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1차전 프리뷰] 한국vs.이스라엘 투타 전력 비교
이스라엘 격파, 이용규·장원준이 키맨
금일 저녁 18시 30분. 고척돔에서 열리는 A조 한국과 이스라엘의 경기를 시작으로 2017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의 막이 오른다.
한국과 함께 A조에 편성된 팀들은 네덜란드·대만·이스라엘이다. 모두 만만치 않은 상대들로 최상의 전력을 구축했다면 C조 (미국·도미니카·콜롬비아·캐나다) 못지않은 죽음의 조가 됐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스라엘, 대만, 한국이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네덜란드만이 초호화 야수진을 구성, 무게 중심이 한쪽으로 쏠리게 됐다.
A조의 판도는 1강(네덜란드) 2중(한국, 이스라엘) 1약(대만)으로 보인다. 네덜란드도 무결점의 팀은 아니며, 지난 대회에서 한국을 제치고 2라운드에 진출한 대만 역시 무시할 정도의 전력은 아니다.
# 선발 비교 (백중세)
처음으로 안방에서 WBC를 개최하게 된 한국이 2013년의 악몽을 지우고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개막전 상대인 이스라엘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한국은 장원준을 이스라엘전 선발로 결정했다. 장원준은 지난해 27경기 15승 6패 ERA 3.32 168이닝을 기록하며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다. 85년생으로 만 31세인 그는 KBO리그 통산 315경기 112승 95패 ERA 4.08 1663.2이닝을 기록 중인 베테랑이기도 하다.
최근 장원준은 포스트시즌, 국가 대항전에서 유독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포스트시즌 통산 11경기 5승 1패 ERA 3.61을 기록 중이며, 지난해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8.2이닝 1실점 5삼진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었다.
2015년 프리미어12에서는 2경기 1승 무패 ERA 2.31 11.2이닝으로 우승에 기여했다. 현재 대표팀 선발 투수 중 가장 몸 상태가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강호 쿠바와의 평가전에서 4이닝 무실점 3삼진으로 호투했다.( 연습경기/평가전: 총 3경기 등판 8이닝 무실점)
# 장원준, 쿠바 평가전 삼진 영상
1차전에서 총력전을 펼칠 예정인 이스라엘 역시 메이저리그 경력이 화려한 제이슨 마키를 선발로 내세운다. 마키는 메이저리그 통산 377경기 124승 118패 ERA 4.61을 기록한 베테랑 투수다. 124승은 동양인 최다승을 거둔 박찬호의 통산 기록과 같다.
마키는 2015년(신시내티 9경기 3-4 ERA 6.46)을 마지막으로 한미일 프로리그에서 등판한 기록이 없다. 대신 2016년 진행된 WBC 예선에서 2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실점 6삼진을 기록하며 이스라엘의 첫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마키의 평균 구속은 130km 후반에서 140km 초반으로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하지만 속구가 아닌 싱커를 주무기로 구사하는 싱커볼러다. 싱커볼러를 많이 상대해보지 않은 KBO리그 타자들이 예상 외로 고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78년생 노장인 마키가 긴 이닝을 소화하기는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WBC 1라운드에는 65구 투구 제한 규정이 있기 때문에 어차피 선발은 5이닝조차 채우기 어렵다. 마키가 3-4이닝 정도를 버텨준다면 경기는 불펜 싸움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 불펜 비교 (한국 백중우세)
한국 대표팀 불펜진이 지난해 기록한 세이브는 무려 145세이브다. KBO리그 마무리 투수 5명(박희수, 심창민, 이현승, 임창민, 임창용)이 허리를 지키고 메이저리그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오승환이 마지막을 지킨다. 애초 오른손 선발로 활용하려 했지만 좀체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는 이대은은 불펜 활용이 예상된다.
불펜 구성은 우완 4, 좌완 2, 사이드암 2명으로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고루 선발했다. 다만 투구 스타일은 모두 비슷하다. 이현승과 박희수를 제외하면 모두 145km 이상의 빠른 공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의 투수들이다.
구위가 뛰어난 투수들이긴 하지만 예년에 비해 한 달 가량 빠른 실전 준비로 인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투수들은 상대 타자들에게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름값이나 피칭 타입 보다는 당일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한 불펜 운용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스라엘은 투수를 무려 16명이나 선발했다. 선발 자원 5명을 제외하더라도 불펜에 11명의 투수들이 대기 중이다. 그중 좌완이 4명이다. 선발인 우완 마키를 상대로 한국이 좌타자 중심의 라인업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마키가 마운드를 내려간 이후에는 좌완 불펜들을 우선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가장 주목 받았던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539경기 22승 29패 8세이브를 기록한 베테랑 좌완 크레이그 브레슬로우였지만 지난 2월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 후 스프링캠프 참가를 위해 대표팀을 고사했다. 메이저리그 불펜을 피하게 된 한국으로서는 희소식이다.
