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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두산 베어스의 유일 약점, 불펜 해법은?

2017-02-03 금, 14:27 By KBReport

'파죽지세'

두산 베어스의 2016년은 이 한 단어로 요약된다.  지난해 두산은 압도적인 투타 전력을 바탕으로 정규시즌 93승을 거뒀고 정규 시즌 최다승 기록마저 다시 썼다. (종전: 2000년 현대 91승/133경기) 

총력전을 펼치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이 보인 위력은 한층 더 강렬했다. NC를 상대로 20득점/2실점이라는 압도적 격차를 보이며  4연승으로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통합 우승을 이룬 ‘2016 두산’은  KBO리그 사상 가장 강력한 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두산이 역사적인 시즌을 보낼 수 있던 배경은 막강한 선발 마운드와 타선이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4명의 선발이 15승을 넘기는 KBO리그 최초의 기록을 세웠고, 타선은 홈런, 득점, 타율, 출루율, 장타율 등 공격 주요 부문을 휩쓸며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과시했다.

선발 투수가 경기 초반 상대 타선의 예봉을 막으면, 일찌감치 대량 득점으로 상대의 승리 의지를 꺾어버리는 것이 두산의 필승 패턴이었다.  

하지만 이런 두산에게도 골치 아픈 약점은 있었다. 두산은 지난 시즌 내내 뒷문 불안으로 골치를 썩혔다. 2016시즌 두산의 9회 ERA는 4.65로 리그 8위에 그쳤다.

9회 3점차 이내에서는 ERA 5.55,   9회 1점차 이내에서는 ERA 5.64를 기록했다. 접전 상황일수록 불안한 모습. ‘최강' 두산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지 않는 9회 성적은 두산의 최대 약점이자 악몽이었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한 최강 두산, 그 이면에는 '최악의 9회'라는 그림자가 존재했다. [사진: 두산 베어스] 

지난 31일 호주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두산의 목표는 올해도 역시 우승이다. 한국시리즈 3연패 달성을 통해  1980년대 중후반의 해태, 2000년대 초반의 현대, 2010년대 초반의 삼성과 같은 ‘절대 왕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승부를 매조질 불펜의 안정이 선결 과제다. 과연 두산은 고질적인 뒷문 불안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올 시즌 두산의 뒷문을 책임질 마무리를 비롯 불펜 에이스 후보들의 면면과 이들의 장단점을 살펴보자. 

# 후보 1 : '구관이 명관' 이현승

지난 시즌 불안감을 노출했지만, 이현승은 여전히 유력한 마무리 후보다. ⓒ 두산 베어스  

올 시즌 가장 유력한 마무리 후보는 역시 '구관' 이현승이다. 이현승은 2015시즌 6월 이후 마무리 보직을 꿰찬 후 18세이브를 기록했으며  지난 시즌에도 마무리로 나서 25세이브를 따냈다. 이현승은 2010년대 두산의 모든 투수 중 가장 많은 세이브를 기록한 투수다. (2010~16시즌: 총 49세이브)

그의 최대 장점은 볼넷이 적다는 점이다. 그는 2015시즌 9이닝 당 1.93개의 볼넷 만을  허용했으며 부진했던 지난 시즌에도 볼넷/9  2.65를 기록했다. ‘볼넷을 주느니 차라리 안타를 맞겠다’는 듯한 이현승의 피칭은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수비력을 갖춘 두산 야수진과 궁합이 잘 맞는다.

다만 단점도 명확하다. 그는 2015시즌 상대의 장타를 효과적으로 억제하며 9이닝 당 0.58개의 홈런 만을 내줬지만, 지난 시즌에는 9이닝 당 무려 1.25개의 홈런(총 8개)을 허용했다.

이현승의 최근 2시즌 간 세부 지표 (기록: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지난 시즌 20세이브 이상을 거둔 7명의 투수 중 이현승보다 피홈런 빈도가 잦았던 선수는 전무하다. 한 점이 소중한 9회를 책임질 투수의 홈런 허용률이 폭증한 것은 팀으로서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피OPS가 무려 8할에 육박한 점과 1년 사이 2점 가까이 치솟은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도 위험 신호다.

적지 않은 나이도 걸림돌이다. 그의 올해 나이는 35세다.  지난 시즌 구위 하락이 역력했던 그에게 올 시즌에도 뒷문을 맡기는 것은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난해 6월 ERA 8.64, 9월 ERA 7.36로 심한 기복을 보였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그를 마무리로 재신임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 될지도 모른다.

