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스페셜리스트와 반쪽이 사이, 좌우 불균형 타자들
2015-02-09 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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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상대 선수의 유형에 따라 기록이 크게 달라지는 선수들은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다. 한 유형에게 압도적으로 강해 ‘스페셜리스트’라는 칭호를 받는 선수들이 있는가 하면, 한 유형에게 압도적으로 약해 ‘반쪽 짜리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는 선수들도 있다.
물론 지난 기사에서 각 유형에게 강한 선수들에 대해 알아봤지만, 이렇듯 한 유형에게만 상대적으로 강한 선수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좌/우타자를 상대로 큰 차이를 보이는 투수, 좌/우투수를 상대로 큰 차이를 보이는 타자들에 대해서도 알아보기로 했다.
이번 기사의 기록 역시 지난 기사와 마찬가지로 타자의 경우 1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125명, 투수의 경우 50이닝 이상을 소화한 76명의 선수들에 한하여 조사했다.
좌우 불균형 타자(VS우투수 강세) TOP5 순위권에 오른 대부분의 타자가 ‘반쪽 짜리 선수’라는 오명을 쓰기 쉬운 성적을 냈다. 특히 이학준은 장타율차에서 2위, 나머지 부문에서는 모두 1위를 기록하며 좌투수에게 상당히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우투수 상대 타율과 출루율 부문에서는 상당히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장타율은 0.368로 저조하다. 무엇보다 우타자임에도 불구하고 좌투수 상대 타율, 출루율, 장타율이 1할대에 그친 점은 믿기 힘든 결과다. 물론 좌투수 상대 타석이 19타석에 불과해 이것만으로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팀의 주전 선수로 거듭나는 데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한화 소속인 정범모 역시 장타율차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순위권에 들었다. 좌투수를 상대로 55타석에 들어서 2개의 홈런을 때려냈지만, 타율과 출루율은 모두 1할대를 기록했다. 조인성과 함께 포수 마스크를 나눠 쓴 주전 포수가 좌투수에 큰 약점을 보인다는 점은 2015시즌 5강 진입을 노리는 한화에게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이원석의 입대를 틈타 두산의 주전 3루수 자리를 노리는 최주환도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드러냈다. 2014시즌 최주환은 좌투수를 상대로 1할대의 타율, 2할대의 출루율, 1할대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주전 자리를 꿰차는 데 실패했다.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반쪽 짜리 선수’에서 벗어나기 힘든 만큼, 좌투수의 공에 적응해 나가야만 한다.
이외에도 용병 타자인 스캇과 로티노도 좌투수 극복에 실패했고, 2014시즌 신인왕 박민우는 투수의 유형에 따라 극심한 출루율차를 보였다. 2014시즌 3-4-5 라인을 기록하며 LG의 4번타자로 자리잡은 ‘빅뱅’ 이병규(7)는, 우투수를 상대로는 0.620의 엄청난 장타율을 과시했지만 좌투수 상대 장타율은 0.400에 미치지 못해 장타율차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학준과 정범모는 좌투수 상대 약점을 딛고 한화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까? [사진=한화 이글스]
좌우 불균형 타자(VS좌투수 강세) TOP5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강민호다. 강민호는 2014시즌을 앞두고 4년 75억의 초대형 FA계약을 맺으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2014시즌 2할 3푼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을 기록하는 등 극도의 부진으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2014시즌 강민호의 부진 원인은 바로 우투수 공략 실패였다. 좌투수를 상대로는 3-4-5 라인을 기록하며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지만, 우투수를 상대로는 1-2-3 라인을 기록하며 고개를 떨궜다. 3년 연속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포수로 군림했던 강민호이지만, 우투수에 대한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2015시즌에도 롯데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확률이 높다.
한화의 김태완과 이양기 역시 우투수를 상대로 별 재미를 보지 못하며 주전 선수로 도약하는 데 실패했고, 김강민은 투수 유형에 따라 장타력이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다. 또, 삼성의 핵심 외야수로 발돋움한 박해민 역시 투수 유형에 따라 성적이 널뛰며 2% 부족한 모습이었다. 박해민은 2015시즌을 앞두고 우타 전향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통해 좌우 불균형 현상을 극복해낼지도 주목된다.
우투수를 상대로 약점을 드러내며 ‘반쪽 짜리 선수’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대다수의 선수와는 달리, 출루율차 부문 2위에 오른 강정호는 ‘스페셜리스트’라 불릴 만 하다. 투수의 유형에 따라 출루율차가 컸지만, 이는 좌투수 상대 출루율 0.560이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지 우투수에게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는 우투수를 상대로도 4할을 훌쩍 넘는 출루율을 기록하며 어느 유형의 투수에게나 막강한 모습을 보였다. 좌우투수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가한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좌우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먹튀’ 탈출을 위해서는 우투수를 극복해야 한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좌우 불균형 타자들 : 대부분이 비주전, 신예 – 생존 위해 꾸준함이 필요해
경기 상황에 따라 투입과 휴식이 결정되는 투수들과 달리, 타자들은 매 경기 전체를 소화해야 한다. 불펜투수들의 경우 특정 유형의 타자에게 약점을 보인다면 강점이 있는 타자만을 상대하면 되지만, 타자들은 특정 유형의 투수에게 약점을 보인다면 경기에 뛰기 힘들다는 뜻이다.
실제로 기록을 통해 드러난 좌우타자 불균형 선수들의 대다수는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거나, 주전 자리를 차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이다.
현재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투수 유형에 따라 성적이 들쭉날쭉하다면 주전 자리를 지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서건창, 박병호, 손아섭 등 정상급 선수들은 대부분 좌,우투수를 가리지 않고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김태균, 박용택, 이진영, 손시헌 등 십 수년간 꾸준히 정상급 타자로 군림해 온 타자들은 특정 유형의 투수에 약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프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필요하고, 꾸준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약점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 설령 약점이 생기더라도, 빠르게 극복해내야 프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2015시즌에는 약점을 극복해낼 수 있을까. 시즌 개막은 얼마 남지 않았다.
계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