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타자 Tool별 TOP5 (6월)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타격 정확도가 유독 뛰어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히터,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타자 등.
이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매월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Tool은 컨택, 선구안, 파워,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6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컨택 TOP5
*컨택% : 배트를 휘둘렀을
때 공을 맞춘 확률
자타가 공인하는 KBO 최강의 컨택터. 한화 이용규가 타율, 컨택%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그 어떤 선수도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능력으로는 그를 따라올 수 없다. 신들린 컨택 능력으로 끝없이 공을 커트해내는 그의 타격 장면을 보노라면 1구 1구 진이 빠져가는 투수가 안쓰러워 보일 정도다.
컨택 부문에서는 사실상 ‘이용규’와 ‘이용규가 아닌 타자’로 이분해도 좋을 정도로 엄청난 비율 차(2위와 3.5%)를 보이고 있다. 차라리 볼넷을 주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이용규는 투수들에게 있어 악몽같은 타자다.
다소 낯선 이름도 눈에 들어온다. LG의 ‘은별’ 채은성은 데뷔 3년차에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타자. 올 시즌 전까지 통산 타율 0.262로 평범한 타자였지만, 6월 월간 타율 4할을 넘기는 등 맹활약하며 시즌 타율을 0.336까지 끌어올렸다. 올 시즌을 ‘리빌딩의 해’로 선포하고 젊은 선수들을 중용하고 있는 LG, 그 중심에는 단연 채은성이 있다.
롯데 문규현 역시 ‘Tool별 TOP 5’에서는 상당히 낯선 이름이다. 그는 데뷔 후 14년간 항상 타격보다는 수비로 주목 받아온 타자다. 롯데 유격수 요원 중 수비력은 가장 안정적이지만 올 시즌 전까지 통산 타율 0.236에 그치는 등 항상 ‘멘도사 라인’을 맴돌았다.
하지만 올 시즌, 그는 180도 달라진 모습. ‘문대호’라는 별명에 걸맞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컨택 능력은 물론, 선구안과 장타력 모두 일취월장한 모습. 월간 컨택% 90.7%라는 기록은 그의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
‘FA로이드’ 효과를 앞세워 폭풍 질주하고 있는 삼성 최형우의 이름도 눈에 들어온다. 소속 팀은 최악의 부진으로 최하위 추락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최형우 만은 다르다. 올 시즌 그는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팀 내 1위를 달리는 중. 이대호 이후 최고의 완전체 타자인 최형우라면 FA 100억 시대를 열어젖힐 가능성도 충분하다.
선구안 TOP5
*IsoD : Isolated
Discipline(순수출루율). 출루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
테임즈에겐 상당히 고된 6월이었다. 6월 막판 무안타 경기를 양산하며 월간 타율이 5월 0.423에서 6월 0.288로 뚝 떨어졌다. ‘갓갓 갓갓갓’이라고 불리는 그의 명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타율. 하지만 신은 부진 속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냈다. 테임즈는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차분히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율을 높였다. 그의 6월 월간 볼넷은 18개로 2위, 출루율은 0.463으로3위. 그는 안타가 없어도 강한 타자, 에릭 테임즈다.
한편 볼넷/삼진 부문에서는 이번에도 이용규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5월의 이용규가 13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당한 삼진은 고작 5개밖에 되지 않는다. 볼넷/삼진 비율은 무려 2.600으로 2위인 윤석민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치. KBO 리그에서 비슷한 유형을 찾기 어려운 타자인 그는 올 시즌에도 KBO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다.
이외에는 대부분 ‘한 방’을 갖춘 거포형의 타자들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마르테, 나지완,이범호, 윤석민 등은 모두 강력한 파워를 갖춘 타자들. 이들이 선구안 부문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상대 투수들이 이들의 파워를 의식해 피해가는 피칭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순수한 선구 능력으로 보긴 어렵겠지만, 이 또한 자신들의 능력으로 얻어낸 성과. 거포형이 아닌 타자들이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파워 TOP5
*IsoP : Isolated Power(순수장타율).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
6월 파워 Tool의 챔피언은 놀랍게도 SK 최승준이다. 최승준은 데뷔 후 10년 동안 단 2개의 홈런밖에 터트리지 못했지만, SK 이적 후 무려 15홈런을 쓸어담으며 막강 우타 거포로 거듭났다.
특히 그가 6월 한 달간 보여준 임팩트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 6월 월간 홈런 1위(11홈런),장타율 1위(0.783)를 기록하며 ‘탈잠실 효과’가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타격 전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를 경신한 최승준은 이제 거포의 상징, 30홈런 고지를 노린다.
2위에는 부진한(?) 한 달을 보낸 에릭 테임즈가 자리했다. 그답지 않은 한 달이었음에도 월간 7홈런, 장타율 0.695. 월간 타율이 3할에 미치지 못했지만 7할에 육박하는 장타율을 기록하며 그가 왜 ‘갓X5’로 불리는지 증명했다. NC를 제외한 9개 구단 팬들이 한 마음으로 MLB행을 지지할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테임즈, 부상만 없다면 그의 질주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이후 ‘거포’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kt의 ‘캡틴’ 박경수도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6월 한 달간 7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테임즈, 에반스, 로사리오 등 외국인 거포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최근 5경기에서 무려 5홈런을 터트렸다는 점. 지난25~26일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등 연이틀 멀티홈런을 신고했고, 6월 마지막 날에는 쐐기 스리런포까지 가동하며 엄청난 ‘몰아치기’를 선보였다. kt 이적 후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박경수 역시 ‘탈잠실 효과’의 산 증인이다.
스피드 TOP5
도루 1위 이대형이 잠시 주춤한 사이 막강한 경쟁자들이 등장했다. 시즌 초 달리는 족족 횡사하던 박해민이 6월에는 무려 12개의 도루를 성공시켰고, 손아섭은 순도 100% 도루 능력을 뽐내며 6월 한 달간 7도루를 추가했다. 박해민과 손아섭 모두 시즌 22도루로, 리그 선두 이대형(25도루)의 뒤를 바짝 추격하는 중. 이런 페이스라면 7월 중에는 도루 선두의 이름이 바뀌어있을지도 모른다.
한편 이들 삼인방과는 격차가 있지만, 서건창, 이용규 등의 분전도 눈에 띈다. 서건창과 이용규는 6월 한 달간 각각 7도루, 5도루를 성공시키며 나란히 시즌 13도루를 마크했다. 시즌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10도루를 훌쩍 넘기며 20도루 달성 가능성이 상당한 편. 두 선수 모두 출루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이대형-박해민-손아섭 삼인방이 주춤할 경우 이들 역시 도루왕 경쟁에 끼어들 여지는 충분하다.
이외에는 이전까지 컨택 부문에서 주로 만나던 이름, ‘대타자’ 김문호의 이름이 눈에 띈다. 6월 들어 눈에 띄게 타격감이 떨어진 김문호는 평범한 타자로 돌아온 상태다. 그의 6월 슬래시라인은 .267/.333/.371에 불과하다. 이 상황에서 그의 출루/도루 수치가 높아진 것은, 그가 타격 이외에도 팀에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 4도루-4실패로 성공률이 굉장히 좋지 않다는 점이 아쉽지만, 적어도 그의 의지만큼은 존중 받을 만하다.
[기록 및 사진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홈페이지, 각 구단, 스탯티즈]
계민호 기자/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 [kbr@kb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