# 후보 2 : '5월 복귀?' 이용찬 

2016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마운드를 지킨 이용찬 ⓒ 두산 베어스  

두 번째 옵션은 현재 재활 중인 이용찬이다. 이용찬은 이미 2009~2010시즌, 그리고 군 입대 직전인 2014시즌 주전 마무리로 활약한 경력이 있는 선수다.

지난해 상무 전역 후 5경기에 나서 6.2이닝 1승 2홀드 ERA 2.70을 기록했으며 한국시리즈에서는 사실상 마무리 투수로 3경기에 등판 ERA 1.80으로  팀 우승에 기여했다.

이미 3시즌이나 마무리를 경험한 그는 언제든 마무리로 활용할 수 있는 투수다. 가장 큰 무기는 역시 평균 145km/h 이상의 속구다. 그는 2014시즌 평균 145.4km/h의 속구를 구사했으며, 군에서 전역한 지난 시즌에도 평속 145.6km/h를 기록했다. KBO리그의 많은 타자를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스피드다.

게다가 제구력이나 다른 구종 구사도 준수한 편이다. 그의 통산 9이닝 당 볼넷은 3.47개 이며 지난 시즌에는 6.2이닝에 불과했지만 단 한 개의 볼넷도 내주지 않았다. 또한 군 입대 전까지는 주로 속구와 포크볼을 주무기로 활용했던 것과는 달리, 복귀 후에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빠른 속구와 쓸만한 제구, 다양한 구종을 장착한 이용찬은 2017시즌 선발 후보로 검토되기도 했다.

문제는 건강이다. 두산은 지난 11월 10일 ‘2017 WBC’  대표 엔트리가 발표된 직후 이용찬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을 전했다. 어려운 수술은 아니지만, 재활 기간은 충분히 필요하다. 빠르게 복귀한다고 하더라도 시즌 초반은 마운드에 서기 어렵다. 

다만 시즌 초 이현승이 부진할 경우, 복귀한 이용찬을 마무리로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빠르면 5월 중순, 늦어도 전반기 중 복귀가 예상되는 그의 합류는 두산 불펜에 천군만마가 될 전망이다. 

# 후보 3 : '와일드 씽' 홍상삼

홍상삼은 '제 2의 김세현'이 될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지난 시즌 막판 경찰청 제대 후 5세이브를 기록한 홍상삼도 불펜 에이스가 될 자질이 충분한 투수다. 그는 12시즌 팀의 셋업맨으로 나서 22홀드 ERA 1.93으로 데뷔 후 가장 좋은 활약을 보인 바 있다.

2013시즌에는 전천후 불펜으로 활약하며 5승 5패 5세이브 9홀드 ERA 2.50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도 복귀 후 첫 경기부터 세이브를 따내는 활약을 보였다.

그의 최대 강점은 역시 불 같은 강속구다. 지난해 평균 147.4km/h의 속구를 뿌리며 타자를 압도했다. 이는 에이스 니퍼트(147.1km/h)를 넘어 팀 내 최고 기록이다. 

리그 최정상급 속구 덕에 탈삼진 능력도 월등하다. 그는 지난 시즌 12이닝 동안 무려 17개의 탈삼진을 솎아내며 ‘닥터 K’의 면모를 과시했다. 통산 9이닝 당 탈삼진도 8.15개로 상당하다.

문제는 장점 이상으로 단점이 크다는 점이다. 그의 최대 단점은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 홍상삼은 잘 던지다가도 제구가 흔들리면 제 풀에 무너지는 장면을 종종 보이곤 했다. 

홍상삼은 지난 시즌에도  9이닝 당 6.75개의 볼넷을 내주며 군 입대 전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통산 볼넷/9 5.17) 지난 9월 27일 한화전에서는 아웃카운트를 채 하나도 잡지 못하고 볼넷 4개를 연달아 내주며 믿기지 않는 역전극의 희생양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홍상삼이 안정된 마무리로 거듭날 가능성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그와 비슷한 유형인 넥센 김세현은 150km 이상의 속구를 보유하고도 아쉬운 제구 탓에 애를 먹었던 투수지만, 최근 2시즌 간 눈부신 제구 향상을 보이며 지난 해에는 구원왕까지 거머쥐었다. ( 볼넷/9 2015  BB/9 1.01)

김세현이 밝힌 제구력 향상의 비결은 다름 아닌 ‘마음가짐’의 변화였다. 자신의 장점인 속구를 믿고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펼치며 속구 제구에도 자신이 붙었다는 것이다.

