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시즌 달성이 기대되는 대기록들 - ① 투수편
기록의 스포츠.
야구를 일컫는 또 다른 단어다. 야구에는 수많은 기록 지표들이 존재하고, 많은 이들은 이를 통해 각 선수를, 또 각 팀을 평가하곤 한다. 야구에서의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한 선수, 또 한 팀을 증명하는 증명서와 같다.
특히 선수를 평가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누적 기록이다. 물론 단일 시즌의 기록만으로도 선수의 능력을 알아볼 수 있지만, 그 선수가 어떠한 선수였는지 평가하는데 가장 적합한 자료는 바로 누적 기록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단일 시즌 기록의 ‘임팩트’에 가려 누적 기록의 ‘꾸준함’을 미처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2014시즌에는 서건창이 사상 최초로 200안타 고지를 밟았고, 2015시즌에는 에릭 테임즈가 사상 최초의 40-40을 기록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야구 팬이라면 모두 이들의 기록에 대해 알고 있고, 이들의 기록에 관련된 기사 역시 수백 개 이상이다.
하지만 2014시즌 이병규(9)의 통산 2000안타와 정대현의 통산 100홀드, 2015시즌 김태균의 통산 1000타점과 이종욱의 300도루를 기억하는 팬들은 상대적으로 적다. 2000안타는 5명, 100홀드는 8명, 1000타점은 12명, 300도루는 9명만이 달성한 엄청난 업적인데도 말이다. 프로야구도 어느덧 35년차, 누적 기록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2016시즌에 달성이 예상되는 누적 기록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배영수 – 130승, 2000이닝, 9000타자
현역 최고 커리어 투수인 배영수. [사진=한화 이글스]
다승 현역 1위, 이닝 현역 1위, 탈삼진 현역 1위, 타자수 현역 1위.
배영수의 화려하기 그지없는 커리어다. 2000년대 중반 ‘우완 트로이카’를 이끌었던 패기 넘치는 젊은 투수는 어느새 만 34세, 엄청난 커리어의 베테랑 투수가 되었다. 누적 기록으로만 본다면, 현역 투수 중 감히 그에게 범접할 투수는 없다.
130승(현재 128승, D-2승)
배영수는 승리에 익숙한 선수다. 데뷔 2년차였던 2001시즌부터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고, 프로에서의 15시즌간 6차례의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2004시즌 17승을 거두며 첫 다승왕에 올랐고, 기나긴 재활을 거친 뒤 2013시즌 14승을 거두며 2번째 다승왕을 차지했다.
그렇게 꾸준히 승리를 쌓아온 그는 어느새 통산 128승을 거뒀다. 이는 역대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현역 중에서는 단연 최고 기록이다. 이제 송진우, 정민철, 이강철, 선동열, 김원형 등 전설적인 투수들만이 보유하고 있는 130승 기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수술 후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아 아직 마운드에 오르지는 못하지만, 5월 즈음에는 마운드에 복귀할 것으로 보이기에 그의 130승 달성 가능성은 상당해 보인다.
*여기서 잠깐!
배영수가 130승 고지에 오르게 되면, 한화 소속으로 130승을 달성한 3번째 선수가 된다(송진우 210승, 정민철 161승). 130승 달성 투수 중 절반이 한화 소속으로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것. 한 때 한화가 ‘투수 왕국’이라고 불렸던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현재 한화의 선발 상황과 상당히 대조되는 기록이기도 하다).
2000이닝(현재 1938 ⅔이닝, D-61 ⅓이닝)
배영수가 노리는 대기록은 130승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그가 노리는 또 하나의 기록은 2000이닝. 현재까지 2000이닝을 넘어선 선수는 단 5명에 불과하다. 2000이닝은 100이닝씩 20년, 200이닝씩 던지더라도 10년을 던져야 가능한 기록. 화려하면서도 꾸준했던 선발 투수만이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배영수는 현재까지 1938 ⅔이닝을 던졌으며, 2000이닝까지 61 ⅓이닝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가 2010~2015시즌 모두 100이닝 이상을 돌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2000이닝 달성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가을이 다가오기 전, 우리는 또 하나의 전설적인 기록을 마주하게 될 듯하다.
*여기서 잠깐!
