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타자 Tool별 월간 TOP5 (9월)
논란의 김재환-박해민, '타격 다관왕' 유력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방망이에 공을 잘 갖다 맞히는 정확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있는 타자, 베이스에서 투수를 현혹시키는 발 빠른 타자 등.
이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각각 홈런왕과 도루왕 등극이 유력한 두산 김재환과 삼성 박해민. (사진: OSEN)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매월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Tool은 , 파워, 스피드, 컨택, 선구안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지난 9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파워 TOP5: 김재환(두산)
무더위가 극심했던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올시즌 리그 홈런왕 판도를 주도하던 것은 단연 SK 로맥이었다. 로맥은 8월까지 무려 37개의 아치를 그리며 홈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2위 그룹인 넥센 박병호, 두산 김재환, KT 로하스가 나란히 33홈런을 때려냈지만, 문학을 홈구장으로 하는 로맥을 따라잡기란 난망해 보였다.
하지만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이후 판세가 뒤집혔다. 로맥이 9월 3홈런에 그친 사이, 김재환이 9월에만 11홈런을 폭발시키며 단숨에 홈런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9월 11~12일 롯데와의 2연전에서 터트린 연속 멀티홈런은 그의 폭발력을 제대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김재환이 제대로 터지면서, 홈런왕 경쟁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로하스, 박병호(41홈런)와 로맥, 한동민(40홈런)이 바짝 뒤쫓고 있지만 김재환과의 격차는 각각 3, 4개로 적지 않은 상태. 일각에서는 현재 타격 5위, 홈런 1위, 타점 1위, 안타 1위인 김재환이 ‘우승 버프’까지 받을 경우 정규시즌 MVP가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김재환의 화끈한 방망이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야구팬들도 상당수다. 김재환이 지난 2011년 10월 파나마 야구월드컵 국가대표에 선발됐을 당시 ‘금지 약물 복용’ 적발로 징계를 받았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KBO는 김재환을 수차례 월간 MVP에 선정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심지어, 지난 아시안게임에서는 별다른 고민없이 그를 국가대표로 발탁하며 '금지 약물'에 대한 불감증을 보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근 여러가지 논란이 겹치며 냉소와 질타를 받고 있는 KBO리그에서 금지약물 전력의 MVP까지 배출된다면 이에 실망한 야구팬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홈런왕이 눈 앞으로, 멀티 홈런을 기록한 김재환
스피드 TOP5: 박해민(삼성)
홈런왕 경쟁과 마찬가지로, 도루왕 싸움도 서서히 정리되어가는 분위기다. 8월까지는 로저 버나디나, 이용규, 박해민, 김혜성까지 무려 네 명이 도루 공동 선두에 오르며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9월을 기점으로 승부가 갈렸다.
9월 버나디나, 이용규, 김혜성이 3도루씩을 성공시키는데 그친 가운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복귀한 박해민은 9월에만 무려 8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단숨에 도루 단독 선두(35개)로 치고 나갔다. 2위 그룹과의 격차는 5개로, 남은 기간 이변이 없다면 박해민의 도루왕 등극이 유력하다.
# 또 훔쳤다! 5년 연속 30도루 기록하는 박해민
이번에도 도루왕에 오른다면, 박해민은 정수근(1998~2001), 이대형(2007~2010)에 이어 역대 3번째로 4년 연속(2015-2018) 도루왕에 오르게 된다. ‘역대급 대도’의 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득점 역시 108개로 해당 부문 1위와 1개차 2위다. 잔여 경기 활약에 따라 도루-득점 2관왕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이런 박해민을 향한 야구팬들의 시선도 마냥 곱지만은 않다. 오지환의 그늘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박해민 역시 아시안게임 병역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염원하던 금메달을 획득하며 공백없이 현역 생활을 이어가게 된 박해민이지만 다관왕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다.
# [TV 야매카툰 영상보기] 금메달은 대표팀을 구할 수 있을까
선구안 TOP5: 김선빈(KIA)
김선빈은 지난 시즌 타율 0.370을 기록하며 타격왕을 차지했다. 역대 최단신 타격왕이자, 이종범 이후 2번째 유격수 타격왕이었다.
