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부임한 이래 가장 낮은 성적인 8위를 기록하며 전반기를 마무리한 롯데 자이언츠(이하 롯데)가 결국은 1군의 메인 코치들을 상당수 교체하며 분위기를 쇄신했다. 코칭스태프 교체는 작년의 롯데나 올해의 LG가 그랬듯이 하위권 팀들이 팀 분위기 전환을 위해 택하는 강도 높은 방법이다. 우선 공식적으로 행해진 코칭스태프 변경 내용은 아래와 같다.
* 롯데 코칭스태프 변동 현황 (赤:강등, 靑:승격)
주형광 : 3군(드림팀) 투수 > 1군 투수
염종석 : 1군 투수 > 3군 투수
서한규 : 2군 수비 > 1군 수비
박현승 : 1군 수비 > 2군 수비
김대익 : 2군 작전 > 1군 주루
안상준 : 1군 주루 > 2군 작전 (주루)
다양한 기사들의 보도와 정황으로 볼 때 이번 코치진 변동은 이종운 감독의 의지라기보다는 롯데 구단 차원에서의 문책성 인사라고 보는 것이 맞다. 작년의 CCTV 사찰 사건의 여파로 이창원 사장과 이윤원 단장을 비롯한 구단 신임 수뇌부는 현장에 간섭하는 것을 최대한 피했지만 현재 롯데의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을 필요는 있다고 본 것이다. 신임 롯데 프런트가 처음으로 시도한 현장 개입의 세부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안타는 바라지도 않아요, 실책만은 제발…
박현승 코치는 롯데에서 은퇴한 이후 3루 코치와 2군 수비코치를 맡았었던 인물. 롯데 붙박이 수비코치였던 공필성이 CCTV 사건으로 사임하게 되자 2015년부터 1군 수비코치를 맡았다. 하지만 박 코치는 헨리 라미레즈의 유격수 수비를 보는 듯한 오승택을 기술적, 심리적으로 다듬어주지 못했고 전체적인 내야 수비 역시 오히려 퇴보됐다는 평가다.
대체자로 1군으로 올라올 서한규 코치는 넥센에서 2군 수비코치와 프런트를 두루 거쳤고 2군에서는 김대륙이나 오윤석을 비롯해 좋은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들을 조련했다는 것이 고무적인 부분이다.
* More than 공필성? (2014년 풀 시즌 > 2015 전반기)
문규현 (SS) : 97.9% (7실책) > 96.9% (8실책)
정훈 (2B) : 97.8% (13실책) > 97.3% (9실책)
황재균 (3B) : 95.2% (16실책) > 96.9% (6실책)
오승택 (SS) : 92.1% (79이닝 3실책) > 91.9% (7실책) - 1루수 수비율 92.6%
박종윤 (1B) : 99.6% (3실책) > 99.5% (2실책)
* 200이닝 이상 수비한 유격수 중 오승택 다음 가는 선수는 SK 김성현(93.4%, 16실책)
그렇다면 서한규 코치는 수비에 변화를 주었을까? 박현승이 전담하던 2015 시즌 전반기와 서한규가 전담하기 시작한 2015 시즌 현재(~07.27.) 사이의 수비율 변화는 아래와 같다.
박종윤 (1B) : 99.5%(2실책) > 99.6%(2 실책)
정훈 (2B) : 97.3%(9 실책) > 97.5%(9 실책)
문규현 (SS) : 96.9%(8 실책) > 97.1%(8 실책)
오승택 (SS) : 91.9%(7 실책) > 92.1%(7 실책)
황재균 (3B) : 96.9%(6 실책) > 95.6%(9 실책)
서한규 코치가 1군을 전담한 이후 내야진의 수비는 전체적으로 박현승 시절보다 훨씬 나아진 모양. 하지만 아웃라이어가 있으니, 황재균이다. 황재균은 공필성 > 박현승 으로 바뀐 후 상당히 향상된 수비를 보여주다 박현승 > 서한규로 바뀐 후반기에 2개의 실책을 보였다. 황재균 스스로가 적극적인 수비를 지향하다 보니 생긴 것이라 생각하면 편하겠지만 잔 실수가 늘어난 것은 확실하다. 9위 였던 수비율은 현재 8위로 소폭 상승.
수비로 히트, 주루로 더 히트
안상준 코치는 2013 시즌 후 3군 드림팀 수비코치로 롯데에 합류했던 사람. 2014 시즌 후 1군 주루코치를 맡은 뒤에는 별 일 없이 첫 1군 시즌을 잘 지나가나 싶더니 ‘김대륙의 아웃 카운트 착각 사건’ 이 터졌고 결국 전반기 종료 후 2군으로 다시 내려가게 되었다.
