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과 악몽 2016 리와인드 ①] kt 위즈 시즌 결산
2016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도 역시 각 구단별 최고의 상황(백일몽)과 최악의 상황(악몽)을 예측해 본 바 있다.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악몽을 접한 팀들도 있었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달콤함을 누린 팀도 있었다.
케이비리포트에서 예상한 2016시즌 백일몽과 악몽이 어느 지점에서 적중했고 어디에서 빗나갔는지 팀별로 복기해보며 2016 프로야구를 마무리해도록 하자. (연재 순서는 10위팀부터 역순으로 진행)
(관련기사: 우주의 기운이 수원으로? kt의 백일몽과 악몽 )
kt 위즈 (정규시즌 10위/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
▲ kt의 주장 박경수는 올 시즌 2루수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하다 |
ⓒ kt 위즈 |
백일몽 (7개 예상 중 0.5개 적중)
1. '장성우 사건'이 전화위복이 되어 젊은 포수들이 폭발한다.
-> 땡! kt는 올 시즌 주전 포수를 발굴하지 못했다. 이해창(575 1/3이닝), 김종민(523 1/3이닝), 윤요섭(174 1/3이닝)이 포수 마스크를 나눠썼으나 어느 선수도 확실한 주전으로 올라서지 못했다.
윤요섭(0.45), 김종민(-0.24), 이해창(-1.42)은 리그 대체선수 수준, 혹은 그 이하의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을 기록했다. 심지어 세 선수 모두 우리 나이로 30대 선수들. 여전히 전망이 밝지 않은 kt의 안방에는 트러블 메이커가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고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2. 2루수 박경수, 3루수 마르테가 골든글러버가 된다.
->딩동댕! 그리고 땡! 2루수 박경수는 올 시즌 골든글러브 수상이 유력하다. 올 시즌 타율 0.313에 20홈런 80타점으로 맹활약했다. WAR은 4.44로 리그 전체 13위, 리그 2루수 중에선 단연 최고다. 하지만 3루수 마르테는 올 시즌에도 부상에 시달린 끝에 조기 시즌 아웃되며 91경기 출장에 그쳤다. 재계약 가능성은 희박하다.
3. 마리몬-피노-밴와트 외국인 투수 3인방이 40승을 합작한다.
(2015 시즌 16승 : 옥스프링 12승, 저마노 3승, 어윈 1승, 시스코 0승)
-> 땡! 마리몬(6승 4패 ERA 5.23)-피노(2승 3패 ERA 7.15)-밴와트(6승 13패 ERA 5.95)는 고작 14승 합작에 그쳤다. 그나마 밴와트는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키며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마리몬과 피노는 계속되는 부진과 부상으로 시즌 도중 방출됐다.
피노 대신 영입된 피어밴드(7승 13패 ERA 4.45)는 후반기 에이스 역할을 해냈으며, 마리몬 대신 영입된 로위(3승 6패 ERA 6.30)는 시즌 막판 가능성을 보이며 재계약 가능성을 남겼다.
4. 지난 시즌 경험을 쌓은 젊은 선발진 중 선발 10승이 나온다.
(지난 시즌 : 정대현 118이닝, 엄상백 100이닝, 정성곤 58이닝)
-> 땡! 정대현(4승 10패 ERA 7.29), 엄상백(1승 5패 ERA 6.75), 정성곤(0승 7패 ERA 5.83)은 도합 5승에 그쳤다. 이 중 엄상백과 정성곤은 선발보다는 불펜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고, 그나마도 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 올시즌 kt의 가장 큰 소득은 선발투수 주권의 성장이다. |
ⓒ kt 위즈 |
다만 지난 시즌 24 1/3이닝에 그쳤던 주권이 6승 8패 ERA 5.10으로 가능성을 보인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주권은 5월 27일 수원 넥센전에서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두며 '토종 에이스'의 가능성을 드러냈다. 최고 145km/h에 이르는 빠른 공과 안정된 제구력이 인상적인 투수다.
5. 유한준이 골든글러브 2연패에 성공하고 이대형은 도루왕에 복귀한다.
-> 땡! 유한준은 시즌 초반부터 부상에 시달린 끝에 타율 0.336에 14홈런 64타점에 그쳤다. WAR은 3.05로 리그 34위이자 외야수 중 9위다. 최형우, 김재환*, 손아섭, 이용규, 박건우 등이 유력한 골든글러브 후보다.
한편 이대형은 시즌 초반의 질주를 이어가지 못하고 37도루로 리그 3위에 머물렀다. 개막 후 첫 두 달간 20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도루왕 복귀를 노렸지만, 이후 17도루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42도루를 성공시킨 박해민(52도루)이 2년 연속 도루왕 타이틀을 따냈다.
