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전패-타자 겸업 헤프닝, 롯데와 노경은의 결자해지
2020-06-17 수,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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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고척돔에서 아픈 기억 공유하고 있던 노경은과 롯데
2020시즌 첫 경기에서 기분좋은 승리로 아픈 기억 씻어내
▲ 16일 좋은 투구를 보여주며 3승째를 수확한 노경은 ⓒ 롯데 자이언츠
6월 16일 롯데는 시즌 첫 고척돔 원정경기에서 키움을 상대할 선발투수로 노경은을 예고했다. 공교롭게도 3년전인 2017년 6월 16일에도 롯데는 고척돔에서 당시 넥센이라는 팀명을 사용하던 히어로즈와 원정경기를 가졌다. 당시 선발 투수 역시 똑같이 노경은이었다.
당시 경기에서 노경은은 6이닝 2자책점을 기록하며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기록만 보면 좋은 투구를 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경기 속을 들여다보면 노경은에게는 그다지 유쾌한 기억이 아니다.
1회초 전준우의 솔로홈런으로 기분좋게 경기를 시작한 롯데는 큰 착오를 범하고 말았다. 선발 오더에는 이대호를 1루수로 최준석을 지명타자로 명시했으나 둘의 포지션을 착각해 최준석이 1회말 미트를 끼고 1루에 나온 것이다. 결국, 수비를 교체한 것으로 판단해 1루수였던 이대호의 4번 자리는 지명타자 최준석이 수비를 출전함에 따라 투수가 나와야할 자리로 바뀌고 말았다. 시작부터 4번에 선발투수 노경은이 들어가는 큰 핸디캡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다.
▲ 2017년 6월 16일, 고척돔 경기에서 노경은은 4번타자로 타석에 들어서는 헤프닝을 겪었다.
ⓒ SBS스포츠 중계화면 캡쳐
노경은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등 곤혹을 겪는 와중에도 잘 막아냈지만, 4번타자가 투수로 바뀐 타선이 득점을 지원해주기는 어려웠다. 결국, 1회 낸 1점으로 아슬아슬하게 버티던 노경은은 6회까지는 무실점으로 막아냈으나 7회말에 무사 1,2루를 허용하고 마운드를 떠나고 말았다. 뒤이어 등판한 장시환이 노경은의 승계주자를 모두 실점으로 허용하며 이날 선전한 노경은은 패전을 떠안고 말았다.
이처럼 노경은에게 고척돔이 헤프닝으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면, 롯데에게는 고척돔이 악몽과도 같다. 지난해 최하위를 기록했던 롯데는 유독 키움만 만나면 작아지는 모습을 보이며 3승 13패라는 매우 부진한 상대전적을 기록했다. 롯데가 기록한 3승마저도 홈인 사직에서 거둔 승리로 고척돔에서 롯데는 키움을 상대로 8전 전패를 당하는 굴욕을 맛봤다.
롯데는 부산 지역의 팬들뿐 아니라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팬 역시 많이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따라서 고척돔과 같은 수도권 원정경기에는 상당한 수의 원정 팬이 경기를 보기위해 구장을 찾는다. 그러나, 지난해 롯데는 고척돔을 찾은 원정팬들에게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단 1번의 승리도 선물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비록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긴 했지만, 롯데는 고척돔 첫 경기에서 키움을 상대로 7-5로 승리를 거두며 의미있는 첫 경기를 장식했다. 그것도 정확히 3년전 고척돔에서 헤프닝을 겪으며 패전을 떠안았던 노경은이 선발투수로 등판해 상대팀 에이스 요키시와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는 점이 더욱 의미가 깊다.
고척돔만 오면 실책을 남발했던 롯데는 오히려 적극적은 주루 플레이로 상대 실책을 유발하며 경기 초반 주도권을 가져오며 시종일관 상대를 끌고 가는 경기를 만들었다. 선발 노경은 역시 1년의 공백이 무색할만큼 좋은 피칭을 보였다. 최고 142km가 나왔을 만큼 속구의 구속은 빠르지 않았지만 너클볼과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며 키움의 강타선을 돌려세웠다.
16일 경기 종료 기준으로 19승 17패를 기록하며 6위에 올라있는 롯데는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은 갈길이 먼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고척돔에서 진 빚을 노경은과 함께 결자해지하며 강팀 키움과의 원정경기에도 주눅들지 않는 경기력을 보였다. 극적인 변화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롯데는 경기력으로 변화를 증명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