배영수가 2000이닝을 달성하게 되면, 한화 소속으로 2000이닝을 넘어선 4번째 투수가 된다(송진우 3003이닝, 정민철 2394 ⅔이닝, 한용덕 2080이닝). 2000이닝을 넘어선 6명의 투수 중 무려 4명이 한화 소속으로 2000이닝을 돌파하는 것. 이닝이터 부재에 신음하고 있는 한화라면 타임머신을 써서라도 전성기의 이들을 2016년으로 불러오고 싶지 않을까?
9000타자(현재 8439타자, D-561타자)
130승, 2000이닝에 도전하는 배영수는 9000타자 상대 기록에도 도전한다. KBO 역사상 9000명의 타자를 상대했던 투수는 단 4명. 8500타자로 범위를 넓혀도 단 5명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8439타자를 상대한 배영수는 이 부문 역대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가 9000타자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561타자를 더 상대해야 한다. 그가 풀타임 선발 투수로 뛰던 시절에는 충분히 달성 가능한 기록이었지만, 지금은 그리 쉬운 기록이 아니다. 그가 지난 시즌 상대한 타자 수는 469명. 부상 복귀 뒤 고정 선발로 자리잡는다고 해도 이 기록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배영수가 누군가. 모두가 ‘배영수는 끝났다’고 했을 때에도 피나는 재활 끝에 정상급 선발 투수로 돌아왔던 선수가 배영수다. 지난 시즌 7점대 ERA를 기록하며 ‘예전의 배영수가 아니다’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는 이 시간에도 다시 마운드에 우뚝 서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9000타자 기록을 세운 뒤 ‘다음 목표는 10000타자’라는 인터뷰를 할 날을 기다려본다.
손승락 - 200세이브
2016시즌 개막전, 그는 롯데 팬과 넥센 팬 모두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손승락은 세이브의 대명사 같은 존재다. 2010시즌 마무리 투수로 자리를 잡은 이후 단 한 번도 세이브 부문 5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2010시즌(26세이브), 2013시즌(46세이브), 2014시즌(32세이브) 구원왕을 차지했으며, 특히 2013시즌에는 1994시즌 정명원 이후 19년만에 마무리 투수로서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며 그의 가치를 입증했다.
200세이브(현재 178세이브, D-22세이브)
이제 그는 통산 200세이브에 도전한다. 통산 200세이브는 역사상 단 4명만이 이룬 기록. 현재까지 178세이브를 올린 손승락은 22세이브를 추가하면 오승환, 임창용, 김용수, 구대성 등 전설적인 수호신들의 이름과 함께 불리게 된다.
현재 상황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로 이적한 그는 개막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이며 세이브를 수확했다. 롯데의 타선이 꽤나 탄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세이브 찬스 역시 상당할 전망. 2014~2015시즌 ERA 4.08을 기록하면서도 평균 27.5세이브씩을 수확한 손승락이기에 올 시즌 후반에는 통산 200세이브 달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성환, 김광현, 장원준, 송승준 – 100승
올 시즌 통산 100승 달성이 유력한 네 명의 투수들.
[사진=삼성 라이온즈, SK 와이번스,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100승. 대부분의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꿈 같은 기록이다. 두 자릿수 승수만 기록해도 정상급 선발투수로 인정받는 KBO에서 통산 100승을 달성하기란 정말 어렵다. KBO 34년 역사상 통산 100승을 넘어선 투수는 단 22명뿐이다. 염종석, 주형광, 한희민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대투수들도 통산 100승은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100승 투수가 대거 배출될 전망이다. 윤성환(99승), 김광현(97승), 장원준(97승), 송승준(92승)은 통산 100승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가장 먼저 100승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는 투수는 삼성의 윤성환이다. 윤성환은 10승 시즌이 6시즌에 이르며, 최근 3시즌 연속 10승을 기록하고 있다. 만 34세의 나이에도 시즌을 거듭할수록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시간을 거슬러 오르고 있다. 다만 최근 원정 도박 파문으로 그에 대한 여론이 상당히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타깝게도 그의 100승 달성은 그다지 축하 받지 못할 듯하다.
