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BO리그가 드디어 시작된다 . 각 팀들은 3주간의 시범경기를 통해 마지막 전력 점검을 마쳤다. 매년 나오는 말이지만 올해 KBO리그는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 롯데 등 작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의 전력이 크게 보강된 반면 삼성, 넥센, SK 등 포스트시즌 진출 팀들이 전력누수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어차피 우승은 NC.”라고? 이 유행어의 원조인 송민호의 최종성적이 어땠는지 다시 생각해보라. (쇼미더머니 시즌4 준우승)
지금까지 3회에 걸쳐 각 팀의 내야, 외야/지명타자, 불펜진을 부문별로 살펴봤고 팀별 순위도 매겨봤다. 이제 마지막으로 10개 구단의 선발진을 점검해보려 한다. 선발진 순위는 상위선발진의 기량과 선발진의 뎁스를 동시에 고려했다. 아무리 뛰어난 에이스라도 등판할 수 있는 경기 수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자체 평가인 만큼 순위가 높다고 기뻐할 필요도, 낮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갈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야구 정말 몰라요.”
10개구단 선발진 파워랭킹
막강 타선에 가려져 있을 뿐 선발진도 탄탄한 NC
(사진: NC 다이노스)
1위 NC 다이노스 – 외국인 듀오와 사이드암 듀오.
지난 시즌 NC 선발진은 매우 탄탄했다. 외국인 원투펀치 해커-스튜어트는 리그 최고의 원투펀치였다. 밴헤켄, 양현종을 제치고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해커는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해커는 다승(19승) 외에는 타이틀을 따내지 못했지만 ERA 2위, FIP 4위, 이닝 2위, 삼진(164삼진) 5위, 최소 볼넷(36볼넷) 3위 등 전 분야에서 고른 활약을 보였다. 찰리를 대신해 6월말 합류한 스튜어트도 빼어난 피칭을 보였다. 1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ERA 2위, FIP 1위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마산예수”다운 성적을 남겼다.
사이드암 듀오 이재학과 이태양은 비록 규정이닝을 채우진 못했지만 나란히 10승을 기록하며 쏠쏠한 활약을 보였다. 2013시즌 신인왕인 이재학은 그 이후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15시즌에는 규정이닝 달성에도 실패했다. 탈삼진 능력만큼은 꾸준히 보여주고 있지만(통산 K/9 8.00) 제구에서는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유난히 많아진 피홈런도 아쉬운 부분이다.(HR/9 1.22) 93년생 이태양은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이재학보다 안정된 투구내용을 보여줬다. 다만 그 역시 홈런을 많이 허용했다.(HR/9 1.25)
손민한이 떠난 5선발 자리는 이민호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2012 드래프트에서 우선지명됐던 이민호는 기대치만큼의 활약은 해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24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 투수이기에 4년차가 되는 올시즌 성장을 기대해볼 만 하다. 지난 시즌 K/9과 BB/9 모두 커리어하이를 기록했다. 피홈런 억제는 고민해야할 문제다.(통산 HR/9 1.44)
이민호와 5선발 자리를 다툴 자원으로는 강장산, 이형범, 정수민 등이 있다. 강장산(20경기 ERA 5.61)은 14 육성선수 출신으로 140km 중후반까지 나오는 속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 드래프트 특별지명으로 입단한 유망주인 이형범은 지난 해 경찰청에서 15경기 ERA 6.35 78이닝을 기록했다. 정수민은 09-12시즌 시카고 컵스 산하 마이너에서 뛰었던 유망주. 비록 메이저리그 무대에는 올라가지 못했지만(싱글A) 선발 경험은 풍부하다.(마이너 통산 선발등판 32경기)
변수 : 5선발
은퇴한 손민한이 빼어난 활약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5선발로서는 상당히 쏠쏠한 성적을 올렸다. (26경기 19선발 ERA 4.89 105이닝) 일단 5선발로 낙점받은 이민호가 기대할만한 유망주인 것은 분명하지만 선발 등판 경험이 통산 12경기에 불과하다. 대체 후보인 강장산, 이형범, 정수민 역시 물음표가 많은 유망주들. 4선발까지는 탄탄한 NC 선발진이지만 이민호가 5선발에서 기대에 못미친다면 시즌 내내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
2위 KIA 타이거스 – 판타스틱4.
