 잔류했다. 다소 파격적이지만, 최정이 그간 기록한 성적과 나이(당시 만 27세)를 납득 가능한 금액이었다. 최정은 소위 말하는 ‘타이틀 홀더’는 아니었지만, 공수에서 리그 정상급 3루수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로부터 다시 4년이 지났다 . 최정은 지난 FA때보다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2016시즌 40홈런을 때려내며 생애 첫 홈런왕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도 46홈런으로 홈런왕 2연패를 달성했다. 최정은 더 이상 ‘소년장사’가 아닌 리그를 대표하는 ‘천하장사’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최정은 전반기에만 29홈런을 폭발시키며 리그 홈런 1위다. IsoP(순수장타율) 역시 0.347로 리그 전체 1위. 팀 동료 제이미 로맥(28홈런), 한동민(23홈런), 김동엽(22홈런)과 더불어 ‘핵폭탄급 타선’의 중심에 있다.
시즌 후 최정의 몸값은 첫 번째 계약 이상의 규모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타 팀에도 준수한 3루수들이 있지만, 최정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당장 우승을 탐내는 팀에게는 누구보다도 매력적인 카드다. 김현수(4년 115억원)의 계약이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문제는 올 시즌 그가 장타력 이외에는 타격 전반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몸 상태도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타율은 0.250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중 2번째로 낮고, 출루율은 0.367로 리그 30위에 불과하다. 볼넷(36)/삼진(92) 비율은 0.39로 데뷔 후 가장 좋지 않다. 리그 3루수 중 가장 많은 실책(9)을 범한 것도 아쉬운 부분. 최정은 더 이상 리그 최고의 수비수는 아니다.
건강을 포함 장타 외의 기록에서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최정을 둘러싼 영입 경쟁이 달아오르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현재 성적으로도 ‘FA 100억원'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상을 노린다면 홈런 이외의 부문에서도 예년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TV 야매카툰] 최정, 홈런왕 3연패 유력? (영상 보기)
선구안 TOP5: 이용규(한화)
지난 시즌은 이용규에게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타율 0.263, OPS는 고작 0.650. 그나마 부상에 허덕이며 단 57경기 출장에 그쳤다. 몸 상태와 실력 모두 의문부호를 남긴 시즌, 결국 이용규는 FA 자격을 취득하고도 FA 신청을 한 해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올 시즌, 이용규는 지난해 이상의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타율은 0.284로 높지 않지만, 0.394의 출루율로 뛰어난 선구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IsoD(순수출루율)은 0.110으로 리그 2위이며, 볼넷/삼진 비율은 1.26으로 리그 1위다. 전반기 삼진보다 많은 볼넷을 골라낸 선수는 이용규와 양의지 두 명뿐이다.
주로 테이블세터로 나서는 이용규에게 출루 능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덕목. 또한 전반기 22도루로 빠른 발을 되찾았고, 리그 외야수 중 5번째로 많은 이닝(672 2/3)을 소화하며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도 떨쳐냈다. 출루, 주루, 수비 모두를 갖춘 외야수는 분명 매력적인 옵션이다.
다만, 장타력 급감은 아쉽다. 안타 85개 중 단타가 76개에 달하고, 2루타는 8개, 3루타는 1개에 불과하다.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능력은 여전하지만, 타구에 힘이 붙지 않는 모양새. 15~16시즌에 비하면 1할 이상 떨어진 장타력 탓에 OPS는 0.712로 규정타석 59명 중 55위에 불과하다.
현재 페이스라면 첫번 째 계약(4년 67억원)처럼 대형 계약은 어려울 전망이다. 85년생 외야수 이용규가 3년 이상의 장기 계약을 따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을 맞추는 것을 넘어, 힘이 실린 2루타-3루타를 양산해야 한다.
#[TV 야매카툰] 이용규, FA는 타이밍? (영상 보기)
스피드 TOP5: 로저 버나디나(KIA)
지난해 KIA 버나디나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윌린 로사리오와 함께 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로 인정받았고, 연말 시상식에서는 외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85만 달러를 받고 KIA에 합류했던 버나디나는 통합 우승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1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올해도 버나디나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5월까지 부상과 부진으로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6월 이후 부활해 지난해 모습을 회복했다. 6월 이후 성적은 30경기 타율 0.336에 8홈런 15타점. OPS는 무려 1.007로 기복이 심한 KIA 타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특히 주루가 인상적이다. 원래 주력에 강점이 있는 버나디나지만, 올 시즌 도루 페이스는 지난 시즌 이상이다. 전반기에만 23도루로 리그 단독 1위. 성공률도 82.1%로 준수하다. 박해민과 이용규가 22도루로 뒤를 바짝 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 잔여 경기도 가장 많이 남았기 때문에KBO리그 사상 최초 외국인 도루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외국인 최초의 도루왕을 노리는 버나디나, 4년 연속 도루왕을 바라보는 박해민, 6년 만의 도루왕에 도전하는 예비 FA 이용규. 수년 간 지속된 타고투저 현상으로 야구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도루왕 경쟁에 제대로 붙이 붙은 상태다. 후반기 3인의 준족이 펼칠 도루왕 레이스의 결과가 주목된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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