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몽과 악몽 2016 리와인드 ②] 삼성 라이온즈 시즌 결산
2016 프로야구 정규 시즌이 시작되기 전,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도 역시 각 구단별 최고의 상황(백일몽)과 최악의 상황(악몽)을 예측해 본 바 있다. 전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악몽을 접한 팀들도 있었고, 반대로 예상치 못한 달콤함을 누린 팀도 있었다.
케이비리포트에서 예상한 2016시즌 백일몽과 악몽이 어느 지점에서 적중했고 어디에서 빗나갔는지 팀별로 복기해보며 2016 프로야구를 마무리해도록 하자(연재 순서는 10위팀부터 역순으로 진행)
(관련기사: 2016시즌 삼성라이온즈의 백일몽과 악몽 )
삼성 라이온즈 (정규시즌 9위/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
▲ 올시즌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최형우 |
ⓒ 삼성 라이온즈 |
백일몽 (10개 중 1.5개 적중)
1. 신인왕 구자욱이 풀타임 2년차엔 MVP급으로 성장한다.
->땡! 구자욱의 성적이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한 것은 사실이나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15위(4.26), 타율 6위(0.343), 장타율 16위(0.547), 출루율 7위(0.420)로 MVP급 성적에는 못미쳤다. 홈런은 지난해보다 3개 더 기록했으나, 도루는 7개가 줄었고 출장 경기수도 108경기에 그쳤다.
2. 발디리스가 나바로급 장타력을 보여준다. (나바로 2년 통산 장타율 0.574)
->의심의 여지없이 땡이다. 발디리스가 올시즌이 끝나고 받아든 비율 스탯은 썩 나쁜 편은 아니다. 타율은 0.266에 그쳤으나, OPS(출루율+장타율)는 0.850으로 준수했다. 장타율은 나바로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0.486으로 나쁘지 않았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으나, 7월에는 OPS 1.197을 기록하는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발디리스는 8월 초 2경기만을 소화한 후, 고질적인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아무리 잘하는 외인타자라도 경기에 나설 수 있을 때 빛을 발한다. 발디리스는 올시즌 44경기에 나서서 190타석을 소화하는 것에 그쳤다. 나바로와 박석민의 공백을 메워야 했던 발디리스는 되려 더 큰 공백을 만들고 말았다.
3. 최형우가 국밥집을 폐업하고 제과점을 오픈한다. (주력 상품: 홈런볼)
->딩동댕! 올시즌 최형우는 리그 MVP급 성적을 남겼다. 역대 2명뿐인 타율 1위, 타점 1위 동시 달성에 성공했으며, 한시즌 최다 2루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타격 전부분에서 순위권이며, 테임즈의 독무대나 다름없던 OPS와 WAR에서도 테임즈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OPS 1.117, WAR 8.96 ) 홈런이 31개에 그친 점이 아쉬웠지만, 이마저도 리그 7위에 해당한다.
4. 김상수가 드디어 골든글러브를 손에 넣는다.
▲ 김상수의 최근 4시즌간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 케이비리포트 |
->땡!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도리어 퇴보하고 있다. 특히 올시즌은 오지환, 김재호, 김하성이 3파전을 펼치는 와중에 WAR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WAR -0.32) 공격력의 마지노선인 7할 OPS가 4년 만에 무너졌으며, 장점인 도루마저 데뷔 이후 8년 만의 한 자릿수(6개)를 기록했다.
5. 조동찬과 백상원의 치열한 경쟁이 '총알남'의 공백을 지운다.
->땡! '나바로상 오겡끼 데스까'라는 반응이 절로 나왔던 2016년이었다. 조동찬은 OPS 0.797을 기록했으며, 백상원은 OPS 0.725를 기록했다. 발디리스의 부상 공백으로 조동찬은 2루수보다는 3루수로 출전했다. 첫 풀타임 주전 2루수 역할을 맡은 백상원이 나바로의 공백을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
6. 국내 좌투수 중 1인자가 된 차우찬이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는다.
->딩동! 올시즌 삼성 선발진이 줄줄이 무너지는 와중에, 차우찬이 분투하긴 했지만 김광현과 양현종에는 못미쳤다. 12승 6패로 2년 연속 10승을 넘어서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은 4.73으로 지난해 4.79와 비슷했다. 무엇보다 지난해보다 삼진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이 아쉽다. 지난 3년동안 K/9(9이닝당 탈삼진)이 8 이상을 기록했지만 올시즌은 7.09로 급락했다. 올시즌 구위가 확연히 떨어진 것은 아니기에 반등의 여지는 있다. 8일 MLB의 신분 조회 요청을 받았다.
7. 짝수해 장원삼이 류현진으로 변신한다.
