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데려온 외국인 타자들의 성과는 매우 화려했다. 3년을 뛴 에릭 테임즈는 마치 놀란 아레나도(콜로라도)처럼 해마다 37홈런 이상을 때려냈고, 121타점 이상씩 꼬박꼬박 해줬다. 2015년에는 40-40 클럽까지 가입하는 면모까지 선보이며 신들린 활약을 펼쳤다. 뒤를 이은 스크럭스 역시 2년간 61개의 홈런을 쳐주면서 준수하게 활약했다.
하지만 작년, 팀 성적이 추락함과 동시에 스크럭스 또한 2년차 부진에 휩싸였다. 26개의 홈런을 때리긴 했지만, 5할대 아래로 떨어진 장타율과 무너진 선구안으로 미덥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창단 후 외국인 선수 세 명이 동시에 흔들린 적이 처음이었는데, 스크럭스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결국 스크럭스와 팀은 2018시즌 종료 후 인연을 정리했다.
외국인 농사에 첫 쓴맛을 본 NC는 창단 후 세 번째 외국인 타자를 맞아들였다. 작년 무너진 자존심의 회복이라는 과제와 함께 신구장 첫 시즌을 맞은 NC는 공들여 선수들을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했고, 새로운 외국인 타자의 자리에는 크리스티안 베탄코트가 선택됐다.
# HISTORY
파나마에서 태어난 베탄코트는 2008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해외자유계약을 통해 입단했다. 당시 만으로 16살의 나이였던 그는 도미니칸 서머리그에서 첫 선을 보였고, 34경기에 출장해 활약했다. 장타력이 없어 OPS는 낮았지만, 2할 7푼대에 근접한 타율을 보여줬다.
다음해에 루키리그로 자리를 옮긴 베탄코트는 미국리그에서의 첫 홈런을 뽑아내며 활약했다. 이 해 그는 걸프 코스트 리그와 아팔란치아리그에서 활약하며 .277 .342 .446 4홈런 27타점을 올리며 정확성과 갭파워를 보여줬다. 본격적인 마이너리그 진입 전에 눈도장을 받았다.
이듬해 이어진 싱글A 시즌, 베탄코트는 타격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루키 레벨에서는 어느 정도 볼넷을 골라냈는데, 싱글A에서부터 갑자기 3분의 1수준으로 폭락을 했다. 타율도 .251에 그치면서 공격에서 전혀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싱글A에 남아 다음 시즌을 맞았다.
2011년 절치부심하며 싱글A에서 54경기에 나와 .303의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다음 레벨인 하이싱글A에서는 또 실망스러운 타격성적과 함께 3볼넷/35삼진이라는 경악스러운 볼넷-삼진 비율을 남겼다. 그래도 시즌 중에는 부진했지만, 에리조나 가을리그에 참가, 19경기 5홈런을 몰아치며 다음 시즌의 기대치는 높였다.
하지만 더블A에 올리자 베탄코트의 타격은 다시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돌아갔다. 포수임을 감안하더라도 2/2/2라는 낙제에 가까운 비율지표를 나타냈을 뿐이었다. 그가 수비력으로 탑클래스의 유망주에 올라서고 매해 승격을 이뤄내긴 했지만, 빈약한 공격력은 수비를 감안하더라도 상위레벨에서의 생존을 장담하기 어렵게 할 정도였다.
2013년 그래도 더블A에서 90경기에 나와 12개의 홈런과 함께 .277의 타율을 기록하며 활약을 했고, 팀은 그에게 시즌 말미 메이저리그 데뷔 기회를 제공했다. (1타석 1삼진) 12시즌이 끝나고 더블A 수련이 더 필요했음에도 40인 로스터에 오른만큼 팀에서 기대가 컸던 선수였는데, 비록 마지막 순간 짧은 기회를 주긴 했어도 베탄코트 육성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2014시즌 IL의 그윈넷(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 베탄코트는 타격에서 곧바로 적응을 해내는 모습을 보였다. 투수친화리그에서 .283의 타율과 8홈런을 치는 활약을 펼쳤고, 마침 메이저리그에서도 에반 개티스의 부상이 있자 그 자리에 그를 불러올렸다. 메이저리그에서는 31경기에 나와 9개의 타점을 올리는 등의 활약으로 MLB 팀에서도 좀 더 입지를 넓혔다.
