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뽑은 KIA, 타이거즈는 강팀이 될 수 있을까
이 한 마디로 KIA 타이거즈의 지난 겨울을 정리할 수 있다. 전력 누수가 극심한 상태에서 출발했던 김기태 감독 체제가 2년차인 지난해 안정감을 찾으며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명승부에도 불구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LG에 패하고 말았다. 가을 잔치의 조연이었을 뿐 주인공이 될 순 없었다.
그리고 KIA는 2017년 가을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칼을 뽑아 들었다. 10개 구단 중 가장 공격적인 투자로 전력을 보강했다. 지난해보다 더 높은 곳에서 포효하기 위해서였다.
2016시즌 부활하며 팀 타선에 힘을 보탠 내부 FA 나지완과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쳤다. 외부 FA 영입에 좀더 집중하기 위한 발빠른 행보였다. 이후 KIA는 가장 먼저 FA 대어를 낚는 데 성공했다. 2016시즌 타격 3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활약을 보인 삼성 4번타자 최형우를 영입한 것이다. KIA는 최형우에게 4년 100억 원을 투자하며 FA 100억 시대를 공식적으로 열었다.
▲ FA 4년 100억 대박을 터뜨리며 KIA 유니폼을 입게 된 최형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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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의 KIA행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시즌 김주찬, 나지완, 이범호 등 KIA의 주축 타자들은 저마다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만만찮은 화력을 뽐냈다. 김호령과 노수광 등 젊은 선수들도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고, 만년 유망주 김주형, 서동욱도 마침내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시즌 막바지에는 김선빈과 안치홍이 합류해 힘을 보탰다.
하지만 타선의 중심이 되어야 할 외국인 타자는 평범한 활약에 그쳤다. KIA는 외국인 타자치고는 타격 생산력이 평범한 브렛 필과 세 시즌을 함께 했다. 지난해 필은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 중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7위(1.85)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진출팀 두산, NC의 외국인 타자 에반스(3.69)와 테임즈(6.38)에 비하면 턱없이 떨어지는 수치다.
올 시즌에는 타선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줄 4번 최형우가 합류하면서 작년 이상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우타자 이범호, 김주찬, 나지완 사이에 배치될 좌타자 최형우의 조합은 타 팀 투수들에게 악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 KIA,두산 중심타자 4인방 2016시즌 주요 기록 비교
▲ 최형우의 가세로 KIA는 최강팀 두산과 견줘도 손색없는 중심타선을 보유하게 되었다.(출처=야구기록실 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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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시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1위 최형우의 가세는 그만큼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KIA 중심타선은 분명 약하지는 않았지만, 강팀들에 비해서는 한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형우의 가세로 KIA는 두산이나 NC에도 밀리지 않는 가공할 만한 중심타선을 보유하게 되었다.
최형우를 영입한 이후 KIA의 행보에는 다소 제동이 걸렸다. '에이스' 양현종과의 잔류 협상에 진통을 겪은 것이다. 하지만 KIA는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양현종에게 향후 자유로운 이적을 보장해주면 1년 22억 5천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단기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물론 1년 후에도 양현종이 KIA에 잔류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보장은 없다. KIA는 2017시즌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 지난해 400이닝 이상을 합작한 KIA 마운드의 원투펀치 양현종과 헥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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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양현종-헥터로 이어지는 강력한 원투펀치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헥터와 양현종이 합작해낸 10.72(헥터 6.61+양현종 4.11)의 WAR은 리그 원투펀치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우승팀 두산의 원투펀치인 니퍼트와 보우덴의 WAR 합인 9.83(보우덴 5.40+니퍼트 4.43)보다도 높다.
KIA는 스토브리그에서 선발진을 유지하고 중심타선의 전력보강과 외국인타자 교체를 통해 단숨에 상위권 전력을 갖추게 됐다. 선발진과 중심타선은 투·타의 중심이 되는 부분인 만큼 2017시즌 KIA는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강팀의 면모를 갖춘 KIA가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센터라인의 견고한 수비다. 2연패를 달성한 두산의 우승 원동력으로 탄탄한 선발진, 강력한 타선과 더불어 물샐 틈 없는 수비를 꼽는 이들이 많다. 특히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내야의 유기적인 콤비 플레이는 두산의 특장점이다.
KIA가 이런 디테일을 완성하려면 예비역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2016시즌 말 각각 경찰청과 상무에서 제대한 안치홍과 김선빈은 입대 전 좋은 활약을 보여주며 키스톤 콤비로 활약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리그에 풀타임으로 뛰는 첫 시즌에 공백없는 활약을 보여줘야 KIA의 대권 가도에 힘을 실을 수 있다.
▲ KIA의 키스톤콤비 안치홍과 김선빈이 본격 가동된다. |
ⓒ KIA 타이거즈 |
센터라인의 또다른 축인 중견수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어난 수비력을 인정받았던 외국인 야수 버나디나가 합류했다. 2% 아쉬웠던 1루수 브렛필 대신 공수주를 겸비한 그를 택한 KIA는 버나디나에게 타선의 첨병 역할과 함께 외야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내심 대권을 노리는 KIA의 퍼즐 조각은 대략적으로 맞춰졌다. 여타 구단과 달리 KIA에게는 특별한 자부심이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불패기록이다. 전신인 해태 시절부터 10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10번 모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다면 이 자부심은 우승을 이끌 또다른 동력이 될 수 있다. 명실상부한 강팀으로의 부활을 꿈꾸는 호랑이 군단의 도전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KIA의 올시즌 행보를 주목해 보도록 하자.
[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