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2루수 전성시대, 최고는 누구?
2015-02-10 화,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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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2014년은 정규시즌 MVP 수상자였던 서건창(넥센)을 비롯해 나바로(삼성), 안치홍(KIA),오재원(두산), 박민우(NC) 등 수준급 2루수들의 맹활약이 돋보인 시즌이었다. 타고투저를 감안하더라도 각 팀의 주전 2루수들은 대부분,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안치홍(KIA)이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에 입대했지만 2루수들의 경쟁은 2015년에도 뜨거울 전망이다. LG의 경우 외국인타자 잭 한나한이 3루를 차지하면서 기존에 3루 자리를 지키던 손주인이 원래 자리인 2루로 복귀했다. 여기에 관록의 정근우(한화), 정훈(롯데) 등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이들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 정근우(한화)와 고영민(두산) 두 선수가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였다면 베이징 올림픽 이후를 기점으로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건창과 안치홍의 성장세가 두드러졌고 삼성의 '복덩이' 나바로가 MVP급 활약을 펼치며 2루수들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
서건창은 단일시즌 최초 200안타를 달성해 2014시즌을 본인의 해로 만들었다. (사진: 넥센 히어로즈)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서건창은 최고 2루수로서 수성에 나선다. 시즌 타율 .370 201개의 안타, 홈런도 7개나 기록하며 나름대로 장타력을 뽐냈다. 48개의 도루로 리드오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고 정규시즌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서도 팀타선의 활로를 뚫었다.
서건창은 2013시즌 86경기 출장에 그쳤기 때문에 일각에선 이 점이 시즌 도중에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전 경기 출장은 물론이고 세부 스탯에서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한국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의 통계에 따르면 RC/27(27개 아웃카운트, 즉 한 경기 동안 그 타자로 1번부터 9번까지 구성됐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득점)는 무려 두 배이상 증가했다. RC(정규시즌이 기준일 때 타자의 득점창출력)도 마찬가지였다.
<서건창의 2013~2014시즌 RC, RC/27>
-2013시즌 RC 42.14, RC/27 4.48
-2014시즌 RC 139.87, RC/27 10.37
무엇보다도 7.6%의 삼진 비율이 압권이다. 리그에서 가장 삼진을 적게 당한 타자로 소문났고 도루성공율, 도루시도율, 3루타비율, 출루시 득점비율, 병살회피율을 이용한 SPD(Speed score)도 1위는 그의 몫이었다.
기록이 선수의 모든 면을 보여주진 않더라도 그의 놀라운 활약을 뒷받침해주기에는 충분했다. '미생'의 내야수에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완생' 플레이어로 거듭났고 시상식을 휩쓰는 스타 반열에 올랐다. 올시즌도 지난해만큼의 성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이지만 200안타 돌파라는 부담감도 이겨낸 강인한 멘탈이라면 크게 걱정할 것은 없어 보인다.
삼성과 재계약한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도 지난 시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쥐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정규시즌 타율 .308, 31홈런 25도루를 기록, 20-20 클럽에 가입했다. RC/27도 9.09, 154개의 안타를 뽑아내는 어마무시한 타격을 자랑했다. 지난해 10월 15일 대구 LG전에선 승리에 쐐기를 박는 동시에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짓는 홈런포로 삼성팬들을 열광시켰다.
나바로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 중 하나는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유형의 2루수이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떠올리는 2루수는 발이 빠르고 컨택 능력이 좋은 이미지인데 나바로는 그 틀을 파괴했다. 1987년 김성래의 22홈런을 넘어서면서 삼성 구단 2루수 출신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역대 2루수 출신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에도 가까이(1999년, 해태 홍현우 34개) 다가갔다. 올시즌에도 팀의 '복덩이' 노릇을 제대로 할까?
국가대표 2루수이자 멀티플레이어 오재원도 최고2루수를 노린다. (사진:두산 베어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엔트리에 승선한 오재원 역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일부 팬들의 비난에 마음 고생도 심했지만 110경기 타율 .318 5홈런 40타점 33도루를 기록했다. 타고투저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프로 데뷔 이후 시즌 첫 3할을 기록한 것은 본인에게 큰 의미가 있다.
출루율(.404)과 장타율(.451), RC(71.22)와 RC/27(7.20)와 같은 지표에서도 그의 활약은 그대로 나타났다. 심적인 압박감이 매우 컸던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주전 2루수로서 결승전까지 제 몫을 다했다. 결승전에서 대만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후 눈물을 흘리며 서러움을 털어냈다. 올시즌에는 주장 완장까지 차면서 본인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체를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같은 좌타자, 조금은 다른 스타일을 가진 NC 박민우도 기대를 모은다. 2013시즌 출장 경기 수가 32경기에 그쳤던 그가 이듬해인 2014시즌 118경기에 나서며 팀의 붙박이 주전 2루수로 자리매김했다. 타율 .298, 도루를 무려 50개나 기록하며 리그 2루수 중에서 가장 많은 베이스를 훔쳤다. 1군 무대 2년차 답지 않은 배짱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여전히 녹슬지 않은 정근우와 거인군단의 활기를 불어넣는 정훈도 주목해봐야 할 선수다. 정근우는 지난 시즌 125경기 타율 .295 44타점 32도루 기록했다. 전성기와 비교한다면 성에 차지 않는 성적이지만, 김성근 감독과 재회한 올시즌 그의 반등이 예상된다.
조성환(KBS N 해설위원)의 바통을 이어받은 롯데 정훈은 124경기 타율 .294, 140안타 58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기록했고 올시즌에는 더 큰 활약이 예상되고 있다.
센터라인의 한 축으로서, 수비력을 우선시했던 2루 포지션에 이제는 각팀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타격에서도 놀라운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스타들의 격전장이 된 2루, 2015년 최고의 2루수는 누가 될 것인지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