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타자 Tool별 TOP5 (6월)
'타격대세' 김선빈, '홈런대세' 최정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타격 정확도가 유독 뛰어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히터,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타자 등.
이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매월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Tool은 컨택, 파워, 선구안,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6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관련 기사 : 5월 Tool별 TOP5 - '퍼펙트 히터' 최형우, 100억이 아깝지 않다)
# 컨택 TOP5
지난 2년 간 KIA의 센터라인은 암울함 그 자체였다. 특히 내야 수비의 핵, 유격수 포지션이 그랬다. KIA는 강한울, 박찬호, 고영우를 유격수로 기용했고 심지어 김주형 카드까지 시도했지만 그 어느 선수도 리그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김선빈이 돌아오자 약점이 강점으로 변했다. 지난 시즌 막판 복귀해 25타수 9안타로 예열을 마친 그는 올 시즌 본격적으로 활약을 시작했다. 4월 한 달 간 타율 0.349를 기록했고, 5월에는 타율 0.391로 상승세를 더했다.
6월 성적은 더욱 놀랍다. 월간 24경기 타율 0.419로 기어코 월간 4할 타율을 돌파했다. 6월 15일 3안타를 때려내며 이대호를 넘어 타격 1위에 올랐고, 이후 타율을 더욱 끌어 올리며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올 시즌 전까지 규정 타석 3할 타율을 달성한 적이 없던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 배경에는 압도적인 컨택 능력이 있다. 6월 한 달 간 그의 헛스윙 비율은 3.7%로 리그 전체에서 가장 낮다. 컨택%는 무려 94.9%다. 작은 키와 특유의 타격폼으로 스트라이크 존이 좁혀지는 효과가 있는 데다 컨택 능력까지 뛰어나니 막아낼 도리가 없다. 투수들로서는 진절머리 나는 상대다.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은 경이롭다. 올시즌 득점권 타율은 무려 0.480으로 리그 전체 1위. 6월에는 무려 0.565로 더 올라갔다. 일반적으로 가장 약한 타자가 들어서는 9번 타순에서 여느 팀 4번 타자 이상의 결정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팀 승리에 대한 기여도도 높다. 그의 시즌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3.07로 리그 전체 8위. ‘단돈’ 8000만원의 연봉으로 ‘4년 150억원’ 이대호, ‘4년 96억원’ 박석민, 4년 ‘84억원’ 김태균 이상의 활약을 해내고 있다. '작은 거인' 김선빈이 명실상부 리그 최고의 유격수로 우뚝 서고 있다.
# 파워 TOP5
최정의 홈런쇼가 재개됐다. 5월 4홈런으로 주춤했던 것도 잠시, 6월에만 12홈런을 터트리며 월간 홈런 1위에 등극했다. 여느 타자들은 일주일에 하나 터트리기도 어려운 홈런을, 그는 ‘격일제’로 펑펑 쏘아 올렸다.
세부 기록을 살펴 보자. 그의 6월 IsoP(순수 장타율)는 0.440에 달한다. 타율보다 0.440이나 높은 장타율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리그 평균 장타율이 0.429인데, 그는 장타율에서 타율을 빼고도 이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야구 게임에서 나올 법한 기록이다.
7타수 당 하나 꼴로 홈런을 터트렸다는 것도 놀랍다. 로사리오가 3경기에서 8홈런을 몰아치며 신들린 방망이를 뽐냈지만, 최정의 꾸준한 폭발력에는 미치지 못했다. 참고로 리그 평균 기록은 35.5타수당 1홈런이다.
당연히 리그 홈런 1위도 그의 몫이다. 그는 올시즌 현재 28홈런으로 2위 한동민(22홈런), 3위 로사리오(20홈런)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시즌이 절반 가량 남아있지만 최정의 홈런왕 2연패는 당연시되는 분위기다.이제 그의 경쟁자는 다른 타자들이 아닌 KBO리그의 역사다.
현재 홈런 페이스를 이어 간다면 앞으로 26~27개의 홈런을 추가할 수 있을 전망. 지난 시즌 기록한 40홈런을 넘어 50홈런을 넘길 가능성이 높으며 욕심을 부리면 이승엽이 세운 단일시즌 최다 홈런(56홈런)에도 도전할 수 있는 페이스다.
