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명예 존중' 저버린 NC, KBO의 일벌백계가 마땅
[이용선의 견제구] 승부조작 은폐한 NC, KBO도 공동책임져야 한다
▲ NC 소속이던 2014년 승부 조작을 저지른 이성민 |
ⓒ NC 다이노스 |
연이은 사건 사고로 골머리를 앓던 KBO리그가 폭탄이 터진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7일 경찰이 발표한 승부 조작 수사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투수 이성민과 유창식이 승부 조작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것은 물론 NC 다이노스 구단이 이성민의 승부 조작 사실을 인지하고도 은폐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구단 차원의 승부 조작 은폐는 사상 초유의 일이다.
NC는 2014년 7월 4일 LG전 선발 등판 경기에서 이성민이 승부 조작을 저지른 사실을 추후 구단 전수 조사를 통해 구단 수뇌부가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사실을 숨긴 채 당시 유망주로 평가받던 이성민을 그해 11월 2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신생팀 kt 위즈가 특별 지명을 통해 데려가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NC는 손 안대고 코를 푼 것은 물론 보상 명목으로 10억 원의 부당 이익까지 챙겼다.
▲ NC 다이노스가 내세운 핵심 기치인 '정의 명예 존중'은 '조작 은폐 사기'라는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
ⓒ NC 다이노스 |
승부 조작은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범죄 행위다. 하지만 2014년 당시 1군 진입 2년차의 NC 구단은 소속 선수의 승부 조작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에 나서기는커녕 은폐하기에 바빴다. 게다가 혐의 선수를 타 팀에 떠넘겨 부당 이익을 편취하는 사기 행각까지 벌였다. 스포츠 정신은 물론 동업자 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NC가 추구한다는 핵심 가치 '정의, 명예, 존중'이 '조작, 은폐, 사기'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올시즌 NC는 1군 데뷔 4년 만에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승부 조작을 비롯, 얼룩진 추문의 무게는 너무도 무겁다. 이태양의 승부 조작이 밝혀졌으며 이민호는 사생활이 구설수에 올랐다. 테임즈의 음주 운전 사실을 구단 차원에서 김경문 감독에 밝히지 않았으며 솜방망이 징계로 포스트시즌 출전을 강행했다. 그리고 NC 소속 시절 이성민의 승부 조작 사실 은폐까지 백일하에 드러났다.
▲ 이성민 승부조작 사실을 인지하고 대책을 논의한 NC 구단 관계자들의 메신저 대화 내용 |
ⓒ 경기북부지방경찰청 |
하지만 경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7일까지 NC의 현실 인식은 여전히 안이하다. 꼭 한 달 전인 10월 7일 경찰의 NC 구단 사무실 압수수색이 단행되었다. NC의 승부 조작 은폐에 관련된 수사 발표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딱 1개월 만에 경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NC 구단은 '의혹에 대해서는 추후 공개하겠다'며 시간 벌기에 주력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번 경찰 수사 결과를 통해 구단이 각성하고, 프로야구가 더 신뢰 받는 스포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NC 구단의 공식 입장은 마치 타 구단에서 벌어진 상황을 제3자의 입장에서 논평하는 듯하다. 자신들이 벌인 범죄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사태를 강 건너 불 보듯 관망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성민의 승부 조작 인지로부터 2년이 지난 현재까지 NC는 은폐에만 급급했으며 자정 의지는 없었다. 수사 결과가 밝혀지기 전까지 진솔한 고백이나 내부 징계도 없었다. 공은 KBO로 넘어왔다. NC 구단이 자정에 나서기는커녕 사실을 밝힐 의사조차 없음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KBO가 NC에 대한 중징계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 구단 차원의 범죄 은폐라는 사상 초유의 사안에 대해 KBO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 KBO |
그간 KBO는 음주 운전을 비롯 선수들의 일탈 및 범죄에 대한 징계에 소극적이었다. 엄중한 징계로 본보기를 세워야 한다는 여론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의 가벼운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구단 차원의 승부 조작 은폐는 리그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중대 사안이다.
전날 KBO 리그 관계자가 언급한 것처럼 '벌금 1억 원'이나 신인 지명권 박탈 등의 징계는 너무나 가볍다는 것이 현 사태를 바라보는 이들의 중론이다. NC 구단의 해체와 리그 퇴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강경한 여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당시 박현준과 김성현의 승부 조작 적발 당시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KBO는 승부조작 사건 자체를 덮기에 급급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이태양, 문우람, 유창식, 이성민의 승부 조작 사실이 재차 적발된 것은 물론 신생구단인 NC 구단 차원의 범죄 은폐는 KBO의 미온적 조치가 초래한 참담한 결과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태의 근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KBO의 총재 포함 수뇌부의 진퇴 또한 당연히 검토되어야 한다.
승부 조작으로 인해 구단이 해체되고 리그의 신뢰도와 인기가 바닥으로 추락한 대만 프로야구의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대만 프로야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KBO가 책임을 지고 NC의 승부 조작 은폐에 대해 일벌백계에 나서야 한다. KBO의 구단 징계 수위와 향후 방지책에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가 달려있다(관련기사: 승부조작으로 공멸한 대만, KBO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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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