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랭킹
[프로야구] 월간 타자 Tool별 TOP 5 (3~4월)
2015-05-04 월,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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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KBO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방망이에 공을 잘 갖다 맞히는 정확한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있는 타자, 베이스에서 투수를 현혹시키는 발 빠른 타자 등. 이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각 월간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알아보려 한다. Tool은 정확성, 선구안, 장타력, 주력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각 월간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정확성
월간 타율 1위는 바로 민병헌. 3~4월 4할 타율을 기록한 유일한 타자로, 2위인 정성훈보다 무려 0.022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군입대 전인 2010시즌까지는 3할 타율을 넘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민병헌이지만, 군제대 이후에는 2013, 2014시즌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는 등 엄청난 타격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2013시즌 타격 6위, 2014시즌 타격 7위에 이어 올 시즌에는 당당히 리그 리딩히터로 활약 중인 민병헌. 그가 있기에 두산은 선두 경쟁을 할 수 있다.
두산의 리드오프, 리그의 리딩히터! [사진: 두산 베어스]
그리고 민병헌의 뒤를 LG의 정성훈이 뒤따르고 있다. 정성훈은 좌타자 일색인 LG 타선에서 벌써 7시즌째 활약하고 있다. 리그 정상급 우타자인 그가 없는 LG의 타선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 그가 있기에 LG의 좌타자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한편 강정호가 MLB에 진출하고, 서건창이 부상으로 이탈한 넥센은 여전히 ‘타격의 팀’으로 군림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저평가된 타자’로 불리는 유한준은 2년 연속 3할을 때려낼 기세고, 윤석민은 생애 첫 3할 타율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의 맹타에 힘입어 넥센은 핵심 타자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팀 타율, 장타율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한 점을 주면 두 점을 내는’ 넥센, 최근의 넥센은 그야말로 ‘남자의 팀’이다.
김종호는 타율 TOP5 중 유일한 좌타자다. 좌타자라는 이점과 빠른 발을 바탕으로 수많은 단타를 양산해내는 중. 빠른 발로 안타를 만들어낸 뒤 2루 베이스까지 훔치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가고 있다.
선구안
*IsoD : Isolated Discipline(순수출루율). 출루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
IsoD 부문에 의외의 이름이 등장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한 박경수가 그 주인공. 김태균, 최준석, 이병규, 최정은 ‘한 방’을 가진 타자들이기에 견제로 인해 출루율이 높을 수 있다지만, 박경수는 장타력이 뛰어나지 않은 타자이기에 더욱 놀라운 기록이다. 3~4월 그의 타율은 0.240에 불과하지만 출루율은 0.420이나 된다. 볼넷/삼진 비율도 0.909(14위)로 준수한 편. 낮은 타율로 인해 저평가받고 있지만, 시즌 초반 그의 선구안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볼넷/삼진 공동 1위에 이름을 올린 두산의 김재호도 다소 의외의 이름이지만, 그의 통산 기록을 본다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그의 통산 타율/출루율은 .252/.331에 불과하지만, 통산 볼넷/삼진 비율은 0.812로 상당히 준수하다.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삼진을 좀처럼 당하지 않는 타자. 어쩌면 김재호를 매달 이 기사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편 한화의 김태균은 3시즌 연속 출루율왕답게 이 달 선구안 부문 최강의 타자로 등극했다. IsoD와 볼넷/삼진 부문에 모두 이름을 올린 유일한 타자다. 그의 IsoD는 0.177이고, 볼넷을 22개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11개에 그치며 볼넷/삼진 비율이 무려 2.000. 타율은 3할에 미치지 못하지만 출루율은 무려 0.459나 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는 팀의 4번타자라는 것. 팬들은 그의 출루보다는 홈런, 타점을 보고싶어 한다. 김태균은 ‘김볼넷’에서 ‘김홈런’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괴물 같은 선구안, ‘김출루’ 김돗돔. [사진: 한화 이글스]
장타력
*IsoP : Isolated Power(순수장타율). 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수치.
유한준, 테임즈, 나바로가 IsoP와 타수당홈런 1,2,3위를 모두 휩쓸었다. 일견 세 선수의 성적이 비슷해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유한준과 테임즈가 3할을 훌쩍 넘기는 타율과 4할을 훌쩍 넘기는 출루율을 기록하며 모든 지표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나바로의 타율과 출루율은 .224/.361에 불과하다. 3~4월 타율 0.224에 홈런은 무려 11개. 22안타 중 정확히 절반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보냈다. 2할 5푼도 안되는 타율에 40홈런을 뽑아내던 MLB의 전형적인 ‘공갈포’ 애덤 던을 연상케 하는 기록. 김성근, 류중일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출루왕’ 4번타자 김태균과 ‘홈런왕’ 1번타자 나바로는 수많은 이야기거리를 양산하며 리그의 재미를 높여주고 있다.
위의 셋만큼은 아니지만, 윤석민, 강민호, 브라운도 대단한 장타력 Tool을 보여주고 있다. 강민호는 연일 장타를 쏟아내며 골든글러브를 되찾아올 기세고, 윤석민은 정확성뿐 아니라 장타력도 불을 뿜어내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예고하고 있다. SK의 브라운은 초반의 부진을 딛고 홈런왕 경쟁 대열에 끼어들었다. 10명의 외인타자들 중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장타력을 보인 타자다운 활약. 어느새 SK팬들은 스캇의 악몽을 잊고 브라운의 활약에 열광하고 있다.
강정호의 장타 공백, 내가 메운다! 유한준의 무한 장타쇼! [사진: 넥센 히어로즈 ]
주력
주력 Tool에서는 지난 시즌 신인왕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2년차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삼성의 박해민과 NC의 박민우는 이대형, 김주찬, 이용규, 정근우 등 기존의 도루왕 경쟁 틀을 깨고 도루왕 경쟁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대부분의 2년차 선수들이 걱정하는 ‘2년차 징크스’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
특히 박해민은 15도루를 성공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도루자를 기록하지 않으며 도루성공률 100%를 기록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시즌 83도루 페이스. KBO 한 시즌 최다도루 기록인 이종범의 84도루에 근접하는 수치다. 물론 지금과 같은 엄청난 스피드를 시즌 내내 보여주기란 쉽지 않겠지만, 3~4월의 박해민은 그야말로 베이스를 훔치기 위해 태어난 듯한 모습이기에 기대감을 품어볼 만하다.
2년차 징크스가 뭐죠? 먹는건가요? [사진: 삼성 라이온즈]
이외에도 김상수가 나날이 빨라지는 발을 앞세워 박해민과 함께 삼성의 ‘발야구’를 주도하고 있고, kt 이대형은 여전한 발을 과시하며 도루, 출루당도루 부문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한화의 이용규는 도루 성공률 87.5%로 박해민을 제외하면 가장 효율적인 도루 능력을 보여줬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박해민, 박민우 등이 대표하는 신(新), 이용규, 이대형 등이 대표하는 구(舊) 준족들의 도루왕 대결. 젊음과 패기를 앞세운 새로운 준족들과 연륜과 경험을 앞세운 기존 준족들의 대결은 시즌 내내 지켜볼만한 부분이다.
계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