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강민호-양의지 흔들 포수들이 온다
[존재감 드러내는 포수들, 양의지-강민호 GG 독식 저지할까]
현재 KBO의 안방은 두 명의 포수가 지배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롯데의 강민호와 두산의 양의지. 강민호는 2008년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2011년부터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차지했고, 이후에는 양의지가 배턴을 이어받아
3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국가대표팀의 안방 역시
항상 이들의 차지였다.
하지만 최근 이들이 이끌어온 ‘양-강
체제’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 아직 이들의 아성을 뒤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이들의 시대를 끝낼 잠재력을 갖춘 포수들이 점차 등장하고 있다. 넥센의 박동원은 2년 연속 14홈런을
때려냈으며, 이재원은 드디어 풀타임 포수로 거듭났다. 3할을
때려냈던 이지영 역시 ‘양-강 체제’를 위협할 만한 선수다. KIA의 이홍구와 LG의 유강남도 뚜렷한 성장세로 차세대 국가대표팀 포수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이들이 강민호와 양의지의 높은 벽을 넘어설 차례다. 2017시즌을
‘반란의 해’로 만들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은 과연 KBO 안방의 ‘양-강 체제’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후보
1] 최근 3시즌 247타점, 공격형 포수 이재원
현재 타격 면에서 강민호와 양의지에게 가장 근접한 포수가 바로 이재원이다. 이재원은
지난 3시즌간 타율 0.302 44홈런 247타점을 기록했다. 강민호(타율
0.291 71홈런 198타점), 양의지(타율 0.315 52홈런
205타점)와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성적이다.
오히려 이들보다 앞서는 부분도 적지 않다. 그는 2014시즌 타율 0.337로 타격 11위를
기록했으며, 2015시즌에는 포수 중 유일하게 100타점을
기록하며 타점 14위를 차지했다. 그는 최근 3년간 어느 포수보다도 많은 안타, 타점을 기록한 선수다. 방망이 하나만큼은 이미 골든글러브감이다.
문제는 수비다. 그는 2014시즌과
2015시즌 선발 포수로 각각 52경기, 67경기밖에 나서지 못했다. 타격에 비해 수비에서 아쉬움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포수로 출장한 경기가 적은 탓에 좋은 타격 성적을 올리고도 골든글러브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는 정상호의 이적으로 111경기에 선발 포수로 나서며
풀타임 포수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수비 면에서는 정상권과 거리가 있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도 해결해야할 문제다. 이재원은
지난 3시즌간 8월 이후 타율 0.244, 장타율 0.339에 그쳤다. 강민호와 양의지가 8월 이후에도 3할
이상의 타율과 5할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그가 포수 골든글러브 경쟁의 다크호스를 넘어 유력 후보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수비와 체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필요가 있다.
[후보
2] 2년 연속 14홈런,
파워 넘치는 박동원
넥센의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박동원도 주목할 만한 포수다. 그는 1990년생의 젊은 나이이지만, 벌써 2년이나 넥센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줄곧 포수 포지션의 생산성 문제로
고심해왔던 넥센은 그의 가세로 고민을 덜 수 있었다.
그의 최대 장점은 파워 넘치는 플레이다. 그는 타석에서나 수비에서나
강한 파워가 돋보이는 선수. 타석에서는 펑펑 홈런을 때려내고, 수비에서는
강한 어깨로 주자를 저격한다. 그는 최근 2년 연속 14홈런을 때려냈으며,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 저지(41)를 해냈다. 힘있는 플레이 하나만큼은 따라올 선수가 없다.
다만 세밀함은 아직 부족하다. 타석에서의 파워는 좋지만, 컨택 능력과 선구안은 전체적으로 평균 이하. 지난 시즌 그의 컨택%는 규정타석 타자 중 가장 낮은 68.5%였으며, 볼넷/삼진 비율(0.29)은
규정타석 타자 중 뒤에서 세 번째였다.
수비에서도 세밀함이 떨어진다. 강한 어깨는 지녔지만 포구와 블로킹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그는 2015, 2016시즌 모두
리그에서 가장 많은 포일을 기록했다. 실책 역시 2015시즌
10개, 2016시즌 7개로
상당한 편이다. 그가 ‘젊은 기대주’라는 틀을 깨고 골든글러브 경쟁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공수에서의 세밀함을 한층 더 가다듬어야만 한다.
[후보
3] 양의지를 위협했던 사나이, 이지영
이지영은 후보들 중 누구보다도 골든글러브에 근접했던 선수다. 이지영은
2014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무려 103표를 얻어냈다. 당시 수상자인 양의지의 득표 수는 118표로 이지영과 단 15표 차이였다. 역대 최초의 통합 4연패를
이뤄낸 팀의 영향이 컸지만, 골든글러브에 그토록 가까이 다가갔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결과다.