6. 팀 타선이 시즌 내내 '2015년 돌풍의 여름'을 재현한다.
(2015시즌 6~8월 : 팀 타율 3위, 팀 홈런 2위, 팀 득점 3위)
-> 땡! kt는 시즌 내내 빈타 행진을 이어가며 팀 타율 (0.276), 팀 홈런(116), 팀 득점(672) 모두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박경수, 유한준, 이진영 등이 버틴 중심타선은 그럭저럭 버텼지만, 하위타선의 침묵은 심각할 정도였다.
7. 조범현 감독이 우주의 기운을 논하기 시작한다.
-> 땡! 조범현 감독은 2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무른 끝에 재계약에 실패했다. kt의 부진을 조감독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지만, 팀 성적을 책임지는 감독이기에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kt는 조범현 감독의 뒤를 이을 신임 감독으로 해설가로서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던 김진욱 감독을 선임했다.
악몽(7개 예상 중 4.5개 적중)
1. 지난 시즌 많은 이닝을 소화한 장시환, 조무근이 지난 시즌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2015 시즌 : 장시환 74 ⅔이닝, 조무근 71 ⅔이닝)
-> 딩동댕! 단순히 지난 시즌의 많은 이닝 소화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장시환과 조무근은 전년의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장시환은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3승 12패 6세이브 ERA 6.33으로 부진했고, 조무근은 38 2/3이닝 소화에 그치며 2승 4홀드 ERA 8.61의 성적만을 올렸다. WAR은 각각 0.64와 0.16이었다.
2. '장성우, 오정복 이어 또..?'라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한다.
-> 딩동댕! 한동안 조용했지만, 6월 김상현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불구속 입건되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7월 이 사건이 보도된 후, kt는 김상현을 임의탈퇴 조치했다.
3. 유한준과 목동 구장의 연관성이 증명된다. (2015 유한준 : 홈 19홈런, 원정 4홈런)
-> 땡! 유한준은 올 시즌 14홈런 중 6홈런을 홈구장인 케이티위즈파크에서 기록했고, 잠실 2홈런, 사직 2홈런 등으로 특별히 구장을 가리지 않고 홈런을 터트렸다. 부상 등으로 홈런 수가 줄고 IsoP(순수장타율) 등 파워 수치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목동 구장에서 벗어난 탓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4. 이진영에게 '탈잠실 효과'는 없었다.
-> 땡! 이진영은 올 시즌 타율 0.332에 10홈런 72타점으로 부활에 성공했다. LG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09시즌(14홈런) 이후 7시즌만에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타점은 SK 시절이던 2005시즌(74타점) 이후 최고 기록이다.
5. 전반기가 끝나기 전에 외국인 선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한다.
-> 딩동! kt는 전반기 막판인 7월 7일 마리몬을, 후반기 초반인 7월 24일 피노를 방출했다. 올 시즌 kt가 사용한 외국인 선수 교체카드는 총 2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일찌감치 가을 야구의 희망이 사라진 탓이지, 외국인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린 덕은 아니었다.
6. 또 다시 팀 ERA(평균자책점)가 최하위로 추락한다. (2015 팀 ERA 10위 5.56)
-> 딩동댕! kt는 올 시즌 팀 ERA 5.93으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선발진 ERA는 6.16으로 10위 한화(6.38)에 비하면 나았지만, 구원진의 ERA가 5.68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 2년 연속 팀 ERA 최하위의 설움을 겪었다.
7. '막내의 2년차 반란'은 NC에 국한된 이야기였다.
-> 딩동댕! NC는 1군 2년차 시즌에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kt는 2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지난 시즌은 9위 LG와 12.5경기, 올 시즌은 9위 삼성과 11.5경기 차이의 압도적인 최하위다. 승률은 지난 시즌 0.364에서 올 시즌 0.373으로 소폭 상승했다.
* 2016 시즌 결산
▲ 2016시즌을 앞두고 kt에 합류한 마리몬, 피노, 밴와트, 유한준, 이진영 |
ⓒ kt 위즈 |
kt의 2016시즌 전망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물론 조금 더 가능성이 높은 쪽은 후자였다. kt는 1군 첫 시즌인 2015시즌, 52승 1무 91패 승률 0.364로 압도적인 최하위를 기록했다. kt는 시즌 시작부터 끝까지 순위표의 가장 끝자락에 위치했다. 9위 LG와의 승차는 무려 12.5경기. 주전 포수 장성우가 출장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른 9개구단과의 전력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물론 '기대'를 말하는 의견도 있었다. kt는 지난 시즌 전반기 28승 58패 승률 0.326에 머물렀지만, 후반기에는 24승 1무 33패 승률 0.421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타선이 터진 6~8월에는 33승 33패로 5할 승률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보였다.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한 요소였다.