지난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외국인 투수들과 결별했다. 그리고 2016시즌엔 선발진 강화에 모든 것을 걸었다. 메이저리그 통산 107경기 12승 31패 ERA 5.30을 기록한 헥터 노에시와 프리미어12에서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6이닝 무실점 7삼진을 기록했던 지크 스프루일을 영입했다. 외국인 투수들에게만 무려 240만불을 투자했다. (헥터 170만불/ 지크 70만불) 지난해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윤석민도 선발로 복귀시키며 1~4선발을 꽉 채웠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활약한 헥터는 2014시즌에는 메이저리그에서 8승 11패 ERA 4.39 166이닝을 기록할 정도로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다. 헥터의 강점은 바로 구속이다. 15시즌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94마일(151km)이었고, 슬라이더(커터)의 평균 구속은 90마일(144.8km)에 육박했다.
지크는 프리미어12 한국전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피칭으로 야구팬들에게 알려졌다. 92마일(148km)대 싱커로 무수한 땅볼을 양산하는 땅볼 투수다. 이 부분은 지난해 KIA 외국인 투수였던 스틴슨(32경기 ERA 4.96)과 유사하다. 다만 지크는 통산 BB/9이 2.37에 불과할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도 갖췄다.
2015시즌 평균자책점 1위(2.44) 양현종은 자타공히 리그 정상급 에이스다. 세부지표(FIP 4.56, LOB 87.2%)에서는 불안한 점이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양현종 이상이라고 꼽을 수 있는 투수는 거의 없다. 지난해 돌아온 윤석민은 8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긴 했지만 30세이브와 WAR 2.5를 기록하며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이번 시즌은 선발 에이스로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를 가늠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5선발 한 자리를 두고 임준혁, 한기주, 유창식, 김윤동 등이 경쟁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집단 5선발 체제”로 시즌을 치룰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변수 : 판타스틱하긴 한데...
KIA의 1~4선발진은 헥터-윤석민-양현종-지크로 꾸려졌다. 모두 정상급 선발투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투수들이다. 다만 양현종을 제외하면 검증된 투수가 없다. 헥터-지크는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투수들이고 윤석민이 풀타임 선발로 뛴 것은 4년 전이다. 판타스틱4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하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3위 두산 베어스 – 꾸준갑 좌완듀오.
정규시즌엔 부상으로 부진했지만 가을잔치에선 그야말로 '니느님'이었던 니퍼트(120만 달러)와 6번째 시즌을 함께 하기로 했다. 미미한 활약에 그친 스와잭과는 결별, 니퍼트의 새로운 파트너로 마이클 보우덴(65만 달러)을 영입했다.
니퍼트는 리오스 이후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다.(역대 외국인 투수 다승 2위, 이닝 3위, 삼진 3위) 2016 시범경기(4경기 ERA 11.02) 난타당하며 일말의 불안감을 주기도 했지만 개막전(vs삼성) 선발로 일찌감치 확정될 정도로 그에 대한 벤치의 믿음은 굳건하다.
새로운 외국인 투수 보우덴은 07-09시즌 BA 유망주 TOP 100에 선정되기도 했던 투수다. 구속은 91마일(146km)대로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제구력이 뛰어나다.(마이너 통산 BB/9 2.70 / 메이저 통산 BB/9 3.64)
다만 NPB에서 활약한 2014시즌엔 BB/9 5.40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일본 야구 적응에 실패한 것이라면 한국에서도 시행착오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다행히 선수 본인이 적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고 KBO리그 베테랑 니퍼트가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시범경기 1승, ERA 3.86 17삼진)
좌완 듀오 장원준-유희관은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선발 투수들이다. 장원준은 8시즌 연속 규정이닝(6시즌 연속 10승)을 달성했고, 유희관은 3시즌 연속 규정이닝을 돌파하고 있다. 144경기 대장정인 페넌트레이스에서 이 두 투수는 소금과도 같은 존재다.
