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타자 Tool별 TOP5 (8월)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타격 정확도가 유독 뛰어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히터,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타자 등.
이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매월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Tool은 컨택, 선구안, 파워,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8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선구안 TOP5
8월 선구안 부문에서 가장 압도적인 성적을 올린 타자는 바로 KIA 이범호다. 이범호는 선구에 있어서 특별한 강점을 가진 타자는 아니다. 규정타석 기준 4할 출루율을 기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으며, 통산 볼넷(752)은 삼진(1012)보다 260개나 적다.
하지만 지난 달 이범호는 달랐다. 8월 한 달 동안 14볼넷을 골라내며 당한 삼진은 단 5개 뿐. 올 시즌 거의 대부분의 타격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 중인 이범호는 선구에도 눈을 뜨며 단점을 찾기 어려운 타자로 거듭났다. 역대급 3루수의 길을 걷고 있는 이범호라는 이름의 무게감이 점점 묵직해지고 있다.
영웅 군단의 캡틴 서건창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서건창은 8월 한 달간 무려 20개의 볼넷을 골라냈다. 이는 단연 리그 전체 1위 기록으로, 2위 손아섭(16볼넷)과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괜히 그의 별명이 ‘서교수님’이 아니다.
컨택 TOP5
최형우가 8월 타율 1위를 차지했다. 최형우 하면 보통 강한 파워를 먼저 떠올리지만,최형우의 진정한 강점은 역대 타율 8위(0.311)에 달하는 컨택 능력.
그는 8월에만 38안타를 기록하며 LG 박용택 이후 사상 2번째로 4년 연속 150안타를 달성했다. 또한 시즌 타율도 0.360으로 끌어올리며 타격 1위 구자욱을 1리 차로 바짝 추격, 데뷔 첫 타격왕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컨택% 부문에서는 이종욱이 1위에 올랐다. 이종욱은 8월 한 달간 무려 92.2%의 컨택%를 기록했다. 특히 36.2%에 달하는 파울 비율은 엄청난 수준이다.
그는 끝없는 파울로 투수를 괴롭히며 타석당 4.23개의 공을 지켜봤다. 그의 8월 타율 역시 0.364로 수준급. 이종욱은 테임즈, 나성범 등 팀 내 중심 타자들을 제치고 팀 내 월간 타율 1위를 차지했다.
타율 부문에서는 최형우, 컨택% 부문에서는 이종욱에게 간발의 차로 밀렸지만 종합적인 컨택 능력으로 보면 단연 서건창이 1위다.
타율 부문과 컨택% 부문 모두 5위권에 이름을 올린 타자는 서건창 단 한 명뿐. 그는 8월 한 달간 고작 5.4%의 헛스윙 비율을 보이며 놀라운 정확성을 선보였다. 그의 가공할 컨택 능력을 보면, ‘타격폼에 정석은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파워 TOP5
파워 Tool의 챔피언은 이번에도 SK 최정이다. 7월에도 파워 Tool 챔피언을 차지한 최정은 8월 10홈런을 쏘아 올리며 7월 활약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어느새 시즌 홈런은 무려 34개로 커리어 하이(28홈런)를 훌쩍 넘어선 상태. 이제 그는 SK 최초 토종 40홈런까지 바라보고 있다. (여기서 잠깐! SK 구단 최다 홈런 기록: 2002시즌 페르난데스 45홈런, 국내타자 최다 홈런 2003시즌 이호준 36홈런, 올 시즌 최정은 2004시즌 박경완과 함께 공동 3위 )
오지환과 김주찬의 확 달라진 파워도 주목할 만하다. 올 시즌 전까지 거포로 분류하기 어려웠던 두 선수지만 8월 각각 9홈런, 8홈런을 터뜨리며 대포 전쟁에 참전했다. 오지환은 시즌 17홈런으로 이미 자신의 커리어 하이(2010시즌 13개)를 넘어섰으며, 김주찬도 시즌 20홈런으로 데뷔 첫 20홈런을 달성했다.
테임즈와 김재환의 이름도 눈에 들어온다. 두 선수는 시즌 내내 파워 Tool 부문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타자. 잔여 경기(32)가 상당한 테임즈는 시즌 39홈런으로 데뷔 첫 홈런왕이 유력하며 김재환은 최정과 토종 홈런왕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두 선수의 소속팀이 각각 리그 2위,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홈런포 대결은 시즌 막판, 그리고 포스트 시즌에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피드 TOP5
놀랍게도 '머신' 황재균이 스피드 부문 챔피언을 차지했다. 7월까지 78경기에서 10도루(7실패)에 그친 그는 8월에만 무려 13개의 베이스를 훔쳤다. 성공률 역시 86.7%로 상당히 좋은 편. 빠른 발에 장타력까지 겸비한 그는 올 시즌 20홈런-23도루로 롯데 프랜차이즈 사상 최초의 토종 20-20타자로 거듭났다.
어느덧 시즌 38도루로 자신의 커리어 하이(2013시즌 36개)를 넘어선 상태. 시즌 도루 성공률은 90.5%로 다른 타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도루 1위를 질주 중인 박해민의 페이스도 여전하다. 8월 12도루를 기록하며 어느새 시즌 44도루 째. 2위 손아섭과는 6개 차이로, 큰 이변이 없다면 2시즌 연속으로 도루왕 타이틀을 따낼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년간 리그 최고의 대도로 군림했던 이대형에게서 ‘대도 계보’를 이어받는 모양새. 앞으로는 발 빠른 타자에게 ‘제 2의 이대형’이 아닌 ‘제 2의 박해민’이라는 별명이 더 많이 붙을 듯 하다.
[기록 및 사진 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스탯티즈]
계민호 기자/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