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타자 Tool별 TOP5 (9월)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타격 정확도가 유독 뛰어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히터,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타자 등.
이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매월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Tool은 컨택, 선구안, 파워,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9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컨택 TOP5
박민우가 최고의 9월을 보냈다. 그의
9월 성적은 82타수 38안타, 타율 0.463. 그는 9월
한 달간 리그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때려냈으며, 동시에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타자였다.
9월의 놀라운 활약에 힘입어 그의 시즌 타율은 무려 0.344까지 올라갔다. 이는 단연 팀 내 1위의 기록이며, 리그 전체로 폭을 넓혀봐도 8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컨택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컨택% 역시 86.5%로 리그 7위. 가히 리그 최정상급 컨택 히터라 부를 만하다.
그가 처음부터 이렇게 뛰어난 컨택 능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그는
데뷔 2년차인 2013시즌 타율 0.268을 기록했으며, 신인왕을 차지한 2014시즌에는 타율 0.298을 기록했다. 2014시즌 그의 타격 순위는 규정타석을 채운 55명의 타자들 중
37위. 신인 중 최고일지는 몰라도, 리그 전체로 따지면 오히려 하위권에 가까운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성장했다. 2015시즌 생애 첫 3할 타율을 달성, 규정타석 50명
중 24위에 이름을 올리며 중위권에 진입했고, 올 시즌에는
타율을 대폭 끌어올려 54명 중 8위로 당당히 상위권에 입성했다. 무려 40명에 달하는 규정타석 3할
타자들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기록이다.
이제 그는 2시즌 연속 150안타라는
대기록마저 넘본다. 지난 시즌 158안타를 때려낸 그는 데뷔
5년차인 올 시즌 현재까지 143안타를 기록 중이다. 2년 연속 150안타까지 D-7.
잔여경기가 7경기 남아있기에, 기록 달성 가능성은
충분하다.
‘데뷔 5년차 이내 2시즌 연속 150안타’는 이병규(9), 김태균, 정근우, 김현수 등 전설적인 타자들만이 달성한 기록. 계속해서 성장하는 박민우의 미래는 더없이 밝아보인다.
선구안 TOP5
두산의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가 9월 최고의 선구안으로 선정됐다. 그의 9월 타율은 0.302로
뛰어나지 않지만, 출루율은 0.464로 엄청난 수준. 그의 9월 IsoD는
무려 0.162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9월
리그 최다인 19볼넷을 골라내는 동안 삼진 15개만을 당하며
볼넷/삼진 비율 1.267을 기록했다. 이는 리그 10위 기록이자 외국인타자 중 최고 기록. 심지어 선구안의 대명사인 김태균보다도 높다.
그의 선구안은 9월에만 ‘반짝’한 것이 아니다. 그의 시즌
IsoD는 0.100으로 규정타석 타자 중 8위다. 볼넷/삼진 비율(0.74)은
리그 26위로 다소 아쉬운 수치지만, 외국인타자 중에서는
3위로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그가 타율 0.304에 23홈런
80타점이라는, 외국인타자로서는 그리 뛰어나보이지 않는 성적을
올리고도 ‘정상급 외국인타자’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이버매트릭스의 발달로 인해 현대 야구에서는 점점 출루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 뛰어난 선구안으로 많은 출루를 해내는 그의 가치는 생각보다 높다.
실제 그의 시즌 WAR은 3.29로, 타율 0.321에 33홈런 120타점을 기록한 로사리오(3.12)보다 높다. 로사리오보다 타율도 낮고 홈런, 타점도 적지만, 팀에 공헌한 바는 더 큰 셈. 두산이 괜히 우승을 차지한 것이 아니다.
공을 맞히는 화려한 배트 컨트롤, 담장을 넘겨버리는 화끈한 파워도 좋지만, 한 번쯤은 공을 골라내는 묵묵한 선구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파워 TOP5
양의지가 9월 ‘파워 툴’의 챔피언을 차지했다. 그가 홈런을 뽑아내는데는 10타수도 필요치 않았다. 9.67타수당 1홈런의 무시무시한 괴력. 그는 9월
단 58타수만에 6홈런을 뽑아내며 시즌 홈런을 22개로 늘렸다. 지난 시즌 20홈런에
이어 2시즌 연속 20홈런이다.
물론 2시즌 연속 20홈런은
그리 대단한 기록은 아니다. 올 시즌 20홈런을 때려낸 타자는
무려 26명이나 되며, 이 중 13명이 2시즌 연속 20홈런을
기록했다. 한 시즌에만 10차례 넘게 나오는 기록을 희귀한
기록이라 볼 수는 없다. 3시즌 연속 30홈런 기록을 세운
타자도 2명(테임즈, 최형우)이나 되는 판국에, 2시즌 연속 20홈런은
기사거리로 쓰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가 포수 포지션의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포수는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이 중시되는 포지션. 게다가 체력 소모 또한 엄청나기에 화끈한 장타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KBO 역사상 2시즌 연속 20홈런을 달성한 포수는 이만수, 박경완, 진갑용, 양의지 단 네 명뿐이다.
유승안, 김동수, 조인성 등 타격에 일가견이 있던 ‘레전드’들도 달성하지 못한 2시즌 연속 20홈런을 정복한 양의지. 어쩌면, 우리는 지금 전설을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피드 TOP5
[기록 및 사진 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스탯티즈]
계민호 기자/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