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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광주일고 MLB 3인방, 그들의 미래는?
2015-09-14 월,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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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광주일고 MLB 3인방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광주일고 1년 터울 선후배 사이로 나란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이름을 높인 메이저리거 3인방의 올 시즌이 험난하다. 소속팀의 5강 싸움이 한창인 상황에서 1군명단에서 자취를 감춘 3명 모두 대체 선수 수준의 전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올시즌 이후 현역 선수 생활의 연장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다. 클래스는 영원하다지만, 김병현과 최희섭 그리고 서재응. 이 3인방에게 클래스를 증명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김병현, 짧고 굵었던 메이저리그 생활, 미진했던 국내 성적
광주일고 메이저리거 3인방 중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인상적인 기록을 남긴 투수는 김병현이다. 1999년 메이저리그에 깜짝 데뷔했고, 2000년부터 14세이브를 올려 팀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아 2001년 19세이브, 2002년 36세이브를 거두며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우뚝 선다. 월드시리즈에서 뼈아픈 역전 홈런을 2차례나 허용해 소속팀인 애리조나가 월드시리즈 문턱에서 좌절할 뻔도 했지만,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의 활약에 힘입어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선발투수로 전향한 2003년에 부상을 당해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고 보스턴으로 이적 후 첫 시즌에는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에는 특별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2007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모습을 감췄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라쿠텐 소속으로 뛰었지만, 1군 무대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2007년에 시행된 해외진출선수 특별지명회의에서 자신을 지명한 넥센 소속으로 2012년 국내에 복귀했다. 가장 화려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어서 화려한 복귀를 기대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2007년 이후로는 1군 무대에서의 실전 등판 경험이 전무했기 때문에 김병현의 재기에 대해서 회의의 시선을 보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리고 국내 복귀 4년차를 맞이한 김병현의 현재 성적은 후자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넥센에서 2시즌 동안 34경기에 나와 137 1/3이닝을 투구했지만, 5.44의 평균자책과 8승 12패, 2014 시즌이 4월 10일 KIA 김영광과 맞트레이드되며 고향팀에 돌아왔지만, KIA 소속으로 2시즌 동안 41경기에 등판해 7.31의 평균자책과 3승 11패의 성적을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다.
2014시즌 막바지 밸런스를 잡아가는 모습을 보이며, 2015시즌에 대한 기대를 품게 했지만, 올시즌 현재까지의 성적은 44.2이닝 0승 5패 2홀드 7.66 (WAR 0.10) 이라는 초라한 기록이다. 언터처블에 가까웠던 과거가 신기루처럼 느껴질 정도로 리그 평균 이하의 성적이다.
최희섭, 타이거즈 10번째 우승에 기여했지만
광주일고 3인방 중 막내인 최희섭은 축복받은 하드웨어로 메이저리그에 최초로 진출한 한국 인 야수가 됐다. 마이너리그에서 촉망 받는 유망주였으나 2004년 플로리다/LA 소속으로 .251의 타율과 15개의 홈런, 2005년 LA 다저스 소속으로 .253의 타율과 15개의 홈런을 기록한 것이 최희섭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유의미한 시즌이었으며, 2005년을 끝으로 더 이상 메이저리그에서 뛰지 못했다.
결국,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 회의를 통해 KIA에 지명을 받았으며(1998년 고향팀 해태에서 1차지명하긴 했지만, 미국으로 떠나면서 지명권이 소멸됐다), 5월에 KIA와 계약을 맺고 국내 무대에 복귀했다.
많은 KIA팬들이 좌타 거포 최희섭의 활약을 기대했다. 실제로 2007년에 경기 중 불의의 부상을 당해 52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337의 타율, 7개의 홈런을 기록해 다음 시즌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를 높였다. 그러나 2008년 최희섭은 .229의 타율과 6개의 홈런만을 기록하며 팬들의 기대를 무참히 깨버렸다. KIA에 부족한 좌타 거포로 4번 타자 역할을 기대했지만, 처참한 성적표만 받은 셈이다.
