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1루수 공백 자초한 LG, 신인-베테랑 경쟁 통한 자연스러운 리빌딩이 필요
LG 트윈스가 완패를 당했다.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6으로 패했다. 선발 소사의 6이닝 3피홈런 6실점(5자책)의 투구 내용도 실망스러웠지만 LG 타선도 3안타 3볼넷 1득점으로 침묵했다.
▲ 최근 LG의 주전 1루수를 맡고 있는 김용의
ⓒ LG 트윈스
이날 경기에는 류중일 감독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5회초 선두 타자 양석환의 좌중월 솔로 홈런으로 1-3으로 추격하자 곧바로 김용의 타석에서 대타 홍창기가 투입되었다. 앞서 김용의는 2회초 2사 3루 선취 득점 기회에서 1루수 땅볼로 물러났었다.
최근 LG의 주전 1루수는 김용의다. 하지만 한 타석만을 소화하고 교체되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류중일 감독의 신뢰는 깊지 않다고 풀이된다. 올 시즌 김용의는 타율 0.216에 홈런 없이 9타점 OPS(출루율 + 장타율) 0.513에 불과하다.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은 음수인 -1.31이다.
▲ LG 김용의 최근 7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케이비리포트)
▲ LG 김용의 최근 7시즌 주요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LG의 주전 1루수가 김용의가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당초 LG의 주전 1루수는 양석환이었다. 하지만 3루수 가르시아가 두 번의 부상으로 인해 35경기 출전에 그쳐 양석환이 3루수로 나섰다. 대신 1루수는 좌익수 김현수가 메웠다. 김현수는 좌익수로 518.2이닝, 1루수로 448이닝을 소화했다.
하지만 자신의 포지션이 아닌 1루수에서 김현수는 타격 지표가 떨어졌다. 좌익수로서 타율 0.386 OPS 1.061인 반면 1루수로서는 타율 0.344 OPS 0.962로 상대적으로 처졌다.
주 포지션이 아닌 1루수 수비에서도 김현수는 약점을 노출해 실책이 5개였다. 그는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첫 경기였던 4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1루수 수비 도중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해 1군에서 제외되었다. 일각에서는 김현수가 1루수를 맡지 않았다면 불의의 부상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표출되었다.
LG의 ‘1루수 대란’의 근본 원인은 지난 스토브리그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LG는 2017시즌 주전 1루수로서 439.1이닝을 소화한 정성훈을 방출했다. 그는 타율 0.312 6홈런 30타점 OPS 0.828을 기록했다. LG는 ‘리빌딩’을 앞세워 정성훈과의 계약을 포기했다.
정성훈은 프로 데뷔 당시의 친정팀이었던 KIA 타이거즈로 이적해 1루수로 188.2이닝 3루수로 9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타율 0.311 4홈런 26타점 OPS 0.831로 녹슬지 않은 방망이 솜씨를 보이고 있다.
▲ 지난 스토브리에서 LG에서 방출된 뒤 KIA로 이적한 정성훈
ⓒ KIA 타이거즈
만일 LG에 정성훈이 잔류했다면 LG는 김현수가 1루수로 나서다 부상을 당하고 김용의가 주전 1루수를 맡는 상황까지는 떠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설령 정성훈이 1루수로 나서지 못한다 해도 쏠쏠한 우타 대타 요원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9월부터 확대 엔트리가 적용되고 있지만 LG는 우타 대타 요원이 마땅치 않아 타율 0.221 1홈런 7타점 OPS 0.601의 정상호가 대타로 나오는 형국이다.
‘정성훈이 LG에 남았다면?’은 부질없는 상상이다. 결코 돌이킬 수 없다. 그럼에도 정성훈 방출이 향후 LG의 구단 운영에서 ‘쓰디 쓴 교훈’이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리빌딩’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앞세워 전력 약화를 자초하는 ‘베테랑 내치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향후 LG의 구단 운영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