->땡! 장원삼의 부진은 올시즌 삼성 선발진이 속절없이 무너진 주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하락세의 조짐이 보인 장원삼은 올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HR/9(9이닝당 홈런 허용)이 무려 1.84에 달했으며, 평균자책점은 7.01을 기록했다. 속구 평균 구속도 지난해보다 더 떨어졌다. 내년에도 그의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8. 윤성환(17승)과 안지만(37홀드)이 무혐의 처분 후 지난해에 필적할 성적을 남긴다.
->땡! 윤성환은 11승 10패 ERA 4.35의 성적을 남겼고, 경찰은 윤성환에 대해선 참고인 중지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안지만은 성적도 좋지 못했고 도박 사이트 개설 혐의로 기소됐다. 삼성은 안지만과의 계약을 해지했으며,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했을 때 복귀는 어려워 보인다.
9. 웹스터와 벨레스터가 '헐크+피가로'급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를 남긴다. (2014 헐크 6.38/ 2015 피가로 3.12)
->땡! 삼성의 올해 외국인 농사는 '흉작'이라는 단어로도 표현이 안된다. 시즌 초반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던 웹스터와 벨레스터를 포기하고 영입한 플란데와 레온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올해 삼성의 외국인 투수 4명이 기록한 6승 14패이다. 4명이 기록한 WAR 합은 고작 1.22다.
10.어우삼, '어차피 우승은 삼성'. 삼성이 정규시즌 6연패를 달성한다.
->여지없이 땡! 삼성은 정규시즌 9위, 창단 이래 최악의 순위를 기록했다. 승률은 0.455를 기록, 간신히 역대 최저 승률 기록을 피했다. (삼성 역대 최저 승률 1996년 0.448)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2009년 이후, 7년 만이다.
악몽(10개 중 6개 적중)
1. 구자욱에게 소포모어 징크스와 삼적화가 동시에 찾아온다.
-> 땡! 구자욱에게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백일몽에서 언급했듯 구자욱의 시즌 성적은 소폭 상승했다. 삼적화는 야구팬들의 판단에 맡긴다.
2. 발디리스가 오리어리의 성적과 행동을 연상시킨다.(오리어리 2004시즌 AVG 0.265 10홈런 OPS 0.839)
->딩동! 인성이나 태도에서는 성실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하지만 성적은 놀랄만큼 유사하다. 발디리스의 최종 성적은 타율 0.265 8홈런 OPS 0.850이다.
3. 최형우 국밥집이 성황하는 것을 본 다른 타자들이 체인점을 낸다.
->땡! 삼성은 올시즌 팀타율 0.293으로 리그 3위, 득점권 타율이 0.298로 5위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다만 주자 만루 상황에선 0.273의 타율로 리그 9위에 머무르며 팬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4. 차우찬의 탈삼진은 줄어들고 볼넷은 늘어난다. (2015시즌 194K, 74볼넷)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탈삼진은 크게 줄었으나, 볼넷 비율은 지난해와 비슷했다.
(2015시즌 K/9 10.09 BB/9 3.85, 2016시즌 K/9 7.09 BB/9 3.84)
5. 장원삼이 라이온즈 파크에 홈런 공장을 새로 짓는다.
->딩동댕! 장원삼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높은 HR/9을 기록했다. 지난해 HR/9은 1.91에 달했으며, 올해는 1.84를 기록했다.
6. 순위 싸움이 치열한 시점에서 윤성환과 안지만이 검찰 출석 요구를 받는다.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윤성환의 경우는 경찰이 참고인 중지 의견으로, 안지만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이후 안지만은 도박사이트 개설 연루 혐의로 법정에 섰다.
7. 웹스터와 벨레스터가 '카리대+션'급 성적을 남긴다. (합산 0승 7패)
->딩동댕! 웹스터와 벨레스터는 합산 4승 7패를 기록했으며, 이 둘을 대체했던 레온과 플란데 역시 2승 7패를 기록했다.
8. 라이온킹 이승엽이 FA 계약 1년을 앞두고 현역 은퇴를 선언한다.
->땡! 다행히 그럴 일은 없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142경기를 소화하며 자리를 지켜주었다. 성적 또한 나쁘지 않았다. 27홈런 118타점, OPS 0.898을 기록했다.
9. 류중일 감독이 브로컬리를 먹으며 '타짜',' '총알 탄 사나이'를 보다 눈물 흘렸다는 도시괴담이 떠돈다.
▲ 시즌 후 재계약이 불발된 류중일 전 감독 |
ⓒ 삼성 라이온즈 |
->딩동댕! 올시즌 '총알남' 나바로, '브로콜리' 박석민의 공백은 물론 '도박 스캔들'에 직격탄을 맞은 마운드의 문제도 심각했다. 여기에 외인 농사도 신통치 않으니, 류중일 감독이 눈물을 흘려도 이상할게 없는 상황. 정규시즌 5연패를 이뤘던 류중일 감독이지만 결국 2016시즌 종료 후 지휘봉을 놓게 됐다.
10. 7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와 함께 매각설이 솔솔 나온다.
