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스페셜리스트? 반쪽이? KBO 좌우 불균형 투수들 TOP 5
2016-03-17 목,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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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스페셜리스트? 반쪽이?
2015 좌우 불균형 투수들 TOP 5
야구 경기에서는 좌완 투수가 등장하면 우타자를 대타로 투입한다거나,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좌완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른바 ‘좌우 놀이’다. ‘좌타자는 좌완 투수에게 약하다’, ‘언더핸드/사이드암 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하다’는 속설은 야구 팬들이라면 모두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물론 이러한 ‘좌우 놀이’가 항상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타당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분명 리그에는 상대 선수의 유형에 따라 기록이 크게 달라지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독 좌완 투수에게 강한 타자가 있는가 하면, 좌타자만 만나면 맥을 못 추는 투수도 있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평가는 항상 극과 극으로 나뉜다. 한 유형에게 압도적으로 강해 ‘스페셜리스트’라는 명예로운 칭호를 받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한 유형에게 압도적으로 약해 ‘반쪽 짜리 선수’라는 달갑지 않는 별명을 얻는 선수도 존재한다.
이 기사에서는 바로 이들, ‘스페셜리스트’와 ‘반쪽이’의 사이에 놓인 좌우 불균형 투수들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좌타자에 극단적으로 강한 투수, 우타자에 극단적으로 강한 투수는 과연 어떤 선수들일까?
(조사 대상 : 2015시즌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102명의 투수)
좌우 불균형 투수(vs 좌타 강세) TOP 5
‘반쪽이’에 가까운 선수들과 ‘스페셜리스트’에 가까운 선수들이 확연히 갈렸다.
국가대표 투수 차우찬과 김광현은 우타자에게 약하지 않으면서도 좌타자에 극강의 모습을 보이는, 이른바 ‘스페셜리스트’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김승회, 진야곱, 안영명은 좌타자를 상대로는 준수한 모습을 보였지만 우타자에게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반쪽이’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먼저 ‘반쪽이’로 분류된 김승회, 진야곱, 안영명의 좌/우타자 상대 성적을 살펴보면, 특히 장타력 부분이 눈에 띈다. 세 선수 모두 좌타자를 상대로는 피장타를 최소화했지만, 우타자에게는 ‘큰 것’을 많이 허용하며 무너졌다.
특히 김승회의 경우는 차이가 확연하다. 그는 좌타자를 상대로 29이닝 동안 단 하나의 홈런만을 내줬지만, 우타자를 상대로는 45 ⅔이닝 동안 12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피장타 역시 좌타자에게 6개, 우타자에게 25개를 허용하며 큰 차이를 보였다. SK로 이적한 김승회가 윤길현, 정우람 등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타자 상대 피장타를 줄여야만 한다.
한편 리그 에이스급 투수인 차우찬, 김광현의 성적은 다른 셋의 성적과는 사뭇 다르다. 우선 그들은 우타자를 상대로도 결코 약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우타자 상대 성적은 리그 평균 피슬래시라인인 .280/.357/.430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 좌타자에게 압도적으로 강했기에 상대적으로 우타자에 약해 보이는 것일 뿐, 우타자들에게도 이들은 상당히 어려운 상대였던 셈이다.
좌우 불균형 투수(vs 우타 강세) TOP 5
좌타 강세 투수들과는 달리, 우타 강세 투수들의 경우는 대부분 ‘스페셜리스트’보다는 ‘반쪽이’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TOP 5에 이름을 올린 다섯 명 모두 좌타자에게 상당히 취약한 모습. 이들 중 좌타 상대 피슬래시라인이 리그 평균보다 낮은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선수는 사이드암 투수인 심창민과 한현희다. ‘사이드암/언더핸드 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하다’라는 속설을 입증하기라도 하듯, 이들은 좌/우타자를 상대로 극단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현희는 극단적인 좌우 불균형을 극복하지 못하고 선발 전향 첫 해 처참한 실패를 맛봤다. 한현희는 리그 전체 투수 중 좌타자를 상대로 가장 많은 홈런(14피홈런)을 허용하며 좌타자에게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였고, 결국 선발 연착륙에 실패한 뒤 불펜으로 보직을 옮겼다. 좌우 불균형 문제가 선발 투수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보여주는 사례다.
kt의 신성 조무근의 이름도 눈에 띈다. 지난 시즌 kt 불펜에 혜성처럼 등장해 놀라운 활약상을 보인 조무근은 올 시즌 kt의 마무리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그가 신인이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올 시즌에는 모든 구단이 그를 철저히 분석했을 터. 경기 막판 좌타자가 대타로 나온다면 조무근은 의외로 쉽게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가 지난 시즌에 이어 확실한 필승 카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좌타자를 극복해내야 한다.
다양한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선발 투수 – 선발을 노린다면 불균형을 극복하라!
선발 투수는 불펜 투수에 비해 다양한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승리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5이닝을 던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15명의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좌타자, 우타자, 거포, 준족 등 다양한 유형의 타자를 상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선발 투수는 상대 타자의 유형을 가리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정 유형의 타자에게 취약한 모습을 보이는 투수가 맡을 수 있는 보직은 원 포인트 릴리프 정도. 5이닝 이상을 끌어가야 하는 선발이나, 1이닝을 온전히 틀어막아야 하는 마무리 등 소위 ‘고연봉 보직’을 맡기 위해서는 반드시 좌우 불균형을 극복해야 한다.
좌우 불균형을 극복한 소사는
지난 시즌 투수 WAR 1위(7.18)를 차지했다.
[사진=LG 트윈스]
좌우 불균형을 극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인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헨리 소사다. 소사는 2014시즌 좌타자를 상대로 최악의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시즌 좌타자를 완벽히 극복해냈다(좌타 상대 .348/.398/.599 → .268/.306/.387). 좌타자를 극복한 소사의 WAR은 2.36에서 7.18로 치솟았으며, 당당히 투수 WAR 1위를 차지한 소사는 자신이 리그 최고의 투수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넥센의 한현희는 소사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2014시즌 좌타자에게 극도로 약한 모습을 보인 그는 지난 시즌에도 좌타자 상대 약점을 극복해내지 못했고(좌타 상대 .312/.401/.453 → .301/.364/.537), 결국 넥센은 그에게 선발 기대를 접었다. 팔꿈치 수술로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한현희가 준비하던 보직은 셋업맨. 그는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올 시즌 선발을 노리는 좌우 불균형 투수들의 결과는 어떨까? 안영명은 2시즌 연속 10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선발진 진입을 노리는 노경은, 채병용, 진야곱 등은 고정 선발 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역시 관건은 바로 좌우 불균형의 극복 여부다. 과연 이들은 제 2의 소사가 될 수 있을까?
계민호 기자 (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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