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의 포수 박세혁, 대체 얼마나 빠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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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 포수 사관학교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계승자, 박세혁. © 두산 베어스
두산(OB) 베어스는 전통적으로 좋은 포수들을 많이 배출해왔다. 김경문, 조범현을 시작으로 김태형,
이도형, 최기문, 진갑용, 홍성흔 등을 배출했고, 최재훈도 두산의 시스템이 키워낸 선수다. 그 덕에 베어스는 ‘포수 사관학교’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그런 베어스의 모든 역량과 정수가 총 결집된 선수는 작년까지 두산의 안방을 굳건히 지켰던 양의지다. 공격력과 수비력, 리더십 등 포수가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모두
갖춘 초대형 포수인 그는 4년 125억을 받으며 NC로 이적했다.
‘화수분 야구’, ‘포수
사관학교’로 불리는 두산이더라도 역대급 포수의 반열에 올라선 양의지의 공백을 채우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양의지가 이적하고 반년 정도가 지난 현재, 두산은
박세혁이라는 포수로 양의지의 빈 자리를 훌륭하게 메우는 데 성공하며 ‘화수분 야구’, ‘포수 사관학교’의 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박세혁은 현재 양의지에 이어 리그 포수 중 WAR 2위, 리그 야수 WAR 11위(6월
6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이런 박세혁의 활약은 어떻게 보면 예측(?)이 가능했다. 다음은 박세혁이 군 제대 이후 본격적으로 1군에서 백업 포수로 활약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의 기록이다.
▲ 박세혁의 16~19 WAR, WAA with ADJ, RAA with ADJ.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박세혁은 백업 포수였음에도 17, 18시즌 1을 넘거나 1에 육박하는 WAR을
기록했는데, 이는 웬만한 주전 포수들의 기록보다 뛰어난 기록이었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수비에서는 16시즌부터 두각을 보였는데, WAA가
누적 기록이고 박세혁이 주전 포수들에 비해 이닝이 현저히 적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비력을 보여줬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그의 RAA는 그가 평균 정도의 포수보다 수비를 통해 팀에게
한 시즌 4~5점 정도의 실점을 평균적으로 줄여준 것을 보여준다.
이런 박세혁은 보통의 포수들과 매우 큰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보통
포수를 떠올리면 다소 살집이 있는 듬직한 체형과 그로 인한 느린 발 등을 연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박세혁은 중견수나 센터 내야수를 떠올리게 하는 호리호리한 체형과 포수라고 믿을 수 없는 빠른 발을 자랑한다. 박세혁은
16시즌 17개, 17시즌
20개의 도루를 기록했던 팀 동료 외야수 박건우보다 순수 주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발이
빠르다. 그런 덕인지 박세혁은 ‘빡세라티’, ‘포르세혁’ 등의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체형과 빠른 발, 뛰어난 수비력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와 동시기에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한 포수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 주인공은 도루하는 포수로 불렸던 제이슨 켄달. 박세혁은
좌타자, 켄달은 우타자라는 차이점이 있지만, 이 둘은 빠른
발로 인해 프로 레벨에서도 외야수로 활용됐던 전적이 있다는 점, 야구인 2세이며 아버지와는 다르게 발이 빠른 선수라는 점마저 흡사하다.
그렇다면 박세혁이 가진 빠른 발은 역대 포수들 중에서 얼마나 특별할까? 선수의
주력, 베이스러닝 등 스피드에 대한 스탯을 기반으로 박세혁의 특별함을 알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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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3루타 기록. ©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우선 알아볼 것은 클래식 스탯인 3루타. 박세혁은 시즌 초반 3루타 행진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던 전적이
있다. 현재까지 리그 3루타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세혁이
기록 중인 3루타는 5개.
이는 역대 포수 한 시즌 최다 3루타 타이기록(93년
OB 박현영, 89년 삼성 김성현)이다. 아직 80여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팀 상황을 감안하면 기록 갱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역대 3경기 연속 3루타 달성자 목록. © KBO 기록실.
또한 박세혁은 올해 4월 19, 20,
21일 광주 KIA전에서 3경기 연속으로 3루타를 기록했는데, 이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포수로는 최초 기록이며
KBO 역대 최다 연속 경기 3루타 타이기록이다. 故 장효조 감독이 84년 최초로 기록해 단 7명만이 달성했던 기록(박세혁 8번째)으로, 박세혁 이전 가장 최근의 기록 달성자는 2011년의 고종욱이었다.
그다음으로 살펴볼 스탯은 세이버 스탯인 스피드 스코어. 스피드 스코어(Spd)는 세이버메트릭스의 대부라고 불리는 빌 제임스가 고안한 주루통계지표로 단순 주력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선수의 주루 센스, 루상에서의 판단력 등의 베이스 런닝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스탯이다.
도루성공률, 도루시도율, 3루타
비율, 출루 시 득점 비율, 병살 회피율을 이용해 선수의
주루 능력을 0-10 스케일로 평가하는데, 점수가 높을수록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보통 7점 이상은 훌륭한 주자, 6~7점 사이는 좋은 주자, 5~6은 평균 이상, 4~5는 평균, 3~4는 평균 이하, 2~3은 나쁜 주자, 그 이하는 최악의 주자로 평가한다.
▲역대
포수 스피드 스코어 Top 11. © 스탯티즈.
2019년 현재까지 규정 기록을 채우고 있는 박세혁이 기록하고 있는
스피드 스코어는 5.7. 이는 규정 기록을 채웠던 모든 포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다. 박세혁은 KBO가 시작된 이래 현재까지 뛰었던 포수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주루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는 포수인 셈이다.
포지션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박세혁의 기록은 평균 이상 내지는 좋은 주자로 평가하는 수준의 기록이며, 현재 리그에서는 12위(1위
고종욱 8.2)에 해당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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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혁의 16~19 스피드 스코어. © 스탯티즈.
또한 박세혁은 백업포수로 활약하던 기간에도 포수로는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을 수치의 스피드 스코어를 꾸준히 기록했고, 포수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평균 이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수치를 기록해왔다.
물론 박세혁은 가진 순수 주력과 베이스 위에서의 능력에 비해 도루 개수(19시즌
3도루, 1도루실패)가
적다. 하지만 박세혁은 올해 처음으로 주전 기회를 받은 선수기에 체력적 안배를 위해 도루 시도를 하지
않고 있을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의 능력과 전적, 특히
작년의 기록(5도루, 0실패)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두 자릿수 도루를 달성할 수 있을 선수다. 충분히 운만 따라주고, 선수 본인이 기록 달성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2001년 박경완이 달성한 21개의 도루를 언젠가는 갱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박세혁과 흡사한 점이 많아 비교했던 제이슨 켄달은 기나긴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단 5명 밖에 존재하지 않는 2000+경기 출장 포수이며, 포수 통산 출전 횟수 5위(2025경기, 1위 이반 로드리게스 2427경기)에
올라있는 전설적인 포수다. 과연 박세혁은 KBO의 제이슨
켄달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