5선발 자리는 노경은에게 먼저 기회가 갈 것으로 보인다. 선발 경험이 많은 노경은(시범경기 4경기 ERA 7.50)에게 일단 기회를 주고 그가 부진하면 허준혁(시범경기 2경기 ERA 1.59)을 대안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이외에 이현호, 진야곱도 언제든 선발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변수 : 보우덴과 노경은
니퍼트-장원준-유희관은 믿을만한 선발들이다. 문제는 보우덴과 노경은. 선발 투수 3명만으로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긴 했지만 믿을만한 선발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보우덴(시범경기 3경기 ERA 3.86)은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어느 정도 믿음을 주고 있는 반면, 노경은은 다소 불안하다. 대체재는 충분하지만 노경은이 선발에서 자리를 잡아주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다.
4위 삼성 라이온즈 – 위험을 안고가다.
중요할 때 기대에 못미친 피가로와 후반기 부진했던 클로이드 모두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리고 BA(베이스볼 아메리카) 100위권 유망주였던 앨런 웹스터(85만 달러)와 콜린 벨레스터(50만 달러)를 영입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대우는 주로 불펜으로 뛰겠지만 종종 임시선발로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년 가량 거취가 불분명 했던 윤성환은 시즌 초부터 모습을 드러낸 전망이다.
웹스터는 BA 유망주 순위에서 49위(13시즌)까지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 선수로서는 대단히 어린 나이(90년생)에 한국 땅을 밟았다. 웹스터의 주무기는 92마일(148km)대의 싱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BB/9 4.94로 제구에 애를 먹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통산 BB/9 3.60으로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
벨레스터는 07-08시즌 BA 유망주 순위 TOP 100에 포함됐던 투수다. 94마일(151km)대의 속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토미 존 수술 이후 구속이 2마일 가량 하락했다. 물론 92마일(148km)대 속구도 KBO 리그에서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는다.
윤성환-차우찬-장원삼은 검증된 선발들이다. 차우찬은 지난 시즌 성공적인 선발 복귀 시즌을 보냈다. 유난히 많았던 피홈런만 억제한다면 리그 정상급 활약이 기대된다.(피홈런 28개 / HR/9 1.46) 장원삼은... 짝수해다.
선발자원은 정인욱, 이케빈, 장필준, 김대우 등 제법 풍족한 편이다. 이케빈과 장필준은 검증이 필요한 투수들이지만 정인욱과 김대우는 어느 정도 계산이 되는 선발자원이다.
변수 : 윤성환
삼성 구단이 윤성환을 복귀시키키로 하면서 선발진은 확실히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징계 가능성은 상존한다. 순위 경쟁이 한창이고 체력부담이 심해지는 한여름에 팀전력에서 이탈한다면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 경우 안지만도 동반 이탈하게 된다.)
5위 LG 트윈스 – 마지막 퍼즐
투수 WAR 1위(7.18)인 소사와 90만 달러에 재계약 했다. 여러가지로 기복이 심했던 루카스와는 결별했고 대체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선발투수로 전향했다. 선발이 가능한 임찬규가 전역했지만 아직까지 보직은 명확하지 않다.
지난 해 대단히 인상적인 시즌을 보낸 소사는 올해도 LG 에이스로 활약할 것이다. 볼넷 제어를 지난 시즌만큼 해낸다면 골든글러브도 노려볼 만하다. 우규민 역시 대단한 시즌을 보냈다. 152.2이닝 17볼넷을 기록하며 역대 150이닝 이상 투수 중 최소볼넷, BB/9 역시 역대 신기록 기록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볼넷<피홈런”에 도전한다.
외국인 투수-류제국이 3-4선발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봉중근, 윤지웅, 이준형 등이 5선발 경쟁을 하고 있다. 류제국은 13시즌 이후 하락세다. 하위 선발로는 나쁘지 않지만 외국인 투수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3선발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시즌 마무리 보직에서 크게 고전한 봉중근은 이번 시즌 선발투수로 돌아온다. 다만 부상으로 시범경기를 뛰지 못했고 개막 첫 주에는 1군에 합류하지 않을 전망이다. 선발로 성공적 복귀를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지웅(시범경기 4경기 ERA 11.05)과 이준형(시범경기 3경기 ERA 6.00) 역시 시범경기에서 불안감을 노출했다. 시범경기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인 임찬규(시범경기 5경기 ERA 3.97)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변수 : 외국인 투수
정규시즌 개막 전까지 두 번째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데 실패했다. 투수진이 비교적 탄탄한 편이지만 봉중근이 부상으로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5선발이 확고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 영입이 늦어지는 것은 심각한 악재다.