작년 활약을 지켜본 구단은 그를 2015시즌 주전 포수로 낙점하지만, 타격에서의 부진과 함께 패스드볼 남발(강등 당시 6개)로 인해 주전자리를 잃고 5월말 강등조치됐다. 트리플A에서는 맹타를 휘두르긴 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8월말에 승격을 이루긴 했지만, 별달리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채 시즌은 끝났다. 특히 수비에서 큰 약점을 보였다는 점이 그에게 뼈아픈 시즌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결국 애틀랜타는 그를 포기했고, 베탄코트는 샌디에고로 둥지를 옮겼다. (당시 트레이드 상대는 현 LG 투수 케이시 켈리) 샌디에고 시절은 투타겸업으로 잠시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투수로서는 실패했고 백업포수로서도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작년엔 밀워키와 계약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 서지 못했고, 그 후 한국무대로 발걸음을 옮기게 됐다.
# 플레이스타일
입단 당시부터 베탄코트의 강점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있었다. 수비로는 메이저리그 수준에서도 준수할 것이라는 기대치를 받았다. 샌디에고 시절에는 포수 외에도 투수와 외야수, 2루수 등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본 이색 경력까지 갖췄다. 당시 '이도류' 오타니에 빗댄 '삼도류'로 국내언론이 표현했었다. 다만 메이저리그 레벨에 와서야 다른 포지션에서 활약한만큼 기본기 면에서는 큰 불안요소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공격 부분에서는 '뛰어난 수비력에도 불구하고 상위리그에서 생존에 지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평이라고 보면 될 정도였다. 커리어 초반의 싱글A와 더블A 초기에만 해도 그런 이미지가 이어졌다. 초기 시즌에는 승격 직후 공격에서 감을 잡지 못해 콜업속도가 더디기도 했었다.
다만 2013-15년 보여준 미시시피(애틀랜타 산하 더블A)와 그윈넷(트리플A)에서의 활약은 훌륭했다. 싱글A 이후 볼넷창출능력은 여전히 실망스러웠지만, 라인드라이브 히터로 나름 활약하고 정확성을 기반으로 활약을 해줬다. 특히 2015시즌에는 수비에서 실망감이 있었을뿐 타격은 마이너리그 수준을 졸업해도 무방하다할 정도의 활약을 했다. (15시즌 트리플A 52경기 .327 .359 .480 4홈런 25타점) 작년에는 콜로라도 스프링스라는 타자친화적 구장을 홈으로 쓴 부분이 있었긴 했지만 20홈런에 성공하기도 했다.
타격에서 명백히 발전한 모습은 있었지만, 그의 선구안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 정도였다. 타석에서의 모습은 성급한 편이며 존을 벗어나는 공에도 매우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타입이다. 싱글A에서부터 문제가 된 부분이었으며 지금 와서 고치기에도 쉽지 않은 플레이스타일이라 볼 수 있다.
종합해보면 배드볼 히터에 수비 측면에서 기본기 부족이 눈에 띄는 선수로 볼 수 있다. 우선 기대할 곳은 13-15시즌의 정확성, 그리고 PCL에서 뛴 것을 감안하더라도 작년 첫 5할대 장타율을 찍은 장타력의 개안이 KBO에서 나타나며 타격에서 공헌하는 것이 베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 KBO 외국인 타자들과의 비교
전임자 스크럭스와는 접근법이 다른 타자다. 인내심의 부분이나 홈런포에서 강점이 있던 스크럭스에 비해 베탄코트는 빠르게 치려는 성향과 정확성에 초점을 더 맞춘다. 작년 타자친화구장에서는 어느 정도 장타도 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NC에서 바라는 부분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거포로 30개를 넘는 홈런을 우선 기대받은 스크럭스와 달리, 베탄코트는 정확도 높은 컨택과 20개 이상의 홈런, 그리고 유틸리티 능력으로 공헌하는 것을 기대받고 있을 것이다.
