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외국인선수 리포트] ⑭ KIA 타이거즈 투수 조 윌랜드
'NPB 14승' 윌랜드, KIA 선발진 구세주?
지난해 5위에 그친 KIA 타이거즈는 시즌 후 외국인 투수를 전원 교체했다. 워낙 부진했던 팻딘은 일찌감치 교체가 결정되었고 17시즌 20승을 거두는 등 리그 정상급 이닝이터로 활약한 헥터와는 재계약에 무게를 실었지만 개정된 세금 규정으로 KBO리그에서 뛰는 도미니카 국적 선수들에게 이중과세가 적용되며 재계약은 무산되고 말았다.
3시즌 간 46승을 거둔 헥터와의 작별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마운드 강화를 위해 외국인 투수진 재구성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KIA 외국인 투수들이 합작한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5.1로 10개 구단 외인 투수 조합 중 가장 낮았다.
팻딘은 말할 것도 없고 헥터 역시 피장타율이 급상승하며 앞선 2년 처럼 안정감있는 투구를 보이진 못했다. 세금규정의 변화가 없다고 하더라도 헥터의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운 시점이었다.
결국 KIA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외국인 원투펀치를 모두 새 얼굴로 교체했다. MLB 아마추어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 출신인 제이콥 터너와 함께 올시즌 KIA의 마운드를 이끌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 낙점된 것은 지난해까지 두 시즌 간 일본프로야구를 경험한 조 윌랜드(총액 100만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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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네바다 주 레노에서 태어난 윌랜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2008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 4라운드라는 꽤 높은 순위에 텍사스에 지명됐다. 지명 직후 애리조나 가을리그에 출전한 윌랜드는 5승 1패 ERA 1.44의 좋은 성적으로 강렬한 첫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2009년과 2010시즌 싱글A 레벨에서 크게 흔들렸다. 첫 단계였던 싱글A에서는 5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이듬 해에는 싱글A에서 적응(15경기 89이닝 7승 4패 3.34)하는 모습을 보이며 하이싱글A로 승격됐지만 다시 고전하는 모습(11경기 ERA 5.19)을 보이며 주춤했다.
다행히 2011시즌은 이전 2년과는 달랐다. 하이싱글A팀이 기존 베이커스필드에서 미르티 비치 구단으로 바뀌었고 윌랜드 역시 새 팀에서 14경기 85.2이닝을 투구, ERA 2.10의 뛰어난 성적을 남기고 더블A로 올라갔다.
더블A에서도 7경기 등판 44이닝을 투구하며 ERA 1.23으로 승승장구 하던 중, 그의 신변에 변화가 생겼다. 당시 우승에 도전하던 텍사스 구단이 특급불펜이던 마이크 애덤스를 영입하기 위해 로비 얼린과 그를 파드리스로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 합류한 더블A팀에서도 5경기 26이닝 3승 1패 2.77의 성적으로 흔들림없이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2년에는 트리플A 2경기 후 곧바로 메이저리그 데뷔까지 이루며 탄탄대로를 달리는듯 했다. 하지만 부상이 문제였다.
5경기만을 치른 윌랜드는 팔꿈치 부상으로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됐고, 잔여시즌과 이듬해 정규시즌을 모두 날렸다. 2014년에는 또 팔꿈치 관절경 수술을 받으며 좀처럼 부상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해 9월 확장로스터 때 복귀에 성공한 윌랜드는 감격적인 메이저리그 첫 승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윌랜드 메이저리그 시절 투구영상
하지만 감격도 잠시, 생애 두 번째 트레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켐프와 야스마니 그랜달이 핵심이었던 트레이드에 일부분이 된 것이다. 다저스로 옮긴 뒤 PCL에서 10승을 거두는 준수한 활약을 보였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팟 스타터로 2경기 출전에 그쳤으며, 시즌 후 또다시 트레이드가 되어 떠났다.
시애틀에서도 트리플A에서 출발한 윌랜드는 무려 14승을 쓸어담으며 콜업을 향한 무력시위를 했지만, 역시 스팟 스타터로 1경기 활약한 것이 전부였다. PCL에서 계속된 좋은 성과에도 메이저행이 요원하자, 그는 일본프로야구 진출을 택했다.