LG는 메이저리그급 선수와 차이가 없는 “751번째 선수”를 데려오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이 “751번째 선수”가 지난해 로저스급 활약을 해준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그 타격 또한 치명적일 것이다. 혹시 모른다. 왕년의 사이영 위너가 LG 유니폼을 입게 되는 농담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질지.
6위 SK 와이번스 – 에이스+FA로이드=?
불펜에선 충격적인 엑소더스가 있었지만 선발진은 전력 누수가 없었다. SK는 켈리(85만 달러), 세든(50만 달러)과 모두 재계약 했다. 또 윤길현의 보상선수로 선발이 가능한 김승회를 영입했다.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있던 윤희상이 시범경기 막판 복귀한 것 역시 호재다.
켈리-세든은 KBO 무대에서 검증이 된 투수들. 다만 켈리와 달리 세든에겐 의문 부호가 남아있다. 13시즌 세든은 다승왕(14승)을 차지할 정도로 맹활약 했지만 한국 무대 복귀 직후엔 부진했다. 다만 9월 이후에는 5승 1패 3점대 ERA를 기록하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홈런 억제에만 성공한다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HR/9 1.46)
에이스 김광현은 11~12시즌의 부진 이후 매년 좋아지고 있다. 특히 2016시즌 이후 FA가 된다는 것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박종훈은 제구가 아쉽지만, 언더핸드 투수의 약점인 좌/우편차(우타자 피OPS .772 / 좌타자 피OPS .720)가 적어 선발로서 이번 시즌을 기대하게 한다.
5선발은 문광은(시범경기 5경기 ERA 4.63 11.2이닝), 박민호(시범경기 5경기 ERA 3.75 12이닝), 채병용(시범경기 6경기 ERA 0.00 5.1이닝)이 경쟁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선 박민호가 앞선 모습이다. 윤희상(시범경기 1경기 ERA 11.25) 역시 부상에서 복귀해 5선발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변수 : 세든
13시즌 다승왕 세든과 일본-대만을 거쳐 복귀한 세든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ERA는 2.98에서 4.99로 올랐고, FIP 역시 4.10에서 5.16으로 상승했다. 결정적인 차이는 피홈런이었다. 13시즌 0.67에 불과했던 HR/9이 15시즌에는 1.46으로 급등했다. 다만 삼진/볼넷 비율은 큰 차이가 없다.(13시즌 2.19 / 15시즌 2.39) 피홈런만 줄인다면 13시즌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7위 롯데 자이언츠 – 롯데 역사상 최고의 외국인 선발 듀오.
작년 대활약한 린드블럼(120만 달러), 레일리(68만 달러)와 모두 재계약에 성공. 송승준과도 FA 재계약(4년 40억 원) 했다. 고원준도 상무에서 전역하며 선발진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승회(윤길현 보상선수), 이상화(2차 드래프트), 심수창(FA) 등 하위선발자원이 대거 팀을 떠났다.
린드블럼과 레일리는 롯데 프랜차이즈 외국인 투수 중 ERA+(조정 평균자책점) 2위와 5위를 기록했다. 이는 13시즌 옥스프링(3위)-유먼(6위)을 넘어서는 최고의 외국인 투수 조합이다. 이번 시즌에도 린드블럼과 레일리 조합은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송승준-박세웅-고원준으로 이어지는 하위선발진은 1-2선발에 비하면 불안하다. 송승준은 꾸준함이 최대 강점인 투수지만 2시즌 연속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다. 박세웅은 장성우 트레이드로 영입한 14 드래프트 1차 지명 유망주. 하지만 지난해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시범경기 3G 11이닝 8실점 12K ERA 6.75) 고원준은 퓨처스 복귀 첫 시즌인데다가 작년 퓨처스에서 부상을 입기도 했었다.
대체 자원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이재곤이 있지만 10시즌 이후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명우(15시즌 선발 등판 5경기)와 배장호(15시즌 선발 등판 5경기) 등은 선발 경험이 있다 뿐이지 선발자원으로 분류하기엔 무리가 있다.
변수 : 하위선발
린드블럼과 레일리가 버티고 있는 1-2선발은 확고하다. 하지만 송승준-고원준-박세웅으로 구성된 하위선발진에게선 불안감이 느껴진다. 게다가 유사시 그들을 대체할 만한 선발자원도 그닥 풍족하지도 않다. 시범경기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지만 하위선발진이 남긴 성적을 보면 더욱 우려스럽다.(송승준 ERA 8.44 고원준 ERA 4.91 박세웅 ERA 6.55)
8위 한화 이글스 – 로저스만 믿습니다.