‘레전드’ 이승엽의 은퇴 시즌, 최정이 그의 홈런 기록에 도전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마치 전설이 그의 후계자에게 ‘배턴 터치’를 하는 느낌이 아닐까? 올 시즌, 우리는 새로운 전설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는지 모른다.
# 선구안 TOP5
최형우의 ‘눈야구’가 절정에 달했다. 2008~2015시즌까지 8년 간은 볼넷보다 삼진이 많은 타자였지만, 이젠 다르다. 지난해 볼넷과 삼진의 수가 같아졌고(83볼넷/83삼진) 올 시즌에는 볼넷이 삼진보다 1.5배나 많다(54볼넷/36삼진).
출루율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전까지 주로 3할 후반~4할 초반대에 머물렀던 출루율이 지난 시즌 0.464로 올랐고, 올 시즌에는 0.465로 올랐다. 지난 시즌 출루율 2위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출루율 타이틀도 따낼 기세다. (2위 서건창 0.432)
6월 성적도 마찬가지다. 6월 월간 볼넷 1위(19). 출루율 2위(0.482). 또한 IsoD는 8위, 볼넷/삼진 비율은 2위다. 선구안과 관련된 모든 기록에서 최상위권이다. 압도적인 타격 능력을 지녔음에도 서두르지 않고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올시즌 최강인 KIA 타선에는 때리는 데 강점이 있는 타자가 많다. 안치홍-김선빈 키스톤 콤비를 비롯 버나디나, 이명기, 나지완, 이범호 등 타격 자질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선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현재 타율 10걸에 KIA 타자가 무려 4명이나 포함되어있는 것이 증거다. 하지만 이들이 선구안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
KIA 타자들 중 IsoD(순수 출루율) 부문 20위 안에 드는 선수는 최형우 단 한 명 뿐 이다. 범위를 넓혀 30위까지 확장해야 겨우 30위 안치홍이 보일 뿐이다. 고타율에 비해 출루율이 썩 좋지 않다는 뜻이다.야구는 때리기만 한다고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화끈한 안타와 홈런에 가려 화려한 조명을 받진 못하지만, 꾸준한 출루는 팀 승리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득점과 직결되는 출루율이 최근 각광받는 이유다. 수많은 ‘타격 천재’들 속에서 '퍼펙트 히터' 최형우가 차별성을 보이는 지점이기도 하다.
# 스피드 TOP5
압도적이다. 박해민이 6월에만 12차례 베이스를 훔치며 도루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위 버나디나, 3위 심우준-이대형보다 무려 2배 가량 많은 수치다. 심지어 도루 실패는 단 하나 뿐. 도루 성공률은 92.3%로 경이로운 수준이다.
최근 그를 보고 있으면, 과거 도루왕을 휩쓸던 시기의 ‘슈퍼 소닉’ 이대형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당시 이대형은 압도적인 스피드로 숱한 베이스를 훔쳤다. 4년 연속 도루왕에 3년 연속 60도루. 시즌 전부터 도루왕은 정해져 있고, 다른 타자들이 2위 경쟁을 하는 느낌이었다.
박해민도 마찬가지다. 2015시즌 60도루, 2016시즌 52도루로 2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했다. 2위는 박민우에서 손아섭으로 바뀌었지만, 1위는 언제나 박해민이었다. 심지어 2위와의 격차는 10도루 이상이었다. 올 시즌 현재 22도루로 2위 그룹을 5개 차이로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낮은 출루율에도 불구하고 극강의 스피드로 베이스를 훔친다는 점도 비슷하다. 과거 이대형(통산 출루율 0.338)이 그랬듯, 박해민의 출루율(0.326)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다른 타자들에 비해 도루를 시도할 기회 자체가 적다.
하지만 그의 압도적인 스피드와 주루 센스는 이런 난관마저 쉽사리 뛰어넘었다. 다른 타자들이 5번 이상 출루해야 도루를 성공시킬 때, 그는 3~4번 출루마다 도루를 추가한다.
이제 그는 KBO 역대 3명(김일권, 정수근, 이대형) 만이 달성한 3년 연속 도루왕에 도전한다. 올 시즌 그의 압도적인 스피드를 감안하면 이는 그리 어렵지 않을 전망. 박해민이라면 정수근-이대형도 이루지 못한 5년 연속 도루왕에도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관련 기사 : 5월 Tool별 TOP5 - '퍼펙트 히터' 최형우, 100억이 아깝지 않다)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