두산에서 악몽과도 같았던 파레디스의 KBO에서의 족적은 경각심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커리어 내내 자신의 존 설정 없이 일단 배트가 나가고 보는 타자였는데, 베탄코트 역시 싱글A 시절부터 그런 성향이 보였기 때문이다. 좋은 공을 기다리는 인내심 없이 혼자 급해서 투수들의 변화구에 속아주게되면 커리어가 꼬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제까지 불확실한 생존 경쟁 환경에서 주로 프로생활을 이어온 측면이 있는데, 당장은 한국의 1군에서 자리와 기회를 보장받을 예정인 베탄코트가 타석에서도 인내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해야할 것이다.
번즈 역시 파레디스와 비슷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차분히 자신만의 존을 형성해야 하며, 한국 투수들의 변화구에 쉽게 속아주면 커리어를 이어가기 곤란하게 될 것이다. 파워툴을 한층 더 발전시켰지만 결국 수비불안과 함께 인내심 부족으로 롯데와 결별할 수 밖에 없었던 번즈의 사례 역시 그냥 넘어갈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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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전포인트
▲ 베탄코트의 타구 히트맵
우선 개막시리즈 첫 타석부터 맥과이어를 상대로 홈런과 안타를 뽑아낸 부분에서 보여준 스윙은 인상적이었다. kt전에서도 홈런을 뽑아내면서 기세를 올리던 차에 아쉽게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했다. 복귀에는 조금 시일이 걸릴듯 하지만, 아직 그에 대한 분석이 완료되지 않았을 시점이라 돌아와서도 타격감만 유지한다면 당분간은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분석을 통해 성향을 간파당하고 한국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가 오면 반드시 고비가 올 것으로 보인다. 약점을 파고들기 전에 한국무대에서의 자신만의 존 설정이 완료가 되어있어야만 고비를 잘 넘기고 KBO 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팀 외국인타자 선배인 테임즈가 KBO 경력 이전에는 변화구 대처에 크게 어려움을 겪었는데, 한국에서 이 문제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심리적 안정감이 베탄코트에게 타석에서 기초를 잘 다질 수 있게할지 주목해봐야할 것이다.
주로 1루로 나서겠지만, 나성범의 부상으로 우익수로 나온 적도 있는 등 베탄코트의 수비 포지션은 선수관리 부분에 이슈가 될 것이다. 특히 그가 들어갈 것으로 고려되는 포지션에 포수도 포함이 되는만큼 더 그렇다. 여기에 여러 수비 위치 소화로 인해 타격에도 지장을 주면 안될 것이다. 코칭스태프에서 체력부분이나 컨디션 등을 잘 관리해 타격에서 받을만한 영향들을 최소화해주도록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유틸리티 능력이 있어도 베탄코트에게 우선 기대하는 것은 타격이다.
일단 복귀 직후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은 모습이 이어졌다. 선수단 피로로 인해 급하게 올린 부분도 감안해야 하지만, 언제까지 감안해줄 사유가 아니다. 아직 시간은 있지만 자신이 좀 더 부진을 깨고 나오는 모습이 필요하다. 사실 개막전 3타수 2안타 이후 10타수 1홈런에 그쳐있고 복귀 직후 3경기 연속 멀티삼진이라는 것은 전후 사정 다 고려해도 좋지 않다. 우선은 시간이 좀 더 주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어디에서 뛰든 실전감각을 찾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새출발을 천명한 NC는 지금까지의 타격 성적으로만 보면 의문점이 컸던 베탄코트를 영입했다. 마침 작년은 NC 외국인 스카우트팀이 첫 실패를 맛봤다고도 할 수 있는 시즌이라고 할 수 있었다. 베탄코트는 실력으로 NC 스카우터들의 눈과 신축구장 첫 시즌을 맞아 기대치가 한껏 오른 팬들의 기대에 화답해야하는 미션을 받았다. 그가 과연 작년의 어두움을 청산하고 신축구장 시대의 빛을 비출 수 있을지 주목해봐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