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여름이 싫은 김성근호, 올핸 어떨까?
2015-08-04 화,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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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에어컨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는 여름이다. 일반인도 이런 날씨에는 지치기 마련인데 뜨거운 그라운드에 나가서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얼마나 더울까? 이를 위해 야간에 경기한다고 하지만, 야간에도 높은 습도와 기온으로 기운이 빠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뜨거운 여름날 잘 나가는 ‘삼성’ 같은 팀이 있고, 지난 몇 년간 여름만 되면 거침없이 뒤로 가는 ‘KIA’ 같은 팀도 있다. '2015 프로야구' 화제의 중심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아니 김성근 감독이 맡았던 팀의 여름 성적은 어땠을까?
SK 왕조 시절을 이끌던 김성근 감독 (사잔: SK 와이번스)
물론, SK와 한화의 선수 구성은 전혀 다르지만, 초반부터 선수들을 강하게 채찍질해 많은 승수를 올리는 전략을 취하는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2팀이기에 김성근 감독이 2007년 부임부터 2011년 8월 17일 해임까지 지휘한 SK의 여름 승률을 살펴보는 것은 올시즌 한화의 여름을 예측해볼 수도 있는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단 한 번도 여름 승률이 좋지 못했던 김성근의 SK
위 표는,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SK의 전체 승률과 여름(7월부터 8월)의 승률이다. 표를 봐도 바로 알 수 있지만, 김성근의 SK호의 여름 승률이 최종 승률보다 높았던 적은 단 한 시즌도 없다. 특히, 성적이 좋지 못한 시기가 7월이다. 8월에는 5시즌 총합 48승 36패의 전적으로 .571의 비교적 높은 승률을 올렸지만, 7월에는 45승 49패의 전적으로 승률 5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479의 승률에 머물렀다.
여름에 좋지 못한 성적을 올린 이유는 투수들이 지쳐서일까? 타자들이 지쳐서일까? 먼저, 투수력을 살펴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1시즌 평균자책보다 여름 평균자책이 좋았던 시즌은 단 1시즌도 없다. 그나마 2007년과 2011년의 평균자책이 전체 평균자책과 큰 차이가 없었던 수준이다. 특히, 2008시즌은 시즌 평균자책과 1점 이상 차이 날 정도로 여름에 투수들이 부진했다.
OPS를 살펴보면, 2007년과 2011년에는 여름에 더 좋은 기록을 보였고, 2008년과 2010년은 유의미한 차이를 이야기할 정도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OPS 5푼 이상의 비교적 큰 차이를 보인 시즌도 없었으며, 가장 큰 격차를 보인 시즌은 2009년의 2푼 4리 정도다.
앞서 시즌별 여름 승률을 살펴봐도 알 수 있지만, 7월에 특히 투타의 성적표가 좋지 못하다. 5시즌 평균 7월 평균자책은 4.16, 8월 평균자책은 3.87, 5시즌 평균 7월 OPS는 .748, 8월 OPS는 .787로 나타났다.
2015년 한화의 7월은 어땠을까?
<2015시즌 한화의 현재 기록과 7월 기록 비교/8월 5일 기준>
8월 6일 기준, 한화는 정확히 5할 승률(49승 49패)을 기록중이다. 7월에는 5할 승률에서 1승이 모자랐다. 시즌 승률과 7월 승률의 격차는 크지 않지만, 문제는 내용이다. 무엇보다도 7월에 투수력이 좋지 못했다. 현재 경기당 평균실점 5.50으로 리그 7위에 있는 한화는 7월에 경기당 6점을 내주며 KIA 다음으로 좋지 못한 투수력을 보였다. 평균자책 순위도 두산과 거의 격차가 없는 8위지만 7월에는 kt 다음으로 좋지 못한 9위로 나빠졌다.
이처럼 투수력이 무너진 것은 핵심 불펜 요원인 권혁, 박정진, 송창식의 7월 성적이 그리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7월에 가장 많이 등판한 권혁은 7월에 평균자책이 5.95로 좋지 못했고, 박정진도 3.26의 7월 평균자책으로 2.77에 불과한 자신의 평균자책보다 좋지 못했다.
특히, 송창식의 성적이 좋지 못하다. 3~4월에 4.61의 평균자책, 5월에 5.14, 6월에 5.14였던 송창식의 평균자책은 7월에 9.69로 굉장히 좋지 못했다. 그나마 윤규진이 시즌 초 45일가량 공백이 있었던 덕분인지 7월 성적이 2.45의 평균자책(FIP 3.60)으로 좋은 편이다(단, 6월에는 1.37의 평균자책).
승리와 패전 차이는 시즌 전체나 7월이나 불과 1승 차이에 불과했지만, 내용이 좋지 못했다는 점에서 김성근 감독이 지휘한 SK와 한화는 ‘여름에 약했다’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이는, 결국 시즌 초부터 많은 이닝을 던지는 불펜투수들의 피로가 누적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SK시절 김성근 감독이 남긴 9월 성적은 놀라울 정도다. (사진:한화 이글스)
그러나 김성근호의 여름 성적이 나빴다고 한화 팬들이 절망할 필요는 없다. 7월보다는 8월 성적이 더 좋았으며, 무엇보다도 김성근의 SK는 9월 이후에 강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SK의 9월 이후 승률은, ▲2007년 - .667(10승 5패) ▲2008년 - .690(20승 9패) ▲2009년 - .933(14승 1패) ▲2010년 - .579(11승 6패)로, 4시즌 통산 55승 21패의 전적, .724의 엄청난 승률을 보인 바 있다. 여름에 피로가 누적된 투수들의 체력을 다시 채우는 김성근 감독만의 ‘매직’이 있었던 걸까?
한화의 8월 이후 전망도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불의의 사구로 공수의 핵심인 이용규가 타선에서 사라졌지만, 이르면 8월 중순, 늦어도 9월까지는 복귀할 것으로 보이며, 거물급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도 영입했고, 부상 선수들도 속속 복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화 팬들에게 여름은 잔인했지만,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희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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