이런 최희섭이 전직 메이저리거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한 것은 2009년의 대활약 덕분이다. 3할이 넘는 타율과 33개의 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4번 타자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고, 5번 타자 김상현, 3번 타자에 번갈아 출장했던 장성호, 나지완과 함께 강력한 중심타선을 형성해 팀의 숙원이던 10번째 우승에도 기여했다.
최희섭 야구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순간으로 기억될 2009년, 그는 리그에서 2번째로 많은 홈런, 3번째로 많은 타점, 4번째로 높은 OPS(1.023)를 기록했다. 뛰어난 출루율, 자신의 뒤에 홈런, 타점왕을 차지한 김상현 덕분에 리그에서 제일 많은(정근우와 공동) 득점을 기록하며 득점왕 타이틀을 따내기도 했다.(당해 1루수 골든글러브 수상)
2009년 이후 최희섭의 활약은 은행에 넣어둔 예금처럼 안정적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09년과 같은 시즌은 다시 오지 않았다. 2010년에는 전 시즌보다 홈런이 12개 줄었고, OPS 역시 1할4푼 3리가 낮아졌다. (0.880) 리그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던 선수가 1년 만에 열 손가락 안에 겨우 드는 활약에 그친 것이다.
그리고 2011년을 기점으로 최희섭은 올시즌까지 5시즌 연속 규정타석을 소화하지 못했다. 잦은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는 일이 많았으며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신체적·정신적으로 허약한 모습만을 노출했다. 결국, 2014년에는 단 한 경기에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 잠재적 은퇴 상황까지 몰렸다.
매 시즌 반복됐던 최희섭의 방황(?)이 2015년에는 끝날 것 같았다. 최희섭과 마찰을 빚었던 선동열 감독이 사퇴했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의 부임을 환영하는 최희섭의 목소리도 언론을 통해 나왔다.
그리고 시즌 개막. 깜짝 6연승의 중심에서 맹활약하며 장타를 뽐내는 그를 보며 많은 팬들이 그의 재기를 반겼다. (5월 21일에는 롯데 구승민을 상대로 최고령 100호 홈런 달성)
하지만 4월말부터 시작된 허리 통증으로 인해 5월 29일 이후 1군에서 말소되었고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2015시즌 42G 0.256 6홈런 20타점 OPS 0.793 WAR 0.30)
계속해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지만, 최희섭의 부상과 재활 반복, 그리고 늦어지는 복귀는 매 시즌 반복되어 일어나고 있는 일이므로, 최희섭에 대한 기대를 버린 팬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희섭이 한 팀의 중심타자로 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올린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다. 5년간 실적이 없으니 신뢰를 잃은 것은 당연하다.
서재응, 열심히는 나왔는데 성과가 없네
광주일고 3인방의 맏형, 서재응은 올 시즌을 앞두고 실제로 은퇴를 고려했다. 실제로 2013년과 2014년 2년 연속 6점대의 평균자책은, 나이 39살의 투수에게는 은퇴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2003년 뉴욕 메츠 소속으로 188 1/3이닝을 투구하며 3.82의 평균자책, 9승 12패의 성적으로 많은 기대를 받던 서재응이었지만, 2007년을 탬파베이 시절을 끝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떠나야했다. MLB 통산 28승 투수였던 서재응의 KIA 복귀는 팬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서재응이 기대치에 걸맞는 활약을 했다고 할 만한 시즌은 KIA 소속으로 뛴 8년 동안 단 2시즌에 불과하다. 첫 해에 79 1/3이닝을 투구했지만, 4점대의 평균자책으로 부진했던 서재응은 팀이 우승을 차지한 2009년에도 주축 투수로 활약하지 못하고 평균자책점 6.13의 성적(5승 4패)에 그쳤다.