단 10번의 등판이었지만 엄청난 임팩트를 과시한 로저스와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두 번째 외국인 투수는 장고 끝에, KBO리그 최초의 이탈리안 마에스트리(기본 2000만 엔/옵션 3000만 엔)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이태양은 시범경기에 등판하며 복귀 시점을 조율 중이다. (2G 1이닝 3실점)
지난 8월 한국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로저스는 에이스 투수가 가진 힘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줬다. 10경기 6QS 4완투 3완봉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천정부지로 뛴 몸값 탓에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부상과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개막전 등판은 무산됐지만 여전히 팬들은 로저스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시범경기 개막 이후에도 두 번째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지 못했던 한화가 의외의 선택을 했다. NPB 오릭스에서 4시즌 동안 뛴 마에스트리를 데려온 것이다. 마에스트리에 대한 기대치는 2000만 엔(옵션 3000만 엔)이라는 연봉 조건에서 보이듯 낮아 보인다. 시범경기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마지막 2경기에선 실점하지 않았다. (3경기 ERA 7.71 7이닝 6삼진 3볼넷)
두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미궁이다. 지난해 10승 투수 안영명이 선발 확정이라고는 하지만 시범경기 성적이 최악이다.(2경기 4.1이닝 ERA 24.92) 가장 눈에 띄는 투수는 신인 김재영이다. 16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입단한 김재영은 시범경기에서 4경기 ERA 0.60 15이닝을 기록하며 대단히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초 선발로테이션 합류가 확정됐다. 다만 볼넷도 11개를 내주며 문제점도 노출했다.
그밖에 송은범, 송창식, 김용주, 김민우, 심수창, 정재원 등 선발자원들이 있지만 모두 선발과 불펜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태양과 배영수가 부상에서 복귀한다면 선발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개막전 선발로는 의외의 카드인 송은범이 내정됐다. 시범경기: 4G 15이닝 8실점)
변수 : 보직 확정
지난 시즌 한화에서 100이닝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총 5명이다.(탈보트, 안영명, 권혁, 송창식, 배영수) 그 중 순수 선발은 탈보트뿐이었다. 안영명조차 불펜으로 7경기에 등판했다. 선발-불펜을 오가는 전천후 투수를 기용하는 것은 김성근 감독의 특징이다.
하지만 지난해 투수 운용은 논란의 여지가 많았고 결국 후반기엔 팀의 발목을 잡았다. 올 시즌 역시 선발 로테이션이 엉성해 보인다. 로저스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없다. 1~3선발이라도 안정된 형태로 유지되지 못한다면 리그 정상급 불펜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시즌을 망칠 수도 있다.
9위 kt wiz – 아직은 불안한 마법.
옥스프링, 저마노와 재계약 하지 않았다. 댄 블랙과도 재계약하지 않고 밴와트(60만 달러), 슈가레이 마리몬(60만 달러), 요한 피노(70만 달러)를 영입하며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3명의 외국인 투수로 시즌을 시작할 계획이다. 2차 드래프트에서는 선발이 가능한 이상화를 영입했다.
밴와트는 14시즌 대체 선수로 영입된 이후 좋은 성적(9승 ERA 3.11)을 거두고 SK와 재계약했지만 15시즌 7월 kt전에서 오정복의 타구에 손목 골절상을 당하며 한국을 떠났다. SK는 밴와트 대신 세든을 선택했는데, 덕분에 kt가 밴와트를 영입할 수 있었다. 외국인 투수 슬롯 모두를 새롭게 채우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가는 선택. 그런 의미에서 KBO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적이 있는 밴와트는 계산이 서는 영입이다. (시범경기 3G 14.2이닝 2실점 11삼진 3볼넷)
새로운 외국인 투수로는 마리몬과 피노를 선택했다. 마리몬은 메이저리그에서 유망주로 주목받던 선수는 아니다. 마이너리그 초반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탓에 승격이 다소 늦어졌다. 하지만 12시즌 하이싱글A에서 14경기 ERA 2.12을 기록하며 AA로 승격한 것을 시작으로 14시즌에는 AAA, 15시즌에는 메이저리그까지 도달했다. 평균 구속은 91마일(146km)대이며, 변화구는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피노는 통산 488경기에 출장한 베테랑 투수다.(메이저리그 출장 18경기) 구속은 90마일(144.8km)대로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제구가 뛰어나다.(통산 BB/9 2.19) 주무기는 커터와 슬라이더다.