하지만 NPB 진출 후에도 팔꿈치 문제로 계속 고생을 했다. 첫 시즌 성적 자체는 10승 2패 ERA 2.94로 좋았지만, 부상 이탈로 21경기 133이닝 소화에 그쳤다.
이듬해에는 시즌 시작부터 팔꿈치 문제로 고전했고 시즌 성적 역시 크게 하락하며 재계약을 포기했다. 다음 진로를 두고 고민하던 윌랜드는 메이저리그 재도전 대신 자신을 주시하던 KIA와 계약하며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하게 됐다.
# 플레이스타일
마이너 시절 볼넷 허용률(9이닝당 1.9개)은 낮으면서도 9이닝당 8개가 넘는 삼진을 잡을 정도로 제구에 강점을 보였다. 2011년 싱글A에서는 96삼진과 4볼넷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마이너리그 레벨에서는 피홈런 억제력 또한 뛰어났다. 타고투저 성향이 강한 PCL에서만 소화했던 트리플A 시절을 종합하면, 윌랜드는 269⅓이닝을 투구해 피홈런은 고작 23개만 허용했다. 9이닝 환산 0.76개로 타고투저와 홈런의 시대로 정의되는 최근 KBO리그 흐름에서도 생존 가능성이 높은 유형이다.
패스트볼 구속은 93마일(150km/h)까지도 올릴 수 있지만, 보통은 90마일(145km/h) 정도가 평균 구속이다. 패스트볼 구위를 앞세워 상대를 잡기보다는 변화구와 코너웍으로 패스트볼을 보완해주는 유형인데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는 피안타율 .333과 피장타율 .579로 공략당했지만 140km/h 중후반대 속구를 스트라이크 존 구석에 구사한다면 KBO타자들을 상대로도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윌랜드의 변화구 제 1구종은 바로 커브다. 주 활용처는 위닝샷과 유리한 카운트에서였다. 패스트볼이 볼카운트를 잡는 과정에서 두루 쓰였다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에서는 커브를 매우 적극적으로 던졌다.
전체로는 약 20% 안팎의 구사비율을 보였는데, 2스트라이크 이후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카운트라면 30%대로 1.5배 가량 상승한다. 그만큼 자신이 있는 구종으로 볼 수도 있지만 타자 입장에서는 노림수를 가져갈 수도 있는 투구 습관이다. 관건은 KBO 타자들이 커브를 예측하더라도 이를 공략하는 타격을 할 수 있느냐다.
또다른 변화구로는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다지 많이 던진 건 아니었지만 좌타자를 상대로는 제 몫을 했다. (피안타율 .200 / 피장타율 .300) 다만 일본리그 진출 후에는 헛스윙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긴 했지만, 한번 맞으면 통제가 안되는 양날의 검이었다. 이 체인지업이 KBO 타자들을 상대로는 어떤 결과를 거둘지도 주목해 봐야 한다. (3/27 한화전에서는 피안타율 0.500)
슬라이더도 구사하지만, 그 활용도가 미미해 볼배합은 상당히 심플하다. 체인지업이 보통은 반대손 타자에 효과적인 투구인 점을 감안하면 어느 쪽에서든 활용이 무난한 커브의 우타자 상대 성적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윌랜드의 커브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는 극명한 차이를 보였는데, 좌타자를 상대로 피안타율 .156과 피장타율 .375였던데 반해, 우타자에게는 .290과 .484로 크게 치솟았다. 우타자 상대로 커브가 패스트볼과 짝을 이뤄 위력을 보여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 스프링캠프 당시 윌랜드 인터뷰 영상
# KBO 외국인 투수들과의 비교
전임자 헥터는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투수이며 동시에 뛰어난 이닝이터라는 점에서 윌랜드와 차이점이 크다. 구종 다양성은 스타일의 차이일 수 있지만 윌랜드는 팔꿈치 부상의 후유증으로인해 일본야구에서도 이닝이터로서의 면모는 보이지 못했다. 내구성 문제로 NPB 커리어도 접었는데 올시즌도 이를 떨쳐내는 모습을 보여야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
과거 삼성에서 활약했던 피가로와는 볼배합 상에서 유사했다. 피가로 역시 전통적인 패스트볼-커브의 볼배합을 주로 하는 파이어볼러였다. 차이를 들자면 피가로의 구속이 윌랜드에 비해 훨씬 빨랐다는 점이다. 다만 탈삼진 능력은 썩 뛰어나지 않았고 후반기 체력 저하와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윌랜드도 이 부분이 불안요소다. 팔꿈치 부상으로 최근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었는데, 시즌 중반 이후 윌랜드가 꾸준한 투구를 보일지에 따라 KIA의 가을야구 진출 여부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소사의 LG 시절 기록은 윌랜드의 마이너리그 커리어와 매우 비슷했었다. 적은 볼넷과 삼진으로 대변되는 소사의 LG 시절은 두려움 없이 존을 공략해내는 측면이 부각됐었다. 커맨드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윌랜드인데, 무엇보다 부상 꼬리표를 떼는 것이 관건이다. 건강과 꾸준함을 입증한다면 소사처럼 오랜기간 활약할 가능성을 갖춘 투수다.
