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KBO: 주장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
‘오! 캡틴, 마이 캡틴.’
영화"죽은 시인들의 사회"의 마지막 장면. 이제는 고인이 된 키팅 선생님을 떠나 보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제자들은 모두 책상위로 올라가며 이렇게 외쳤다.
무엇이 키팅을 그들의 ‘마이 캡틴’으로 만들었을까. 키팅은 그의 제자들에게 좋은 성적을 내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에게 살면서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제시해 보였으며, 그들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위대한 캡틴으로 남았다.
2015 시즌 프로야구에는 각 구단의 어떤 선수들이 캡틴으로 팀을 잘 다독이며, 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지 살펴보자.
2015시즌 삼성의 주장으로 발탁 된 박석민 (사진:삼성라이온즈)
1. 삼성 라이온즈-박석민(2014시즌 성적 AVG 0.315/HR 27/OPS 1.020)
최형우의 뒤를 이어 삼성 라이온즈의 새로운 주장이 된 박석민. 주장은 성적 순이 아니라지만, 박석민은 2014시즌 3루수 중 누구보다 빛났다. 황재균을 제치고 생애 처음으로 3루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으며. 3루수 kWAR 1위, wOBA에서도 1위, EQA(등가타율)는 0.312로 리그 전체 8위였으며 3루수 중에는 물론 1위였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서 약간은 부족한 경기수가 흠이었다. 또 삼성에는 최형우, 나바로, 이승엽과 같은 좋은 타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박석민이 팀 내 최고 타자라는 것에는 분명 이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형우나, 나머지 삼성 선수단에는 없는, 박석민만의 마성의 매력이 존재한다. 그의 진지함 속에서 묻어 나오는 유머감각이, 카리스마 속에서 나오는 의외의 부드러움으로 작용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박석민의 팀 내 1인자 등극을 가로막는 최형우의 2014시즌 성적
AVG 0.356(5위)/HR 31(5위)/OPS
1.075(4위)/EQA 0.325(4위)/kWAR
6.05(6위)
<넥센 히어로즈의 3년차
주장 이택근=사진=넥센 히어로즈>
2. 넥센 히어로즈-이택근(2014시즌 성적 AVG 0.306/HR 21/OPS 0.912)
2012시즌
중반에 새로 주장으로 선임된 이택근이 2015시즌에도 넥센의 주장으로 팀을 이끌게 되었다. 이택근은 올 시즌 상위 타순에 주로 배치 됐지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을 넘기기도 했다. 2014시즌 넥센의 엄청난
홈런쇼(팀 홈런 199개)에
힘을 보탠 이택근은 어느덧 프로
13년 차 시즌을 맞는다. 36살이라는 노장 축에 속할 나이에 접어든 이택근의 프로 12년 차 통산 타율은 여전히 3할(0.302)이 넘는다. 프로 12년 중 현대시절을 포함하면 히어로즈에서만 10년을 보낸 이택근은 팀의 최고참 프랜차이즈 스타인 셈이다. 2015시즌에도 홈런 군단의 주장이 된 이택근은, 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와 2014시즌 MVP, MLB 유격수 강정호와 같은 팀에 있었던 탓에 그 성적이 잘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그는 분명 어디서든 제 몫을 해주는 선수이다.
*강정호, 박병호, 서건창, 이택근의 2014년 kWAR
강정호-9.42 박병호-7.03 서건창-7.51 이택근-3.74
<2014시즌 NC 다이노스의
새로운 주장 이종욱=사진:NC 다이노스>
3. NC 다이노스-이종욱(2014시즌 성적 AVG 0.288/SB 15/OPS 0.754)
2014시즌 NC의 주장이었던 이호준이 이종욱에게 주장 자리를 넘겨주었다. 이종욱은 2012시즌 중 부상당한 임재철을 대신해 두산의 주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또 그 해에 이종욱은 팀을 한국시리즈까지 무사히 이끈 경험도 있다. 이택근과 마찬가지로 올해 36살이 된 이종욱은 NC 야수진중에서는 올 해 불혹에 접어든 이호준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최고참이다.