이런 서재응이 변화한 것은 2010년부터다. 체인지업 일변도의 피칭에서 벗어나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리그에서 5번째로 낮은 3.34의 평균자책을 기록했고, 이듬해 4.28의 평균자책으로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2012년에는 리그 4위인 2.59의 평균자책을 기록했으며, 심지어 선동열 전 감독의 선발투수 37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경신하는 44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처음 입단했을 때의 기대치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최희섭과 김병현에 비해서는 그나마 고향팀에 기여한 바가 꾸준하다 할 수 있다. 비록 운명의 장난인지 메이저리그에 이어 한국 무대에서도 10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지만, 해태 시절까지 포함해 타이거즈 소속으로 14번째로 많은 투구이닝을 기록하고 있으며, 15번째로 많은 승리를 기록했다. (164G 745.1이닝 42승 48패)
우승했던 2009시즌에는 팀의 중심 투수가 아니었지만, 적어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서재응은 규정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낮은 평균자책을 기록한, 안정적인 선발투수로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서재응의 불행은 2013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 참가하면서 비롯됐다.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서재응은 16경기에 선발로 등판했지만, 5승 9패에 그쳤고, 6.54의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2014년에도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불과 32 1/3이닝 만을 투구하고 팀에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결국, 선수 본인 입에서 ‘은퇴’라는 단어까지 나오게 된다.
김기태 감독의 부임은 베테랑 서재응에게 선수 생활 연장의 의지를 다시 품게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성적표는 여전히 이름값에는 걸맞지 않는다. 지난 2년에 비해서 나은 모습이지만, 9번 선발 등판에 1승 4패 4.95의 방어율의 성적표는 선발 한자리를 맡기엔 미덥지 못한 기록이다. 광주일고 메이저리거 3인방 중 팀에 기여한 바는 가장 높으나, 지금 현 시점에서 ‘은퇴’라는 단어에 가장 가까워 진 것은 서재응이라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아직 끝은 아니다.
꿈만 같은 메이저리그 문턱을, 그것도 같은 학교 1년 터울의 선후배가 진출했다. 하지만 3명 모두 메이저리그에 장시간 안착하는데 실패했고, 많은 기대를 받고 고향팀에 돌아왔다. 그러나 이들의 국내 복귀 후 성적은 기대치에 비하면 초라한 모습이다. 세월은 흘러 한국나이로 서재응은 39살, 김병현은 38살, 최희섭은 37살이 됐다. 언제 은퇴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선수로서 황혼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대로 프로야구 무대를 떠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서재응보다 2살 많은 손민한이 아직도 NC 마운드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고 있으며, 3살이나 많은 최영필은 여전히 KIA 마운드에서 가장 믿을만한 구원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김병현과 같은 사이드암 투수인 임창용 역시 그보다 2살이 많지만, 리그 최강팀의 마무리 투수로 건재한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최희섭도 마찬가지다. ‘형저메’라는 별명으로 엮인 이승엽은 그보다 3살이 많고, 리그 최강의 클린업이라는 평을 받는 NC의 중심타자이자 광주일고 선배이기도 한 이호준 역시 그보다 3살이 많다. 이들이 3할을 넘는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승엽, 이호준보다 3살이나 어린 최희섭이 나이를 이유로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려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핑계일 뿐이다.
현재 KIA의 전체적인 전력 상 이들이 쓰임새가 없을 정도로 강팀도 아니다. 검증된 에이스이자 리그 최고 몸값의 선수를 마무리로 쓸 정도로 불펜 사정이 여의치 않고, 양현종과 스틴슨, 임준혁 정도를 제외하면 고정된 선발투수도 없다. 타선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약체이다.
서재응, 김병현, 최희섭 모두 팀에 부족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해결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아직 보여줄 것이 남은 선수들이기에 ‘은퇴’라는 말을 꺼내기엔 아직 이르다.
광주일고 메이저리그 3인방의 존재가 팀의 리빌딩에 방해가 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5강을 다투는 현 시점에도 기여하는 부분이 거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프로야구보다 더 높은 무대에서 뛴 이들의 경험과 재능, 아직 다 펼쳐보이지 못한 기량이 단 1시즌만이라도 불타오를 수 있다면, KIA는 지금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강팀들과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KIA 타이거즈)
신희진 칼럼니스트(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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