벌떼 등판이 예상되는 이스라엘 마운드에서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투수로는 딜런 액셀로드(메이저리그 59경기 9-15 ERA 5.27), 대니 브라와(메이저리그 13경기 0-0 ERA 6.23)와 조쉬 자이드(메이저리그 48경기 0-1, ERA 5.21) 등이 있다. 이 중 브라와와 자이드는 평속 95마일 대의 속구를 구사할 수 있다. 나머지는 대체로 싱글A에서 하이싱글A에서 뛰는 투수들로 구성이 되었다.
# 타선 비교 (한국 우세)
한국은 강정호, 김현수, 박병호, 추신수 등이 여러 사정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해 전원 KBO리그 선수들로 야수진을 구성했다. KBO리그의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한 점을 감안해도 타선의 짜임새나 힘은 상당하다.
평가전에서 좋은 타격감을 보인 이용규, 서건창, 손아섭은 모두 테이블 세터로 활약할 수 있는 좌타자들로 이스라엘 선발 마키를 괴롭힐 수 있는 타자들이다. 마키가 마흔살의 노장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용규 특유의 '용규놀이'가 경기의 실마리를 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타석 당 투구수: 4.13개, 11위 / 2스트라이크 이후 컨택% 92.6 , 1위)
중심 타선은 김태균-이대호를 축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균은 평가전에서 뛰어난 타격감을 보였고, 이대호는 작년 메이저리그에서 14홈런을 날린 강타자다.
문제는 중심 타자로 활용될 것으로 보였던 최형우다. 첫 국가대표 발탁에 따른 부담감 탓인지 일본에서의 연습 경기를 포함 평가전에서 총 22타수 2안타(2볼넷)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다행히 경찰청을 상대로 한 마지막 평가전에서 멀티히트(5타수 2안타)를 기록하는 등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였지만 외야 수비에서도 약점을 보였기 때문에 선발 라인업에서 빠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스라엘은 AA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는 타자들이 주축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붙박이로 활약하며 한국팬들에게 잘 알려진 선수들은 없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 많다. KBO리그 구단들이 외국인 타자로 영입한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외국인 타자들의 KBO 리그 성적표를 떠올려 보면 쉽게 상대할 타선은 아니다.
이 중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는 2012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2홈런을 터뜨린 바 있는 아이크 데이비스다.( 메이저리그 통산 665경기 81홈런 291타점 OPS 0.746) 1루수 겸 4번타자(혹은 3번)로 출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비스는 출중한 기량을 보였던 타자이지만 애리조나 풍토병인 밸리 피버를 앓은 이후로 전성기의 모습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만만찮은 파워와 선구안을 겸비하고 있다. 좌투수와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지만 홈런 한 방에 승패가 결정될 수 있는 단기전에서는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다.
데이비스를 제외하면 인상적인 파워를 가지고 있는 타자들은 없지만, 경험이 풍부한 포수 라이런 라반웨이, 코디 데커(3루수 또는 지명타자 출장 예상)와 경찰청과의 평가전에서 홈런 포함 3안타를 터뜨린 내야수 타이 켈리도 주의해야 할 타자다 .
또한 젊은 두 타자 테일러 크리거(94년생 2루수 출장 예상)와 마이크 메이어스(93년생 우익수 출장 예상)는 루상에 나가면 투수를 귀찮게 할 수 있는 빠른 주자들이다. 경찰청 평가전에서 활약한 샘 펄드는 외야에서 슈퍼캐치를 심심치 않게 보여주는 뛰어난 외야수다.
# 사실상의 2라운드 진출 결정전
이스라엘은 분명 녹록한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2차전 상대인 네덜란드에 비하면 확실히 떨어지는 전력이다. 그렇기에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대다.
문제는 이스라엘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에이스인 마키를 한국전 선발로 내정한데서 필승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승부의 관건은 “선발 마키를 얼마나 빠르게 공략할 수 있느냐”다. 경기 초반 선취점을 내며 승기를 가져온다면 기대 이상의 대승을 거둘 수도 있다. 마키가 경험 많은 베테랑이고 지난해 WBC 예선에서 좋은 성적(2경기 7이닝 1실점)을 거두기는 했지만, 한국 타자들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수준의 투수다. 다만 승리에 대한 부담이나 조바심으로 경기 초반 타선이 침묵한다면 이스라엘 벌떼 불펜에 휘둘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4년 전 한국은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 0-5 완패를 당하며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때문에 이번 대표팀은 1차전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1루수로 출장이 예상되는 이대호 정도를 빼면 야수진 전원이 고척돔에 익숙한 것도 강점이다.어쩌면 이스라엘 쪽에서 어이없는 실책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전력과 홈구장의 이점을 감안할 때 한국팀의 승리가 예상된다.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Baseball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길준영 기자 /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