여전한 수비센스를 가지고 좋은 수비를 보여주고 있지만 세월의 풍파로 예전만큼의 빠른 발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2006시즌 51도루, 3년 연속 40도루)통산 298도루로 300도루까지 단 두 개를 남겨 놓은 상황. 2015시즌에는, 정근우에 이어 역대 9번째 300도루 달성이 유력하다. 비록 하향세인 성적이지만, 팀의 주장으로 의미가 있는 기록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종욱의 기동력 저하를 상쇄할 ‘신인왕’ 박민우(2014시즌 성적)
이종욱 SB-15 CS-4 SB%-0.78 wSB(도루승리기여)-1.00
박민우 SB-50 CS-10 SB%-0.83 wSB-3.51
4.LG 트윈스-이진영(2014시즌 성적 AVG. 0.325/HR 6/OPS 0.806)
2014년부터 이병규를 대신해 쌍둥이의 새로운 주장이 된 이진영이 2015시즌에도 다시 팀의 주장을 맡는다. 이진영은 2008년까지 SK와이번스에서 한국시리즈에 3번 진출했으며, 2번의 우승을 맛봤다. 하지만 2009년 LG로 이적 한 후 아직 우승은 고사하고 한국시리즈에 조차 진출하지 못해봤다.
하지만 2014시즌 LG의 경기력은 경이로웠다. 2014시즌 초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리그 최하위로 주저 앉았지만 기적적으로 4위에 올라서며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도 하며 한국시리즈의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올 해 이진영은 주장으로 LG에서 첫 한국시리즈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LG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그의 풍부한 한국시리즈 경험이 주장으로서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진영의 3할 미스터리
2014 이진영 AVG. 0.325(16위)/kWAR 0.90(45위)/EQA 0.270(42위)
2014 이병규(7) AVG 0.306(34위)/kWAR 3.28(16위)/EQA 0.300(11위)
<2015시즌 SK 와이번스의 새로운
주장 조동화=사진:SK와이번스>
5.SK 와이번스-조동화(2014시즌 성적 AVG. 0.262/SB 37/OPS 0.655)
2014시즌 팀의 주장이었던 박진만의 뒤를 이은 SK와이번스 새로운 주장은 조동화다. 조동화를 보이는 성적만으로 평가하기는 무언가 찝찝함이 남는 것이 사실. 통산 167개의 도루를 만든 빠른 발도 존재하지만, 그의 진짜 가치는 아트의 경지까지 끌어 올린 번트를 통한 작전수행능력이다. 올 시즌 28개의 희생타로 희생타 리그 1위에 오르기도 한 조동화는, 05년도에 KBO 역대 최다 희생타 기록인 52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좌우코너와 센터라인 어디든 가리지 않는 외야 수비 센스도 갖췄다. 여기에 SK에서만 12시즌을 보낸 원클럽, 원팀맨이다. 생애 처음으로 팀의 주장을 맡은 조동화는 과연 그의 번트 기술만큼 선수들을 잘 다룰 수 있을까?
*조동화의 타격가치는 어떻게 봐야 할까?
EQA 0.250(54위)/RC 54.56(52위)/wRAA
-27.40(55위)/wOBA 0.303(55위)
<2015시즌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주장 오재원=사진:두산베어스>
6.두산 베어스-오재원(2014시즌 성적 AVG. 0.318/SB 33/OPS 0.855)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오재원이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주장이 됐다. 분위기 메이커이자, 좋은 주장이라는 평이 자자한 홍성흔의 뒤를 이어 주장이 됐기 때문에 부담이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근성과 승부욕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두산의 팀 컬러를 되찾을 적임자다. 2014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2루수가 많이 등장했던 시즌이었다. 오재원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본인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오재원의 진화(2012시즌 규정타석 미달)
2011-AVG 0.277/SB
46/OPS 0.713
2013-AVG 0.260/SB
33/OPS 0.786
2014-AVG 0.318/SB 33/OPS 0.855
<2015시즌 롯데의 새로운 주장 최준석=사진:롯데 자이언츠>
7.롯데 자이언츠-최준석(2014시즌 성적 AVG. 0.286/HR 23/OPS 0.918)
시즌 중에도, 시즌이 끝나고도 바람 잘 날이 없었던 롯데는 김시진 감독과 박준서 주장, 대표이사 등 많은 것을 바꿨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즌을 준비하는 롯데의 새로운 주장에는 뚝심 있게 팀을 이끌 최준석으로 정해졌다. 우타 빅뱃 지명타자의 계보를 이어나가고 있는 최준석은, 친정복귀 첫해인 2014시즌에도 20개의 홈런을 넘기며 팀의 장타력에 힘을 보탰다. 150홈런까지 17개를 남겨둔 상황에서 9년만의 친정복귀, 그리고 두 번째 해에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팀의 주장이 된 최준석은 그의 덩치만큼 무거운 짐을 짊어졌다.
