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민노예? '공룡' 원종현·임창민이 1순위
▲ 2017 WBC에서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이 기대되는 NC 원종현과 임창민 듀오 |
ⓒ NC 다이노스 |
긴 겨울을 지나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면서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장기 레이스를 위한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17시즌을 위한 담금질이 한창인 지금, 조금 이르게 불을 뿜을 준비를 마친 선수들이 있다.
바로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팀이 그 주인공이다. 현재 대표팀 구성원들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국내에서 마지막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WBC 1라운드 경기가 한국의 고척돔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WBC 경기이기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필승의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우선 지난 대회의 악몽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3년 대표팀은 1R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지난 대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호성적을 거뒀던 1~2회 WBC 대표팀의 상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006년, 2009년 대회에선 각각 4강,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국 야구팬들에게 감격을 안겼다. 당시 대표팀은 어떻게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당시 승리의 1등 공신은 화려한 타선도 막강한 선발진도 아니었다. 바로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빼어난 활약을 보인 불펜 투수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불펜진은 타선이나 선발진에 비해 큰 주목을 받기 힘든 보직이지만, 단기전의 경우 사정이 달라진다. 특히 라운드별로 선발 투수들의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는 WBC 대회 특성상 불펜의 역할은 막중하다.
2006년 대표팀 불펜에는 한-미-일 야구를 섭렵한 '대성불패' 구대성과 전천후로 활약한 박찬호, 김병현 등이 버티며 팀을 4강으로 이끌었다. 당시 대표팀 불펜은 역대 국가대표팀 최고의 불펜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좋은 전력을 자랑했다.
2009년 역시 전 대회만큼은 아니지만 정현욱이 깜짝 활약을 펼치며 반전을 선사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았던 정현욱은 이 때의 활약을 통해 '국민노예'라는 유쾌한 별명을 얻으며 단숨에 스타로 도약했다.
▲ WBC 활약을 통해 국민노예라는 별명을 얻게 된 정현욱 삼성 코치의 현역 시절 모습 |
ⓒ 삼성 라이온즈 |
이번 대회에서도 2009년 정현욱처럼 불펜에서 깜짝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NC 다이노스의 불펜 듀오 원종현과 임창민이다. 두 선수는 당시 정현욱과 여러모로 공통점을 가진다. 2009년 정현욱처럼 이제 막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초창기 힘겨웠던 무명 시절을 꿋꿋히 버텨내고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떠올랐다.
이 둘은 고척돔에서 펼쳐진 쿠바와의 평가전 2게임에 모두 출전하며 김인식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다. 특히 원종현과 임창민은 현재 대표팀 투수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실전 대회에서 중요한 '조커' 역할을 이미 예약해 둔 상태다.
WBC 대표팀 구성 초기만 해도 원종현과 임창민의 대표팀 발탁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게다가 이 두 투수는 소속팀 NC의 필승조로 자리매김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야 했다.
▲ 암도 이겨낸 원종현의 열정은 많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
ⓒ NC 다이노스 |
원종현의 경우 군산상고 출신의 유망주로 2006년 2차 2라운드 11순위로 LG에 입단했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2군을 전전하다 신생팀 NC로 둥지를 옮겼지만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신생팀 NC에서조차 좀처럼 1군 무대가 허락되지 않았다. 절치부심 끝에 2014시즌 NC 불펜의 필승조로 도약했지만 다시 한번 고난이 찾아왔다.
대장암이라는 병마가 그를 덮친 것이다. 하지만 암도 원종현을 좌절시킬 순 없었다.꿋꿋하게 항암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받은 원종현은 2016시즌 리그에서 두 번째로 빠른 속구를 던지는 불펜으로 다시 돌아왔다. (원종현 속구 평균 146.7km/h, 1위 김세현 148.3km/h)
▲ 2015시즌 이후 NC 마무리 자리를 든든히 지킨 '창민불패' 임창민 |
ⓒ KBO |
NC로 이적하기 전 히어로즈의 만년 유망주라 불리던 임창민의 경의도 극적이기는 매한가지다. 넥센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주로 2군에서 뛰던 임창민은 NC의 창단 첫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되며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이적 이후 13시즌 부터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진짜 반전은 2015시즌 이후 일어났다. 당시 불펜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이던 임창민은 마무리 김진성이 부상으로 이탈한 후 임시 마무리를 맡게 됐다.
# NC 마무리 임창민의 최근 4시즌 주요 기록
▲ 임창민의 최근 4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 케이비리포트 |
자신에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임창민은 완벽하게 살려냈다. 2015년과 2016년 두 시즌 동안 마무리에서 57세이브를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이 활약을 바탕으로 어깨에 염증이 생긴 LG 마무리 임정우를 대신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번 WBC 대표팀에 대해 예년에 비해 이름값이나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나 반전이 없는 대표팀은 없다.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변변한 1군 기록도 없던 무명의 불펜 듀오가 대표팀 불펜의 핵으로 자리잡아 상위라운드 진출의 견인차가 된다면 더 짜릿한 감동을 줄 수 있다.
주목받지 못한 많은 시간과 좌절의 순간을 이겨내고 리그 정상급 불펜으로 도약한 원종현과 임창민. 그들이 던지는 일구 일구에는 그간 짊어졌던 세월의 무게가 실려있다. 새로운 국민노예의 탄생을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