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한국 vs 이스라엘 프리뷰
2017-03-05 일, 16:52
By
길준영
3월 6일 18시 30분 고척돔에서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를 시작으로 2017 WBC의 막이 오른다. 처음으로 안방에서 WBC를 개최하게 된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개막전 상대인 이스라엘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
선발 비교
한국은 장원준을 이스라엘전 선발로 결정했다. 장원준은 16시즌 두산에서 27경기 15승 6패 ERA 3.32 168이닝을 기록하며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다. 또한 KBO리그 통산 315경기 112승 95패 ERA 4.08 1663.2이닝을 기록중인 베테랑이기도 하다.
장원준은 포스트시즌, 국가대표 경기와 같은 큰 경기에서 언제나 좋은 활약을 했다. 포스트시즌 통산 11경기 5승 1패 ERA 3.61을 기록 중이며, 작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8.2이닝 1실점 5삼진을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프리미어12에서는 2경기 1승 무패 ERA 2.31 11.2이닝으로 한국의 초대우승에 기여했다. 현재 대표팀에서 가장 폼이 좋은 선발투수로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4이닝 무실점 3삼진으로 좋은 피칭을 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맞서 팀내 최고 네임벨류를 자랑하는 제이슨 마키를 선발로 내세운다. 마키는 메이저리그 통산 377경기 124승 118패 ERA 4.61을 기록한 베테랑 투수다. 124승은 박찬호의 동양인 최다승 기록과 같은 기록이다.
마키는 2015년(신시내티 9경기 3-4 ERA 6.46)을 마지막으로 한미일 프로리그에서 등판한 기록이 없다. 대신 2016년 있었던 WBC 예선에서 2경기 선발등판해 7이닝 1실점 6삼진을 기록하며 이스라엘의 첫 WBC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마키의 구속은 130km 후반에서 140km 초반으로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속구가 아닌 싱커를 구사하는 싱커볼러다. 싱커볼러가 많지 않은 KBO리그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타자들이 생각보다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78년생 노장인 마키는 긴 이닝을 소화하기는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WBC 1라운드에는 65구 투구 제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선발이 5이닝조차 채우기 어렵다. 마키가 3-4이닝 정도만 잘 던져준다면 경기는 결국 불펜싸움으로 넘어갈 것이다.
불펜 비교
한국 대표팀 불펜진이 작년 기록한 세이브는 무려 145세이브다. KBO리그의 마무리 투수 5명(임창민, 박희수, 심창민, 이현승, 임창용)에 메이저리그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오승환이 있다. 거기에 폼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는 이대은이 불펜으로 돌려질 가능성도 있다.
불펜 구성은 우완 4명, 좌완 2명, 사이드암 2명으로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고루 선발했다. 다만 투구 스타일은 모두 비슷하다. 이현승과 박희수를 제외하면 모두 145km 이상의 빠른 공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의 투수들이다. 물론 모두 구위가 워낙 좋은 투수들이기는 하지만 아직 몸상태가 100%가 될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원래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면 의외로 타자들에게 고전할 수도 있다.(실제로 이대은이 아직 본래의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투수를 16명이나 선발했다. 선발자원 5명을 제외하더라도 불펜에 무려 11명의 투수들이 대기중이다. 그중 좌완이 4명이다. 선발인 마키가 우완이기 때문에 한국은 좌타자 중심의 라인업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키가 내려가면 적극적으로 좌완불펜들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539경기 22승 29패 8세이브를 거둔 크레이브 브레슬로우였지만 막판에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참가를 위해 대표팀을 고사했다. 한국에게는 희소식이다. 현재 이스라엘 대표팀 불펜진에서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투수는 대니 브라와(메이저리그 13경기 0-0 ERA 6.23)뿐이다. 나머지는 대체로 싱글A에서 하이싱글A에서 뛰는 투수들로 구성이 되었다.
타선 비교
한국은 추신수, 김현수, 강정호, 박병호 등을 대표팀에 합류시키지 못하면서 전원 KBO리그 선수들로 야수진을 구성했다. 그렇지만 KBO리그가 타고투저라는 것을 감안해도 대단히 뛰어난 타자들이 대표팀에 많이 포함되었다.
평가전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인 이용규, 서건창, 손아섭은 모두 테이블 세터로 활약할 수 있는 좌타자들로 이스라엘 선발 마키를 괴롭힐 수 있는 타자들이다. 마키가 많은 공을 던지기 어려운 노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용규의 “용규놀이”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중심타선은 김태균-최형우-이대호로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균은 평가전에서 아주 좋은 타격감을 보였고, 이대호는 작년 메이저리그에서 14홈런을 날린 강타자다. 문제는 4번타자 최형우. 평가전에서 19타석 무안타라는 부진에 빠졌었다. 다행이도 경찰청과의 마지막 평가전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마음의 짐을 조금 덜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AA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타자들이 주축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한국팬들에게 잘 알려진 선수들은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많다. 만약 이들을 KBO리그 구단들이 외국인타자로 영입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들이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타자들의 성적을 생각해보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선수들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할 타자는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32홈런을 날린 적이 있는 아이크 데이비스다. 1루수 4번타자(혹은 3번타자)로 출장할 것으로 보이는 데이비스는 기량은 정말 출중한 타자이지만 애리조나 풍토병인 밸리 피버를 앓은 이후로 전성기의 모습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강력한 파워와 괜찮은 선구안을 겸비하고 있다. 특히나 큰 타구 하나에 팀의 운명이 뒤바뀔 수 있는 단기전에서는 더욱 주의 해야한다.
아이크 데이비스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파워를 가지고 있는 타자들은 없지만, 코디 데커(지명타자 출장 예상) 역시 한 방이 있는 타자다. 또한 젊은 두 타자 테일러 크리거(1994년생 2루수 출장 예상)와 마이크 메이어스(1993년생 우익수 출장 예상)는 루상에 나가면 투수를 귀찮게 할 수 있는 빠른 주자들이다. 샘 풀드는 외야에서 슈퍼캐치를 심심치 않게 보여주는 뛰어난 외야수다.
총평
이스라엘은 분명 얕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네덜란드보다는 확실히 떨어지는 전력이다. 그렇기에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대다. 문제는 이스라엘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팀내 최고 베테랑인 마키를 한국전 선발로 내정한데서 그 의지를 알 수 있다.
관건은 “선발 마키를 얼마나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느냐”다. 이스라엘 불펜진이 그리 강하지 않기 때문에 경기 초반 승기를 가져온다면 기대 이상의 대승을 거둘 수도 있다. 마키가 분명 경험 많은 베테랑이고 작년 WBC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기량이 많이 떨어져 있다. 한국 타자들이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을 만한 투수다.
2013 WBC에서 한국은 네덜란드에게 일격을 당하며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이번 대표팀은 이스라엘을 상대로도 만만의 준비를 하고 나올 것이다. 야수들 전원이 KBO리그 선수들로 구성되어 고척돔에 익숙한 것도 강점이다. 어쩌면 이스라엘 쪽에서 의외의 실책이 나올 수도 있다. 확실하게 “이긴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의 승률이 더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