김세현과 마찬가지로 홍상삼이 자신의 속구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타자들을 상대하게 된다면 향후 두산이 뒷문 불안으로 고민하는 빈도는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 후보 4 : '돌아와요' 정재훈 

정재훈은 한국시리즈 등판의 비원을 이룰 수 있을까? ⓒ 두산 베어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위 세 명이 모두 실패한다면, 시즌 후반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정재훈이 최후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정재훈은 지난 시즌 마무리 이현승에 비해 한결 안정된 피칭으로 두산 불펜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그는 올해로 프로 15년 차를 맞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통산 555경기에 출장해 139세이브 84홀드를 따내며 긴 시간 리그 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그는 2005시즌 30세이브로 구원왕을 차지한 바 있으며, 2010년에는 23홀드로 홀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KBO리그 역사상 구원왕과 홀드왕을 모두 차지한 선수는 정재훈과 조웅천 단 둘 뿐이다.

정재훈의 장점은 이외에도 많다. 속구 평속은 130 km/h 중반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9이닝 당 9.63개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탈삼진 능력도 빼어나다. 9이닝 당 피홈런 역시 0.52개 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주무기인 포크볼을 비롯해 슬라이더, 커브 등 많은 구종을 보유해 다양한 레파토리를 선보일 수 있다. 타자들에게 있어 정재훈은 상당히 까다로운 투수다.

문제는 이용찬과 마찬가지로 건강이다. 지난 8월 박용택의 타구에 오른팔 골절상을 입고 팔뚝 핀 고정  수술을 받았던 정재훈은, 한국시리즈 등판을 목표로 재활하는 과정에서 우측 어깨 회전근개 부분 파열로 11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오랜 시간 재활이 예정된 그가 올 시즌 중 복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냉정히 보자면 정재훈은 올시즌 가용전력이 아니다. 다만 그가 시즌 막판에라도 복귀해, 부상 당하기 전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다면 두산의 한국시리즈 3연패는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두산에서 13년을 보냈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에는 함께하지 못한 정재훈이 염원의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설 수 있다면 그의 투혼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 후보 5 : 깜짝 마무리 카드?

깜짝 마무리의 등장? (좌측부터) 김강률-김성배-고봉재-오현택 ⓒ 두산 베어스   

시즌 초반 이현승이 부진에 빠진다면 ‘깜짝 카드’를 꺼내드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최고 150km/h 이상의 속구를 구사할 수 있는 김강률은 과거에도 마무리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투수. 고질적인 제구 난조(통산 볼넷 /9  5.3)가 아쉽지만 그의 빠른 속구와 묵직한 구위는 분명 매력적이다.

2013시즌 31세이브를 거두며 롯데 마무리로 활약한 김성배도 검토해 볼 만한 카드다. 김성배는 지난 시즌 롯데에서 극심한 제구난(볼넷/9 8.2)에 시달렸지만, 두산 이적 후(볼넷/8 2.05)에는 안정을 찾으며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다. 그는 이적 후 1세이브 4홀드 ERA 4.09를 기록했다.

이외에 제구에 강점을 가진 오현택, 후반기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고봉재, 2015시즌 가능성을 보인 좌완 함덕주도 ‘깜짝 카드’로 활용 가능한 투수들이다.  세 선수 모두 당장 마무리 보직을 맡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장점 역시 뚜렷하다.  김세현이 그랬고 임정우가 그랬듯, 이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경우 팀의 '수호신'으로 거듭날 가능성도 전무하진 않다.

# 수많은 후보들, 2017 두산의 수호신은 누구?

앞서 많은 후보들을 살펴봤지만 올 시즌 두산 마무리 자리의 최종 주인이 누가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3년 27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하고 잔류한 기존 마무리 이현승에게 우선적으로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그의 나이와 세부 지표의 낙폭, WBC 출장 영향 등을 감안할 때 지난해 하향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 경우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새로운 카드가 등장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마무리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두산의 유일한 약점인 불펜도 자연스레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스탯티즈]


계민호 기자/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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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공: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홈페이지]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