그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강한 파워를 지닌 선수는 아니다. 그는 통산
542경기에 단 11개의 홈런을 뽑아내는데 그쳤다. 두 자리 수 홈런쯤은 가뿐히 때려내는 강민호, 양의지에 비할 바는
아니다. 3년간 44홈런을 때려낸 이재원, 2년 연속 14홈런의 박동원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의 수비력은 강민호-양의지와도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 그는 2015시즌 39.7%의
도루저지율을 기록했으며, 지난 시즌에도 31.3%의 도루저지율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송구 실책이 다소 많다는 점이 아쉽지만, 포구와
블로킹 능력은 리그 정상권이라는 평가. 그 역시 수비력에서는 수 차례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뛰어난 컨택 능력도 큰 장점이다. 이지영은 지난 2시즌간 89.8%의 컨택%로
리그 전체 포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준수한 컨택 능력을 발판으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때려내는
타격은 이제 그만의 트레이드 마크. 그는 특유의 타격 스타일을 통해 최근 2시즌간 타율 0.301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한 포수는 강민호, 양의지
외에는 그가 유일하다.
다만 그가 가진 장점인 수비와 컨택 부분에서 강민호-양의지를 확실히
앞서지 못한다는 점은 아쉼다. 그는 지난 시즌 양의지보다 낮은 컨택%,
강민호보다 낮은 도루저지율을 기록했다. 그가 장타력 약점을 딛고 골든글러브를 따내기 위해서는
수비력과 컨택 능력을 보다 확실한 자신만의 강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후보
4] 수비는 내가 최고! 최강 수비력 김태군
KBO의 골든글러브와 달리 MLB의
골드글러브는 오로지 수비력만으로 수상자를 뽑는다. 따라서 타격 능력이 좋지 않더라도 수비력이 뛰어나다면
골드글러브를 수상할 수 있다. 2014시즌 타율 0.244에
7홈런 46타점이라는 형편없는 공격력을 선보이고도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안드렐튼 시몬스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KBO에도 골드글러브가 존재한다면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는 바로 김태군이
아닐까. 김태군은 수비력 하나만큼은 리그 최고라 꼽히는 포수다. 그는
지난 시즌 935 2/3이닝동안 단 하나의 실책조차 저지르지 않았다.
도루저지율 역시 35.2%로 수준급. 포구나
블로킹, 그리고 프레이밍까지도 리그 최고 수준이다.
투수 리드 역시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지난 3년 내내 CERA(포수 출장시 투수 평균자책점) 부문 1위를 휩쓸었다. CERA 하나만으로
포수의 리드 능력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NC 투수진의
활약에 한 몫을 거들었다는 점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이제 김태군이 없는 NC의 안방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공격력은 리그 최악에 가깝다. 시즌 내내 홈런을
단 하나도 때려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타율은 ‘멘도사
라인’을 맴돈다. 선구안 역시 리그 최하위권이다. 그가 출루율 3할을 넘긴 시즌은 2015시즌(0.307)이 유일하다. 사실상 ‘쉬어가는
타순’인 셈이다.
골드글러브가 존재하지 않는 KBO의 현실상 그가 골든글러브를 따낼
방법은 타격 능력의 성장밖에 없다. 마침 그는 올 시즌 종료 뒤 군에 입대할 예정. 상무나 경찰청에서 타격 능력이 일취월장하는 케이스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게도
희망은 있다. 그가 군 입대를 ‘터닝 포인트’로 삼을 수만 있다면 3년 뒤 KBO의
안방 경쟁 구도는 완전히 뒤바뀔지도 모른다.
[후보
5] 잠재력 충만! 젊은 피 이홍구&유강남
이홍구와 유강남은 최근 두각을 드러낸 젊은 포수들이다. 뛰어난 잠재력을
갖춘 이들은 최근 팀의 주전 포수로 도약해 경험을 통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당장 골든글러브 경쟁에
끼어들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향후 몇 년 뒤 골든글러브 경쟁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것만은
분명하다.
먼저 주목할 부분은 이홍구의 막강한 파워다. 2015시즌 12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존재감을 알린 그는 지난 시즌에도 9홈런을
터트리며 장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그는 지난 2년간
강민호, 양의지에 이어 포수 중 3번째로 높은 IsoP(순수장타율)를 기록했다.
다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컨택 능력과 선구안, 도루저지는
심각한 문제다. 그는 지난 2년간 68.6%의 컨택%로 리그 포수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볼넷/삼진 비율도 0.24로
처참한 수준. 도루저지율은 2015시즌 21.1%에서 2016시즌 15.2%로
더 추락했다. 냉정히 말해 장타 말고는 강점이라 부를 부분이 없다.
다만 1990년생으로 아직 어린 나이라는 점, 올 시즌 뒤 군에 입대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발전 여지는 남아있다.
앞으로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장타력을 유지한다면, 향후 안방을 뒤흔들 대형 포수로 성장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유강남은 최근 놀라운 성장 속도를 보여주고 있는 포수다. 2015시즌까지
공격형 포수로 불리던 그는 지난 시즌 수비에서도 상당한 성장세를 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송구 능력의
발전. 그는 2015시즌 19.4%에
그쳤던 도루저지율을 지난 시즌 38.1%로 끌어올리며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최대 약점으로 불리던 송구 능력이 개선되며 약점을 찾기 어려운 포수로 성장했다.
게다가 그는 1992년생에 불과하며, 일찌감치 군 문제도 해결한 포수다. 최소한 10년 이상은 프로에서 공백 없이 활약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의 최근 성적과 성장 속도까지 감안하면 그의 가치는 점차 올라갈 터. 그가 올 시즌에도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면, 의외로 골든글러브 경쟁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