박경수(22홈런)-마르테(20홈런)-김상현(27홈런)에 유한준(23홈런)이 합류한 중심타선은 경쟁력이 충분해 보였고, 3할 타율이 예사가 된 '슈퍼소닉' 이대형(44도루)의 빠른 발도 건재했다. 이진영과 박기혁 등 베테랑과 문상철, 김동명 등 젊은 피가 어우러지면 하위타선의 약점도 해결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었다.
마운드도 기대할 요소가 충분했다. 선발진에는 경험을 쌓은 정대현과 엄상백이 기대주였고, 김재윤-조무근-장시환으로 이어지는 든든한 뒷문은 리그에서도 손꼽힐 만했다. 외국인 투수 3인방인 마리몬-피노-밴와트가 중심만 잡아준다면 '2년차의 반란'도 꿈이 아닐 듯했다.
시즌이 시작되자 기대는 더욱 커졌다. kt는 4월 12승 13패로 선전하며 공동 5위에 올랐다. 밴와트가 '투수명문 밴가'의 일원답게 2승 2패 ERA 2.42로 에이스 역할을 해냈으며, 정대현은 1승 ERA 3.10으로 깜짝 활약을 보였다. 마리몬과 피노 역시 꾸준히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최소한의 기대치는 충족시켰다. 믿었던 조무근의 부진 등 암초가 있었지만, 장시환이 4세이브 ERA 1.65로 활약하며 뒷문을 틀어막았다.
타선도 만만치않았다. 박경수-마르테-김상현이 12홈런을 합작했고, 이적생 유한준과 이진영이 8홈런을 보태며 강타선을 완성했다. kt는 4월 한 달간 팀 홈런 2위, 팀 득점 3위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 NC의 2년차 시즌을 재현할 듯한 페이스였다.
▲ 김상현의 불미스러운 사건 이후 공교롭게 kt는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
ⓒ kt 위즈 |
하지만 상승세는 딱 거기까지였다. 부상이 문제였다. 피노가 4월 17일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데 이어 FA로 영입한 유한준이 5월 6일 허벅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6월 4일에는 이진영의 부상 소식까지 들려왔다. 어렵게 피노가 부상에서 돌아오자 이번에는 마리몬이 팔꿈치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kt는 장시환을 선발로 전환시키는 등 위기를 극복하려 여러 방법을 동원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경기 외적인 문제도 컸다. 전반기 종료를 앞둔 7월 13일, 김상현이 불미스러운 일로 임의탈퇴 처리 것이다. 사건 이전까지 11홈런을 때려냈던 김상현이 이탈하면서 kt의 타선은 힘은 한층 더 약해졌다. 또한 장성우, 오정복에 이어 김상현마저 사건에 휘말리며 구단에 대한 여론의 집중포화가 계속됐다.
당연히 팀 분위기와 성적은 급격히 추락했다. kt는 별다른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 채, 김상현 사건 이후 21승 43패 승률 0.328을 기록했다. 그리고 정규 시즌이 끝나기 한참 전인 9월 23일, 2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됐다.
▲ 김진욱 감독과 함께하는 2017시즌, kt는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까? |
ⓒ kt 위즈 |
2017시즌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선수 문제다. 신생팀에게 2년간 주어지는 혜택인 외국인 선수 4인 제도는 올 시즌으로 끝났다. kt는 이제 다른 팀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선수 3명으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그렇다고 지난 시즌의 NC처럼 기존 외국인 선수를 믿고 재계약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피어밴드와 로위는 어중간한 활약을 보였고, 마르테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NC가 이전 시즌 함께하며 적응이 완료된 외국인 선수들과 3년차를 맞은 것과는 달리, kt는 백지 상태에서 외국인 선수를 찾아봐야 할 수도 있다.
팀 내 유망주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kt는 창단 이후 줄곧 드래프트에서 상위권의 유망주는 확보했지만, 이들 중 1군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은 선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올 시즌 주전 포수 발굴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며 '장성우 딜레마'를 개운하게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도 kt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다음 시즌 kt의 '반전'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결과를 떠나, kt는 지난 2시즌간 유망주들에게 적지 않은 기회를 준 팀이다. 이들이 2시즌간 쌓은 경험은 분명 헛된 것이 아닐 터. '제 2의 주권', '제 2의 김재윤'이 하나 둘씩 등장해 팀의 중심축으로 자리잡는다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단숨에 성큼성큼 계단을 오르기란 쉽지 않겠지만, 조급함을 버리고 하나씩 하나씩 계단을 오른다면 분명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2년 연속 최하위라는 수모를 씻고 도약의 계기를 찾기 위해서 분주할 kt가 올 겨울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해 보도록 하자.
프로야구/MLB 객원필진 지원하기[kbr@kbreport.com]
[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