하위선발은 정대현과 엄상백이 맡는다. 정대현과 엄상백은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kt에서 100이닝 이상을 기록한 투수 3명에 속한다. 정대현의 구속은 그다지 빠르지 않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 엄상백은 96년생 사이드암 투수로 프로 첫 시즌부터 풀타임 선발(22선발)을 소화했다. 최고 140km 중후반까지 나오는 빠른 공과 체인지업이 주무기. 시즌 후반기엔 프로 무대에 확실히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발 자원으로는 이상화, 주권, 정성곤, 윤근영 등이 있다. 정대현과 엄상백이 견고한 선발들이 아니고 외국인투수 3명이 모두 성공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종종 선발 기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변수 : 외국인 3인방
신생팀 NC가 단기간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던 비결은 3명의 외국인 투수를 기반으로 구축한 강력한 선발진이었다. 지난 시즌 kt는 외국인 투수 3명 중 2명을 시즌 중 교체했고 시즌 후에는 누구하고도 재계약하지 않았다. 사실상 선발진이 붕괴하면서 기존 팀들과 힘겨운 경쟁을 해야 했다. 이번 시즌 kt가 탈꼴찌를 하고 중위권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수 3인방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10위 넥센 히어로즈 – 에이스의 빈자리.
리그 정상급 에이스 밴헤켄이 일본으로 떠났다.(이적료 30만 달러) 넥센은 그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로버트 코엘로(55만 달러)를 영입했다. 피어밴드와는 기본 45만 달러, 옵션 13만 달러, 총액 58만 달러에 재계약 했다. 선발이 가능한 언더핸드 투수 김대우는 트레이드로 이적했다.
코엘로는 “무회전 포크볼”로 알려진 투수다. 다만 평균구속은 91마일(146km)대로 구위 자체가 압도적이지는 않다. 통산 BB/9이 4.35로 제구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결정구 하나는 확실한 만큼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적응 여부가 관건이다.
(시범경기: 3G 11.1이닝 6실점 5볼넷 ERA 4.76)
피어밴드는 지난해 벤헤켄의 파트너로서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이제는 피어밴드가 벤헤켄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피홈런 억제가 필수 조건이다.(HR/9 1.17)
양훈이 한 자리를 확보한 가운데 금민철, 김상수, 하영민, 박주현, 신지여 등이 4-5선발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양훈은 선발경험(통산 74회)이 풍부한 투수로, 3선발로서는 나쁘지 않다. 특히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복귀해 인상적인 활약을 하며, 포스트시즌에도 선발로 등판했다. 퓨처스에서 대단히 인상적인 활약을 한 김상수도 강력한 선발후보다. 시범경기에서의 활약도 인상적이었다.(4경기 ERA 1.38 13이닝)
하영민은 14시즌 데뷔전에서 5이닝 1실점 승리 투수가 되며 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인상적인 데뷔전 이후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투수진의 뎁스가 상당히 헐거워진 이번시즌은 하영민이 다시 선발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기회다.
15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유망주인 박주현은 스프링캠프-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선발 후보로 떠올랐다. 비록 NC전에서 2.2이닝 7실점하긴 했지만 여전히 선발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이드암 신재영은 시범경기에서 대단한 탈삼진 능력을 과시했다.(5경기 12이닝 14삼진)
변수 : 물음표
피어밴드와 양훈을 빼고는 검증된 선발이 없다. 심지어 피어밴드(시범경기 3경기 ERA 6.23)와 양훈(3경기 ERA 8.49)조차도 확실한 믿음을 주는 투수는 아니라는 점이다. 김상수, 신재영 등이 시범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범경기의 성적이 정규시즌까지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박주현과 하영민 등 신인급 투수들 역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시즌 넥센 선발진에는 물음표가 가득하다. 어쩌면 시즌 내내 이 물음표의 미로 속에서 헤매야할지도 모른다.
[기록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탯티즈, KBO 기록실]
길준영 기자/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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