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리그 타자 Tool별 TOP5 (5월)
[케이비리포트]'거포본색' 강민호, FA 먹튀는 없다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타격 정확도가 유독 뛰어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히터, 상대 배터리를 농락하며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타자 등.
이 다양한 유형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최대한 활용해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 플레이에 열광한다.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매월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Tool은 , 파워, 컨택, 선구안,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지난 5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파워 TOP5 : 강민호(삼성)
FA 4년 총액 80억원(공식 발표액)에 삼성으로 이적한 강민호는 시즌 초 ‘강민호' 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개막 이후 4월까지 총 2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7, 3홈런 11타점으로 부진했다. OPS는 0.679로 리그 평균(0.782)보다 1할 이상 낮았다. 강민호 영입 효과에 대한 팀 안팎의 기대감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듯했다.
하지만 부담감을 극복한 강민호는 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수다운 면모를 회복했다. 5월 한 달간 무려 8개의 홈런을 쏘아올렸고, 3~4월 OPS보다 높은 장타율 0.718을 기록했다. 월간 홈런과 장타율, IsoP 모두 리그 전체 타자 중 1위다.
더욱 긍정적인 것은 강민호의 부활과 함께 삼성 타선도 활력을 찾았다는 점이다. 3~4월 팀 OPS 8위, 홈런 9위, 평균득점 8위였던 삼성은 5월 들어 팀 OPS 3위, 홈런 5위, 평균 득점 5위로 반등에 성공했다.
팀 승률이 상승한 것은 당연지사. 3~4월 0.355로 최하위로 추락했던 삼성은 월간 승률 0.560(4위)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롯데를 제치고 8위로 도약했다. 5위 KIA와의 승차는 3.0경기로, 이 기세가 계속된다면 5위 이상을 노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강민호가 지금의 폭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성의 꼼꼼한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올시즌 강민호는 리그 전체 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선발 출장했고(46선발), 가장 많은 이닝(377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여름철 이후 체력 문제와 잔부상으로 고전한 바 있다. 삼성이 ‘강민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제 2포수 이지영(24경기 47타석 OPS .539)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컨택 TOP5: 구자욱(삼성)
구자욱의 올시즌 초반은 참담했다. 첫 11경기에서 타율 0.213, OPS 0.479로 부진했고 설상가상 옆구리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이승엽의 뒤를 이을 ‘차세대 라이언킹’으로 꼽히던 그이기에 실망감은 더 컸다.
다행히, 2군행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구자욱은 5월 8일 복귀전부터 4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둘렀고, 하루가 멀다하고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구자욱은 5월 18경기에 출장해 멀티히트 10차례, 3안타 경기를 4차례나 기록하며 월간 타격 1위(0.418)에 등극했다.
5월 활약으로 시즌 성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2할 초반대 타율이 0.333까지 상승했고 OPS도 0.836으로 올랐다 . 규정타석을 채운다면 리그 12위에 해당하는 성적. 2015시즌 타격 3위, 2016시즌 타격 6위에 이어 또 한 번 타격 10걸을 기대해 볼만한 상승세다.
다만, 변수는 있다. 구자욱의 5월 BABIP(인플레이 타구 안타 비율)는 무려 0.466으로 구자욱의 통산 기록(0.386)에 비해 상당히 높다. 지난해와 달리 장타보다는 정확한 타격에 집중한 영향도 있겠지만 인플레이 타구 중 상당 수가 안타가 되는 ‘행운’이 따랐던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구자욱의 반등 여부를 확신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표본이 필요하다.
# 복귀 두 번째 경기, 9회 적시2루타 터트리는 구자욱
선구안 TOP5: 이용규(한화)
‘용규놀이’.
끈질긴 커트를 통해 볼카운트 싸움을 길게 하며 상대 투수의 진을 빼는 이용규의 전매특허다. 2010시즌 박준수와 20구 승부를 만들며 KBO리그 신기록을 작성했고, 2015시즌에는 양현종과 17구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집요하고도 끈질긴 ‘용규놀이’를 보고 있으면, 이용규의 컨택 능력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지만 '용규놀이’를 단순히 컨택 능력의 산물이라고만 보면 곤란하다. ‘용규놀이’의 숨은 비결은 뛰어난 선구안에 있다. 이용규는 교타자임에도 현역 타자 중 가장 높은 통산 볼넷/삼진(1.20) 기록을 보유한 ‘선구의 달인’.
먼저 선구안으로 스트라이크 여부를 빠르게 판단한 뒤, 볼은 걸러내고 애매한 공은 컨택 능력으로 걷어낸다. 이용규의 지난 5월 성적에서도 이러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이용규는 5월에만 15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리그 1위를 차지했다. 볼넷/삼진 비율 역시 1.50으로 리그 1위. IsoD(0.127)와 타석당 투구수(4.46)도 마찬가지로 리그 1위다. 선구안을 확인할 수 있는 모든 기록을 쓸어담았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꾸준함’이다. 이용규가 5월 들어 2경기 연속 볼넷을 골라내지 못한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5월 20일과 5월 22일에는 2경기 연속 무안타(5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볼넷으로 5차례 출루하며 오히려 출루율을 끌어올렸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에도 선구안만은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뜻. 잘 나가는 한화에는 FA 자격 행사를 1년 미루며 절치부심한 이용규의 눈이 있다.
# '뛰어난 선수이자 멋진 아빠' 이용규의 경기 후 인터뷰
스피드 TOP5: 버나디나(KIA)
KIA 버나디나는 지난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소속팀 KIA 타이거즈는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버나디나는 외국인 선수로는 유일하게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브렛필 대신 그가 영입되지 않았다면 지난해 KIA의 우승은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 시즌 성적은 지난해만 못하다. 슬로우스타터임을 감안해도 시즌 타율(0.283)은 4푼 가까이 떨어졌고, 장타율(0.451)은 1할 가까이 하락했다. 5월 중순 이후 허벅지 통증으로 2주 가량 결장했음을 감안해도 5월에는 단 하나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다. 110만 달러를 받는 외국인타자임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미흡한 성적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버나디나가 여전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분야가 있다는 점이다. ‘발에는 기복이 없다’는 말처럼, 버나디나는 여전한 스피드로 베이스를 훔치고 있다. 3~4월 6도루, 5월 8도루를 성공시키며 박해민을 넘어 리그 도루 부문 1위가 됐다. 도루 성공률도 82.4%로 실속도 챙겼다.
KBO 36년 역사상 외국인 선수가 도루왕을 차지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빌리 홀이 1999년에 도루 2위에 오른 것이 최고 기록이다. 버나디나가 지금의 스피드를 시즌 막판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KBO리그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을 수 있다. 물론 KIA가 버나디나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도루보다는 지난해 이상의 방망이 솜씨이겠지만 말이다.
# KBO 야매카툰-크보무림 외인타자 10인 10색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계민호 기자 / 정리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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