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오지환의 귀환을 기다리며
2016-04-03 일,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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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유격수는 내야의 핵이라 불리는 포지션이다. 내야수 중 가장 넓은 수비범위를 담당하며 외야로 빠져나간 타구의 중계플레이에도 빈번히 가담해야 한다. 때문에 유격수는 타구를 가장 많이 잡고 던지는 야수 중 하나이다.
또한 다양한 타구가 많이 날아오기 때문에 때문에 빠른 다리와 강한 어깨는 유격수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로 여겨진다. 거기에 평균 이상의 공격력까지 겸비한 유격수라면 금상첨화다.
그런 측면에서 오지환(26)은 LG 트윈스에서 상당히 중요한 존재이다. 오지환은 2015시즌 KBO리그에서 138경기 동안 497타수 138안타 11홈런 56타점 타율 0.278 OPS 0.800을 기록하면서 데뷔 후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유격수로서 기복이 심했던 수비력은 2012년 이후 점차 국내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다. 수비가 안정되자 본래의 장점이던 타격도 살아나기 시작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작년을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장식한 오지환의 강점은 무엇이며, 앞으로 극복 해야 할 약점은 무엇일까?
2012년 유지현 코치와의 1:1과외로 수비력이 크게 향상된 오지환.
사진=LG 트윈스
리그 최고의 수비범위
야수의 수비력을 명확히 가늠할 수 있는 기록지표는 야구 기록의 맹점이라할 정도로 적다. 수비율(전체 수비 기회에서 실책을 제외하고 다시 수비기회로 나눈 것)이 가장 간단명료하게 선수들의 수비능력을 나타내고 있으나 기록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되는 실책의 특성상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세이버매트릭스 지표가 RF/9(Range Factor, 레인지 팩터)다. RF/9는 야수가 기록한 자살과 보살을 더하고, 이를 수비 이닝으로 나눈 뒤 다시 9를 곱한다. 9이닝 한 경기 동안 야수가 얼마나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는지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선수들의 수비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2015 KBO리그 수비율 TOP5 유격수의 세이버매트릭스 수비지표.
기록 출처= 스탯티즈
야구 기록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2015시즌 오지환은 수비율 0.978을 기록했다. 이는 KBO리그의 유격수들 중 1위를 차지한 박기혁(0.981)보다 낮은 수비율이다. 하지만 RF/9는 오지환이 5.23을 기록하면서 박기혁(4.84)을 제치고 KBO리그 주전 유격수 중 1위에 올라 있다.
한 경기에서 한 이닝이 바뀌는 데 필요한 아웃의 개수가 3개인 것을 생각하면 오지환은 한 경기에서 거의 2이닝을 혼자 수비한 셈이다. 국가대표에 단골로 등장하는 김상수(26, 삼성 라이온즈)의 RF/9가 4.1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한 선수가 수비로 팀의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수치화한 지표인 WAA(Wins Above Average,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부문에서도, 오지환은 1위에 올라 있다. 포지션 조정을 포함한 오지환의 WAA는 0.615로 김재호(0.592), 손시헌(0.563), 김상수(0.523) 등 전, 현직 국가대표 유격수들을 제치고 유일하게 0.6대를 기록했다. 2015년의 오지환은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수비지표만 놓고 본다면 국내 최고의 유격수였다.
특명, 삼진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라!
오지환은 2009년에 데뷔하여 이듬해부터 1군 주전 유격수로 출장하기 시작했다. 그 해 오지환은 그 해 타율 0.242에 삼진 137개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그가 기록한 삼진개수는 그 해 리그 최다였다.
이런 흐름은 해가 바뀌어도 계속 이어졌다. 데뷔시즌이었던 2009년과 오른쪽 손목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결장한 2011년을 제외한 모든 시즌을 풀타임 유격수로 소화했던 오지환은 출장경기만큼 많은 삼진을 기록했다. 2012년에도 리그 최다 삼진을 기록하더니, 삼진 부문에서 꾸준히 리그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5년에도 오지환은 여전했다. 지속적인 수비에서의 안정감이 도움이 됐는지 데뷔 이후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했지만 삼진 121개를 기록하며 리그 8위를 차지했다.
오지환이 데뷔 이후 기록한 연도별 타격성적.
기록출처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삼진은 타자가 타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나쁜 결과 중 하나다. 일단 인플레이 타구만 날리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알 수 없다. 평범한 땅볼타구가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켜 상대 야수의 실책을 야기할 수 있고 외야수가 펜스 앞에서 잡을 수 있는 플라이볼이 바람 때문에 홈런이 되기도 한다. 뜻밖의 상황을 유발하여 경기 전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타자가 공을 쳐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따라서 공을 쳐내지 못하고 삼진을 많이 당하는 타자는 박병호(2015년 161개, 1위)나 최준석(134, 3위), 나성범(127, 4위) 같은 장타력을 갖춘 경우가 아니라면 좋은 타자로 분류되기 어렵다.
그나마 오지환에게 다행인 것은 삼진을 제외한 그의 타격기록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타율과 출루율, 장타율이 큰 기복 없는 상승곡선을 그리며 올라가고 있고, 타석당 삼진%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낮아지고 있다. 경기수가 144경기로 늘어난 상황에서 오히려 공격력이 나아지고 있는 것은 선수 본인에게나 팀에게나 기대감을 품게 만든다.
오지환은 박용택의 뒤를 잇는 LG의 프랜차이즈스타다.
젊은 나이에 주축선수의 대열에 오르면서 LG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든 선수다.
군입대를 앞둔 2016년, 팬들은 오지환의 빛나는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그런 오지환이 지난 2월 오키나와캠프에서 벌어진 연습경기에서 왼쪽 무릎 부상으로 개막전 출장이 무산됐다. 4월 중에 복귀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전에는 강승호, 장준원 등의 백업 자원이 오지환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이들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LG의 주전 유격수는 오지환이다.
시즌 종료 후 군입대를 계획중인 프랜차이즈스타가 개막전부터 출장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가 건강하게 복귀해, 지난해 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김호연 객원필진/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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