하지만, 김선빈의 타율이 다소 과대평가되었다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선빈의 2017시즌 BABIP(인플레이타구의 타율)은 무려 0.393에 달했다. 다소 행운이 따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수치였다.
* 김선빈의 BABIP/볼넷% 변화 추이
예상은 들어맞았다. 올시즌 김선빈의 타격이 썩 좋지 않다. BABIP가 리그 평균(0.329) 이하인 0.316으로 하락하면서 타율 역시 폭락했다. 현재 김선빈의 타율은 지난 시즌에 비해 7푼 넘게 깎인 0.294, 리그 타격 40위에 그치고 있다.
다만 올해 김선빈의 ‘눈’이 확실히 발전했다는 점은 위안이다. 이미 46볼넷으로 지난 시즌 볼넷 개수(39)를 넘어섰고, 삼진은 39개로 아직까지 지난 시즌보다 하나가 적다.
지난 시즌 0.98이었던 볼넷/삼진 비율은 1.18까지 올라갔다. 올 시즌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볼넷/삼진 비율이 1을 넘는 선수는 양의지(1.19)와 김선빈, 단 두 명뿐이다.
다른 선구안 관련 지표들도 모두 상승했다. IsoD(순수 출루율)는 0.061에서 0.078로 올라갔고, 타석당 투구수도 3.51개에서 3.75개로 크게 끌어올렸다. 2스트라이크 이후 선구%가 27.0%에서 34.4%로 올라간 것도 고무적인 요소다.
9월의 성적을 보면, 김선빈의 달라진 ‘눈’은 쉽게 알 수 있다. 월간 IsoD 5위로 최정, 박병호 등 내로라하는 거포들 사이에 이름을 올렸고, 월간 볼넷 12개로 공동 9위를 차지했다. 볼넷/삼진 비율은 1.200으로 리그 6위다.
방망이는 기복이 있지만 눈에는 기복이 없다. 지난 시즌 김선빈의 타율에 다소 거품이 끼어있었다면, 올해 김선빈의 선구안은 그렇지 않다. 업그레이드된 선구안을 탑재한 김선빈이 가을야구에서 보여줄 활약이 주목된다.
#역전 투런! 단숨에 담장을 넘겨버리는 김선빈
컨택 TOP5: 권희동(NC)
지난 시즌, 권희동은 확실한 주전 선수로 도약했다. 2017년 14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6 19홈런 86타점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2.2. 타율은 물론이고 출루율, 장타율, 홈런, 타점 모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단숨에 주전 좌익수 자리를 꿰찼다.
하지만, 올 시즌은 실망의 연속이었다. 시즌 첫 10경기에서 타율 0.207에 그쳤고, 설상가상 허리 부상까지 겹치며 2군으로 내려갔다. 한 달만에 1군에 복귀한 이후에도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 타율은 1할대 후반과 2할대 초반을 오갔고, 장기인 홈런은 터지지 않았다. 6월 15일 마수걸이포를 터트리기 전까지, 권희동의 방망이는 30경기 연속 침묵했다.
끝없는 부진이 이어지던 중 찾아온 아시안게임 브레이크는 권희동에게 가뭄 속 단비와도 같았다. 휴식기 중 심신을 다스린 듯, 시즌이 재개되자 그간의 부진을 딛고 놀아운 활약을 보였다.
9월 한 달간 타율 0.404에 5홈런 28타점 맹타. 그토록 터지지 않던 홈런을 6경기만에 3방이나 터트렸고, 타율을 0.283까지 끌어올렸다. NC가 그토록 기다려왔던 모습이 드디어 나타났다.
이제는 이 기세를 시즌 마지막, 그리고 내년 개막까지 이어갈 차례다. 그간 가을야구 단골 손님이었던 NC는 현재 리그 최하위로 처져있다. 내년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선 권희동이 세대 교체의 중심에 서야한다. 부진에서 탈출한 권희동이 팀 사상 첫 최하위 위기의 NC를 구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 NC의 9월은 내가 이끈다, 권희동의 시원한 안타와 타점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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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