# 관전 포인트
새로운 홈구장은 윌랜드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까지는 일본 내에서 두 번째로 작은 구장인 요코하마 스타디움을 썼는데, 올해는 스탯상 중립지인 챔피언스필드로 홈구장을 옮겼다.
투수에 불리한 홈구장을 쓰면서도 일본 진출 첫 해 좋은 성적(10승 2패 ERA 2.94)을 남겼고 9이닝 당 피홈런 0.9개만 허용했다. 컨디션이 정상일 때 기량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구장의 도움을 받는다면 최정상급 외국인 투수로 거듭날 가능성도 충분하다.
변수는 바로 건강이다.
요코하마에서의 첫 시즌에도 부상에 발목이 잡히는 등 NPB 2시즌 동안 225이닝 투구에 그쳤다. 작년은 개막전을 놓쳤고 돌아와서도 난타를 당했다. 팔꿈치 부상과 함께 풀타임 경력이 부족한 선수이니만큼 시즌 초반 무리시키보다는 이닝과 투구수를 세심히 관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윌랜드의 우타자 상대 커브 히트맵
단조로운 볼배합을 대담하고 공격적인 피칭과 섬세한 컨트롤을 곁들여 보완하는데, 우타자에 대한 해법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해보인다.
체인지업은 구사 목적이 뚜렷하지만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구사하는 커브가 우선 메이저리그 수준의 우타자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패스트볼 구속이 강점인 투수는 아니라 커브 위력이 발휘되지 않을 경우 KBO타자 제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 윌랜드의 우타자 상대 포심/체인지업 히트맵
낯선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적응 역시 윌랜드의 올시즌 중요 키워드가 될 것이다. 코너웍과 정교한 제구로 삼진과 범타 유도를 통해 풀어가기 위해 국내리그 존에 대한 이해와 파악이 빠르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스트라이크 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구위가 강점인 투수는 아니라 볼넷과 피홈런, 피안타가 동반으로 치솟아 18시즌 요코하마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다시 재현할 우려도 있다.
아시아 리그에서 어느덧 3년째를 보내고 있는 윌랜드는 KBO리그 데뷔전에서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한화전 6이닝 7피안타 3K 4볼넷 2자책점). 첫 피홈런도 있었고 볼넷이 삼진보다 많았던 점은 옥의 티이지만 데뷔전에 첫 승리를 얻었다.
올해 29살로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작년 일본에서 고전했던 윌랜드는 올시즌 프로 선수로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NPB에 이어 진출한 KBO리그에서 확실한 반등을 보여줘야 하는 동기 부여는 분명한 셈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첫 아이가 태어나며 아버지가 된 윌랜드가 이른바 '분유 버프'에 힘입어 KIA 선발진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4/2 삼성전 선발 등판 예정)
▲ 윌랜드 KBO리그 데뷔전 투구 영상
[기록 출처 및 참고 : 위키피디아, 베이스볼 아메리카,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팬그래프, 브룩스 베이스볼, thebaseballcube.com, Baseball Savant, KBReport.com, 스탯티즈]
[원문: 정강민 /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