리그 최정상급 좌완 선발로 활약하고 있는 김광현과 장원준 역시 시즌 초반 100승 달성이 유력하다. 지난 시즌 김광현은 14승, 장원준은 12승을 올렸으며, 각각 3시즌 연속,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 중이다. 커다란 부상이 닥치지만 않는다면, 이들은 여름이 오기 전 ‘100승 투수’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송승준은 위의 세 명보다는 100승 달성 가능성이 다소 낮은 편이다. 전성기의 그는 10승을 밥 먹듯이 하는 투수였지만, 최근 2시즌은 모두 8승씩에 그치며 두 자릿수 승수 달성에 실패했다.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도 4 ⅔이닝 5실점에 그치며 승수 추가에 실패한 상황. 올 시즌 내 100승 투수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반전이 필요하다.
송승준, 윤성환, 양현종 - 1000탈삼진
1000개의 탈삼진, ‘에이스’들만이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1000탈삼진 역시 100승만큼이나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KBO에서 통산 1000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27명에 불과하다. 손민한, 김시진, 윤학길 등의 전설적인 투수들도 1000개의 탈삼진은 기록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3명의 투수들이 1000탈삼진 기록에 도전하며 역대 1000탈삼진 달성 투수 수를 30명으로 늘리려 한다. 송승준(988탈삼진), 윤성환(984탈삼진), 양현종(912탈삼진)이 그 주인공이다.
먼저 송승준과 윤성환의 올 시즌 내 1000탈삼진 달성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 두 선수는 모두 지난 시즌 100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부상 등의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두 선수 모두 시즌 초반 1000탈삼진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 역시 무난하게 올 시즌 내 1000탈삼진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두 시즌 연속으로 150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투수. 올 시즌 첫 등판에서도 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여전한 탈삼진 능력을 과시했다. 다만 1000탈삼진까지 88개의 탈삼진을 추가해야 하기에 송승준, 윤성환보다는 1000탈삼진 달성 시기가 늦을 전망이다.
*여기서 잠깐!
현재까지 1500탈삼진을 기록한 투수는 단 4명뿐이다. 하지만 현역 투수들의 탈삼진 페이스를 감안하면, 몇 시즌 내로 1500탈삼진 기록을 달성하는 투수들이 여럿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배영수, 장원삼, 장원준, 김광현, 윤석민, 윤성환, 양현종 등이 유력한 후보다. 2020시즌쯤 되면, 1500탈삼진 달성자는 10명 이상으로 늘어날지도 모른다.
박정진, 윤길현 - 100홀드
한화 박정진과 SK 시절의 윤길현. 두 선수는 100홀드와 가을 야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한다.
[사진=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
위에서 언급한 100승, 1000탈삼진이 선발 투수들의 전유물이라면, 100홀드는 불펜 투수들의 전유물이다. 승리, 세이브 등의 기록에 밀려 저평가되지만, 홀드 역시 상당한 가치가 있는 기록. 홀드는 경기 중간에 나와 승리를 지켜내는 불펜 투수들에게 주어지는 훈장과도 같다.
홀드라는 기록이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홀드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아직 투수 분업화가 정착되기 이전이기에 홀드를 기록하는 투수도 많지 않았다. 그 탓에 100홀드 기록은 100승, 1000탈삼진 기록보다도 더욱 희귀하다. 현재까지 통산 100홀드를 기록한 투수는 단 8명밖에 되지 않는다.
올 시즌에는 이 100홀드 기록에 박정진, 윤길현이 도전한다. 박정진은 현재까지 통산 83홀드, 윤길현은 79홀드를 기록 중. 박정진은 17홀드, 윤길현은 21홀드를 추가하면 100홀드를 달성하게 된다. 지난 시즌 두 선수가 기록한 홀드는 각각 15홀드, 17홀드로 이보다 적지만, 한화와 롯데 모두 올 시즌 전력이 강화되었기에 두 선수가 100홀드를 달성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여기서 잠깐!
LG 트윈스의 이동현은 올 시즌 개막 2번째 경기에서 통산 100홀드를 기록했다. 이는 KBO 역사상 8번째 기록이자, 우완 투수로는 안지만, 정대현에 이어 3번째 기록이다. LG 선수 중 최다홀드 기록은 류택현(122홀드)이 보유하고 있으며, 이동현은 빠르면 올 시즌 내로 그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
[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 기록실, 스탯티즈]
계민호 기자/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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