8.KIA 타이거즈-이범호(2014시즌 성적 AVG 0.269/HR 19/OPS 0.857)
2015년 주장으로서 KIA 타이거즈를 이끌 선수는, 2014년 김상훈의 뒤를 이어 타이거즈의 새로운 캡틴이 된 이범호가 연임에 성공했다. 2009시즌이 종료된 후 NPB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이범호는 신통치 않은 성적을 기록하며 2011년 KBO로 다시 복귀했다. (G 48/AVG 0.226/OBP 0.294/SLG 0.355)
원 소속팀이었던 한화 이글스가 아닌 KIA 타이거즈로 복귀한 이범호는 4년간 62개의 홈런을 만들어 냈으며, 4년 평균 0.276의 타율을 기록했다. 좋은 성적이지만, 2013년을 제외하고는 KIA 타이거즈에서 120경기 이상 소화한 시즌이 없다는 것이 흠이다. 3년 연속 포스트 진출 실패, 주전 키스톤 콤비의 동반 군입대, 감독 교체과정에서 생긴 잡음 등, 내부적으로 많이 어수선한 상황이기 때문에 팀의 주장인 이범호의 어깨도 많이 무거워 질 전망이다.
*주장 이범호의 4년. 프랜차이즈 나지완의 4년. (2011-2014)
나지완-AVG. 0.294/SLG 0.477/OBP 0.390/HR 69/RBI 297
이범호-AVG 0.276/SLG 0.466/OBP 0.390/HR 62/RBI 251
<다시 한번 주장자리에 오른 김태균=사진: 한화이글스>
9. 한화 이글스-김태균(2014시즌 성적 AVG. 0.365/HR 18/OPS 1.027)
출루 귀신 김태균이 2015시즌 김성근 감독의 직접 지명으로 고동진의 뒤를 이어 주장이 됐다. 2013년에 이어 팀의 2번째 주장이 된 김태균은, 2013시즌과 마찬가지로 다시 한번 주장으로 팀의 꼴찌 탈출을 위해 사력을 다하게 됐다.
주장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제목과 다르게, 김태균은 3년 연속 출루율 1위(장효조와 타이 기록), kWAR 9위, wOBA 5위, EQA 5위, wRC+ 4위를 기록하는 등 엄청난 성적을 거두는 중이다. 이제 김태균은 팀의 명예회복과 4년 연속 출루율 1위 기록에 도전한다.
*김태균의 한국 무대 복귀 후 출루율
2012시즌-0.474/2013시즌-0.444/2014시즌-0.463
2003시즌부터 2014시즌까지 10년 연속 출루율 4할
10.KT 위즈-신명철(통산 성적 AVG. 0.242/SB 129/OPS 0.652)
신생팀 KT 위즈의 초대 주장은 신명철이 됐다. 2013시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위해 삼성라이온즈를 떠나 KT 위즈에 입단한 신명철이 마침내 1군 무대로 돌아오게 됐다. 2014시즌 퓨처스 리그에서 45경기에 나서는 동안 0.308의 타율을 기록했으며, 2개의 홈런과 5개의 도루를 만들어 냈다. 퓨처스 리그 성적이긴 하지만 볼넷/삼진 비율도 괜찮았다.(1.40)아직은 어린 선수들이 많은 신생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3번이나 경험한 적이 있는 신명철은 신인 선수들에게 많은 조언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명철신이라 불리던 남자!
2009시즌 신명철(AVG. 0.291/HR 20/SB 21/OPS 0.844)
*EQA와 wRC+는 파크팩터 값을 고려하지 않음. *기록출처- KBO 공식 홈페이지, KBRepor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