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인 최다승' 레일리,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 롯데 유니폼을 입고 벌써 4시즌을 한국에서 뛴 브룩스 레일리 ⓒ 롯데 자이언츠
팀당 120경기 가까이 소화한 현 시점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플레이가 느슨해지거나 긴장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순위가 확정되지 않은 순위싸움을 하고 있는 팀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팀이 순위가 결정되어 경기의 긴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 막바의 경기 조차도 결코 허투루 소화할 수 없는 선수들이 있다. 바로 재계약 여부가 달려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최근 팔 각도를 내리는 결정까지 하며 절실하게 반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롯데의 레일리 같은 선수들의 경우 더 그렇다. KBO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은 포지션에 관계없이 대부분이 세 분류로 나뉜다.
첫째로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에서도 러브콜을 받고 소속팀에서도 금액에 관계없이 무조건적인 재계약을 원하는 선수들이 있다. 올 시즌 팀을 옮긴 후 MVP급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두산의 린드블럼이나 NC에서 리그를 초토화한뒤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낸 에릭 테임즈같은 선수들이 그런 부류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있다. 차마 재계약이라는 단어를 예의상으로도 꺼내기 힘든 성적을 보여주는 선수들의 경우다. 이미 팀에서 웨이버 공시 처리된 두산의 반슬라이크나 롯데의 듀브론트 그리고 6.30의 부진한 평균자책점으로 팀에 보탬이 전혀 되지 못하고 있는 KIA의 팻딘 같은 선수들이 그 예다.
레일리는 딱 그 중간 지점에 있는 선수다. 팀에서 재계약을 고려 하기에는 조금 모자라고 그렇다고 그와 결별을 택하기엔 또 아쉬움이 있는 애매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다른 리그의 오퍼가 있을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면 재계약 여부가 아쉬운 쪽은 외국인 선수 쪽이다.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에서 뛰지 못한다면 별 수 없이 마이너리그 생활을 해야한다. 선수 경력을 처음 시작하는 선수가 아니라면 마이너리그 생활은 힘겨울 수 밖에 없다.
반면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는 것은 마이너리그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금전적으로나 환경적으로 호화롭다. 그렇기 때문에 애매한 성적의 외국인 선수들은 재계약을 원하는 것이다.
※ 레일리 최근 4시즌 주요기록(18시즌 9월 24일 기준)
▲ 9월 16일 경기부터 팔각도를 사이드암에 가깝게 내린 투구를 선보인 레일리 ⓒ 롯데 자이언츠
리그 4년째를 맞이하는 레일리는 독특한 투구폼으로 많이 알려진 선수다. 스리쿼터에 가까운 팔각도와 1루 쪽을 바라보고 팔을 숨겨져 나오는 디셉션 동작이 있기 때문에 좌타자들에겐 거의 악몽에 가까운 존재였다.
하지만 반대로 우타자를 상대할 때에는 레일리가 악몽을 겪어야만 했다. 레일리는 4시즌동안 국내에서 79개의 홈런을 허용했는데 이중 75개가 모두 우타자에게 허용한 홈런이다. 좌/우 상대 기록의 차이가 얼마나 극심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레일리는 장점만큼 약점이 확실한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16일 넥센전부터 레일리는 팔각도를 좀 더 내리고 아예 사이드암처럼 공을 던졌다.
투구폼 변화의 효과인지는 모르지만 어쨋든 팔각도를 내린 이후 레일리는 등판한 2경기에서 모두 호투를 했다. 16일 넥센전에는 비록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8이닝 2실점 11탈삼진이라는 빼어난 경기 내용을 선보였다.
22일 삼성전에서도 호투는 이어졌다. 7이닝 2실점 9탈삼진을 기록 승리투수가 된 레일리는 2시즌 연속 10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비록 2경기지만 레일리에게는 기분좋은 반등의 기미다. 특히 2경기에서 8이닝과 7이닝을 각각 책임지며 롯데가 원하는 이닝이터의 면모를 제대로 선보였다. 거기에 15이닝동안 2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은 덤이었다. 2경기의 폼만 본다면 레일리에게 내년 시즌 에이스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처럼 보였다.
지난 시즌 롯데의 돌풍에서 레일리의 분전을 빼놓고 말할 수는 없다. 레일리는 후반기 팀과 함께 말그대로 미친 질주를 보여주며 팀을 3위로 이끌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부러진 배트에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 유니폼을 피로 적시면서까지 마운드를 떠나기 싫어하는 투혼을 보이며 팀의 가을야구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롯데와 레일리는 4시즌동안 동행하며 어느덧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친구 같은 관계가 되었다. 외국인 투수와 팀은 한 시즌이라도 못하면 바로 결별을 생각해야하는 얄궂은 운명이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 시즌을 함께 걸어나가는 동반자다 팀들이 비슷한 기량이면 원래 뛰던 선수를 택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미 팀 내 최장수 최다승 외국인 투수가 된 레일리는 내년 시즌 다시 한번 거인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까. 해답은 사이드암으로 변신한 레일리의 남은 시즌 경기 성적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