작전과 도루 등을 담당하는 1루 코치로서 안상준을 평가하기는 미묘하다. 뛸 수 있는 주전선수가 별로 없는 롯데의 사정을 감안하면 전반기 리그 4위(74)의 도루 개수와 도루 성공률(71.2%)는 매우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아웃 카운트 착각 사건 등을 비롯해서 주루사의 빈도 역시 높아, 이 부문 리그 3위(35). 안상준 코치가 지적받은 건 아마 이 주루사 부분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김응국 3루 코치도 책임이 있다)
김대익 코치는 올해가 지도자로서 첫 해인데, 롯데에서 리드오프로 뛰었을 정도로 안상준 코치보다 1군 경험은 훨씬 풍부하다는 것이 장점. (1998 시즌에는 136안타, 0.292, 27도루를 기록하며 커리어하이 기록)
김대익 코치가 1군 주루코치를 맡고 난 다음에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은 있을까? 김대익 코치 합류 이후 시도된 도루는 8개(6경기)로 경기 대비 도루 성공 횟수는 안상준 코치 시절보다 늘어났다. 또한 도루의 성공률은 72.6%로 리그 전체 2위에 위치하며 이전보다 나아진 상황이다. 하지만 6경기에서 6번의 주루사를 기록하며 리그 2위에 오른 것은 아쉬운 부분. (앞서 언급했듯 주루사는 김응국 코치에게도 책임이 있다)
염종석 코치
마지막으로 이번 코칭스태프 교체의 메인 화두인 투수코치 부분을 살펴보자. 신생팀 kt를 제외하고 최하위인 팀 평균자책점(5.05)과 피안타율(.295) 뿐 아니라 리그 2위의 블론세이브(11개)와 WHIP(1.54) 등 현재 롯데 투수진의 상황은 앞서 언급된 수비나 주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 투수코치가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 (이상 전반기 성적)
일단 염종석 코치의 1군 투수코치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2군 투수코치로서의 실적은 거의 없다시피. 염종석이 2군 투수코치를 맡은 2011년부터 롯데에 지명된 투수들은 아래와 같은데, 오승택이나 홍성민처럼 1군에서 젊은 선수로서의 역할이라도 수행한 선수는 전무하다시피 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이재곤이나 이상화같은 나이가 차가는 선수들의 단점을 잘 고쳐주는 것도 아니다.
* 버뮤다 상동지대 (푸른 색은 1군에 콜업 경험이 있는 경우)
2011년 이전 : 이재곤, 이상화, 강승현, 최대성, 하준호, 김대우…
2011년 : 김명성, 이경우, 장국헌, 양동운, 이지혁, 문양식, 이정담, 백왕중
2012년 : 김원중, 김성호, 박휘성, 유정민
2013년 : 송주은, 박진형, 구승민
2014년 : 김유영, 문동욱, 이인복, 심규범, 김태석
2011년 이후 지명선수들 가운데 1군 무대에서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없다.
타구단의 경우 30이닝은 물론이요, 주전 자리까지 확보한 선수들도 있건만. 이 정도면 스카우팅팀의 선수 선발 능력과 투수 코치진의 육성 능력 모두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롯데보다 먼저 지명된 투수들 제외하고 1군에서 30이닝 이상 던진 투수
2011년 : 서진용(SK), 이태양(NC), 홍건희(KIA), 임정우(LG), 김대우(넥센)
2012년 : 임준섭(한화), 변진수(두산),
2013년 : 손정욱(NC), 함덕주(두산), 박준표(KIA)
2014년 : 없음 (먼저 지명된 선수 중에 하영민, 박세웅이 있다)
롯데에서만 뛰면서 93승을 기록하고, 1992년 롯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하는 등 선수로서는 흠 잡을 부분이 없지만 2군 코치로서 육성능력을 평가할만한 성공작은 눈에 띄지 않는다. 롯데 투수진 중 젊은 편인 이성민, 홍성민, 박세웅 등은 모두 타 팀에서 수혈해 온 선수들이다. 특히 아쉬운 점은 현재 투수진 중 롯데 팜 출신의 가장 젊은 선수는 다름 아닌 이상화와 이재곤이다.
전반기 롯데의 선발진의 퀄리티스타트 횟수는 35번으로 리그 3위지만 기량이 어느 정도 차 있던 선수들인 린드블럼(12)과 레일리(11), 송승준(9) 3인방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 선수들이 만든 QS는 3번뿐.
선발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심수창이나 박세웅의 보직을 제대로 정해주지 못한 모습도 있으며 (박세웅과 심수창의 경우 이종운 감독의 판단착오가 크다.) 젊은 선수들인 홍성민, 박세웅, 이성민 등을 전혀 조련하지 못한 부분도 염종석의 없다시피 한 실적을 반증한다.
염종석 코치와는 달리 주형광 코치는 평판이 좋은 편이다. 2011년과 2012년 두 시즌동안 양승호 감독, 가득염 코치와 함께 ‘양떼 불펜’ 을 만들고 운영하는데 1등 공신이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 특히 최대성이나 진명호, 김사율 등 기존에 제 활약을 못하고 있던 롯데 팜 출신 선수들을 키워내 기용한 점도 돋보인다. (염종석 코치와 대비되는 사례다.) 즉, 현재 매우 불안한 불펜을 정리하면서 박세웅을 비롯한 젊은 투수들을 키워내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2012년처럼
그렇다면 2011년과 2012년 당시 주형광과 가득염 코치가 만들어낸 ‘양떼 불펜’ 은 어떤 것인가? 만년 유망주에서 불펜 요원으로서 성장한 최대성과 이명우, 김사율, 진명호에 FA로 영입된 정대현과 이승호, 원래부터 불펜을 지키고 있던 강영식 등이 모두 활약하며 팀 평균자책점 2위(3.48)로 구단 역사상 최저 ERA를 기록한 투수진을 말한다. (롯팀 평균자책점은 2008년의 3.64, 투수코치 아로요) 그 불펜이 진가를 발휘한 것은 이대호가 있었던 2011년이 아닌, 그가 떠난 이후인 2012 시즌 때였다.