->딩동댕! 7년 만의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 그것이 현실이 됐다. 여기에 역대 최저 승률에 근사한 0.455를 기록했으며, 순위는 역대 최저 순위인 9위에 머물렀다. 모기업인 제일기획의 매각설은 사그라든 상태지만 제일기획 시대 라이온즈의 우울함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2016 시즌 결산
▲ 윤성환과 안지만 |
ⓒ 삼성 라이온즈 |
2016시즌 개막 전 삼성의 시즌 전망은 불투명했다. FA 박석민은 물론이고 역대급 외인타자이자 2루수였던 나바로 역시 붙잡지 않았다. 외인 투수진도 전원 교체였다. 윤성환과 안지만, 임창용의 검찰 수사등 내외적으로 뒤숭숭했다. 마운드의 노쇠화도 뚜렷했다. 특히 장원삼은 노쇠화의 기미가 역력했다. 믿을 건, 짝수해 장원삼은 다를 것이라는 징크스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내내 이어진 삼성의 급격한 몰락은 상상 이상이었다. 예상할 수 있던 최악의 상황이 모두 현실이 됐다. 나름의 대비책은 있었지만 악몽이 된 현실을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2루수 자리에 백상원이 입성했지만 나바로가 남긴 엄청난 공백을 절감할 수 밖에 없었다. 리그 정상급 성적이 보장된 박석민을 잡지 않고 발디리스를 영입한 것 역시 대실패로 끝났다.
선수들의 도박 관련 혐의와 논란 역시 삼성을 어지럽게 했다. 2015시즌 세이브 1위 임창용은 임의탈퇴 이후 고향팀 KIA로 적을 옮겼다. 리그 최고의 셋업맨이던 안지만은 검찰에게 기소당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사실상 그라운드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게 됐다. 윤성환은 참고인 중지로 시즌을 온전히 소화했으나, 노쇠화의 흔적이 역력했다.
예상치 못한 것은 유격수 김상수의 부진이었다. 김상수는 WAR에서 마이너스(-0.32)를 기록했고, 데뷔 시즌부터 이어왔던 두 자릿수 도루 기록도 올해는 한 자리 수에 그쳤다. 이 모든 악재들이 겹치며 결국 삼성은 창단 후 최악인 9위라는 순위표를 받았고, 4년 연속 통합 우승과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을 이끈 류중일 감독마저 2선 후퇴라는 비애를 맛봐야 했다.
투타에서 최형우와 차우찬이 분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특히 최형우는 FA를 앞두고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OPS에서 테임즈를 앞질렀으며, 타율과 타점 1위를 동시 석권한 역대 3번째 타자가 됐다. (기존 이만수, 이대호) 유력한 MVP 후보인 20승 투수 니퍼트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기도 하고 있다.
▲ '야구의 신' 이승엽. 한일 통산 600홈런과 2000안타 고지를 넘어섰다. (출처: 프로야구 야매카툰 '진짜 야구의 신은 누구' 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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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이와 이승엽, 두 베테랑은 역시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했다. 이승엽은 그에게 남은 2년 중 첫 해를 27홈런 118타점을 기록하며 불태웠다. 내년에는 1루수로도 나설 것을 천명한 상황이다. 박한이는 부상과의 사투를 벌이면서도 16년 연속 100안타와 2000안타를 달성했다. 16년 연속 100안타는 양준혁과 타이 기록. 2017시즌에는 한국 프로야구 최초 17년 연속 100안타를 목표로 한다.
올시즌 삼성의 팀타율은 3위이며, 팀득점도 3위로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도박 혐의, 노쇠화, 외인 농사 흉작이 동시에 작용한 마운드였다. 심창민이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는 모습을 보였고, 불펜은 그럭저럭 버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발 마운드는 답이 보이질 않았다. 삼성 선발이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5.93으로 리그 8위에 불과하다.
장원삼의 구위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며, 윤성환 역시 예전 같지 않았다. 여기에 삼성 마운드의 새 얼굴이 돼주어야 할 정인욱은 올시즌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투수 중 윤규진 다음으로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윤규진 100.1이닝 ERA 6.82 정인욱 111이닝 6.81)
새로 영입한 외국인투수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웹스터와 벨레스터는 합산 4승 7패를 기록했으며, 두 선수 모두 시즌 초반 교체됐다. 문제는 새로 교체돼 들어온 외인 투수 레온과 플란데 역시 2승 7패에 그쳤다는 것이다. 이중 레온은 고작 2경기에 등판해 ERA 11.25라는 참혹한 성적을 남겼다.
▲ 삼성 라이온즈의 김한수 신임 감독 |
ⓒ 삼성 라이온즈 |
삼성의 2016시즌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달도 차면 기우는 법이며, 열흘 붉은 꽃이 어디 있겠냐만은 이렇듯 갑작스러운 몰락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신임 김한수 감독을 선임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삼성 라이온즈가 2016시즌의 악몽과 실수를 절치부심의 계기로 삼아 빠른 시일 내에 강팀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길 바란다.
[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