* 아 옛날이여 (2012 롯데 불펜)
정대현 : 24경기 28.1이닝 2승 5홀드 1세이브 ERA 0.64
이명우 : 74경기 52.2이닝 2승 1패 10홀드 ERA 2.56
강영식 : 55경기 41.2이닝 2승 10홀드 ERA 3.89
이승호 : 41경기 48.2이닝 2승 3패 1홀드 ERA 3.70
진명호 : 23경기 60이닝 2승 1패 1홀드 ERA 3.45
최대성 : 71경기 67.2이닝 8승 8패 17홀드 1세이브 ERA 3.59
김성배 : 69경기 53.1이닝 3승 4패 14홀드 2세이브 ERA 3.21
김사율 : 50경기 45.1이닝 2승 3패 1홀드 34세이브 ERA 2.98
* 2015시즌 전반기 롯데 불펜의 3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는 홍성민 뿐 (ERA 3.88)
당시 불펜진 운용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일단 주력으로 사용하는 불펜 요원들이 연투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당시 양승호 감독이 지휘하던 롯데의 주력 불펜은 단연 최대성과 김성배였다. 당시 김성배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선수라면 올시즌 홍성민과 이성민을 꼽을 수 있지만 그 역할과 이닝의 소화 방식 역시 많이 달랐다.
2012년의 김성배와 최대성은 팀 경기 수의 절반 가깝게 소화했지만 상당히 관리 받으면서 올라온 편에 속한다. 이들이 한 시리즈(3경기)에서 개근한 경우는 각각 2번, 0번 이었다. 1주일에 많은 등판을 하는 경우라도 2이닝을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홍성민과 이성민은 다르다. 홍성민은 전반기가 막 끝난 지금 43경기 53.1이닝을 소화했다. (김성배가 2012 시즌 53.1이닝) 선발등판이 아예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리즈 개근이 1회 존재하며(우천취소가 많았던 전반기임을 감안하자) 2이닝 이상 던진 경기도 6번이나 된다. (이 중 2번은 4.1이닝씩을 소화)
이성민을 살펴보자. 올해 5월 3일부터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 된 이성민은 kt 소속으로 뛴 12.2이닝을 제외하면 전반기 종료까지 롯데에서 27경기 35.2이닝을 소화했다. 롯데 이적 이후 시리즈 개근 1회를 비롯하여 경기당 1이닝을 넘게 던졌다. 이성민의 경우는 셋업맨을 맡다 6.19. 두산전을 시작으로 임시로 마무리 자리를 맡고 이후 8경기에서 ERA 6.09, 피안타율 0.490, 3번의 블론세이브라는 참혹한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위 사례로 종합해 보았을 때 염종석 코치를 3군으로 내리고 주형광 코치를 1군으로 올린 것은 롯데 프런트 입장으로서는 상당히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주형광 코치가 메인 투수코치를 맡은 뒤 두 시리즈 간 전체적인 투수진은 안정화된 모습을 보였다. 6경기 27실점, ERA 4.26으로 이는 전반기 ERA(5.05)보다 훨씬 나아진 편. 심수창과 김성배가 시원하게 맞아나간 경기가 있었음을 감안하더라도 선발진을 상당히 안정화시킨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단, 고령의 불펜은 아직까지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 주형광 1군 합류 이후 롯데 선발진 성적
레일리(vs NC) : 9이닝 5피안타 1실점 (승리)
송승준(vs NC) : 5이닝 4피안타 2실점 (패전)
심수창(vs NC) : 2.2이닝 6피안타 5사사구 8실점 (패전)
린드블럼(vs KIA) : 6이닝 4피안타 1실점 (ND) – 불펜 2.1이닝 8실점 (이성민/김성배 3실점씩)
박세웅(vs KIA) : 6이닝 6피안타 1실점 (승리)
레일리(vs KIA) : 7이닝 5피안타 1실점 (ND) – 이범호 9회 동점 솔로 홈런(vs 홍성민)
하지만 아무리 코치진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도 결국 팀의 선장은 이종운 감독이다. 그간 여러가지로 초보감독으로서의 미숙함을 노출하던 이종운 감독이 남은 시즌의 방향을 확실히 잡고 거기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팀이 재건되는 것을 증명해야 팀 프런트 뿐 아니라 팬들의 마음까지 붙잡을 수 있을 것이다. (롯데는 코칭스탭 개편이후 후반기 8경기에서 5승 3패, 최근 4연승을 거두며 7위 KIA를 반경기차로 추격 중이다.)
김범규 객원기자 (롯데 자이언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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