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새 외국인 타자, 제이크 폭스 정밀 분석
지난 5월 15일, 한화 이글스는 나이저 모건(Nyjer Morgan, 35)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제이크 폭스(Jake Fox, 33)를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총액 12만 달러로, 총액 70만 달러를 받은 모건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금액. 상당히 적은 금액을 받고 한국행을 결정하면서, 한국 무대 데뷔 전부터 ‘생계형 용병’ 등의 별명을 얻고 있다.
'파워'만은 확실한 제이크 폭스, 그는 한화가 원하는 대로 KBO의 슈퍼파워가 될 수 있을까?
[사진 출처=마이너리그 홈페이지(www.milb.com)]
과연 제이크 폭스는 어떤 선수이며, 어떤 특징을 가진 선수일까? 미국에서의 성적을 기준으로 다각도에서 폭스를 분석해 보도록 하자.
1. 나이와 체격
제이크 폭스는 1982년 7월 20일 생, 만 32세다. 한화와 두산을 제외한 8개 구단 외국인 타자들의 평균 연령 30.3세보다는 다소 많은 나이로, LG 트윈스의 잭 한나한(만35세)에 이어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 최근 삼성의 나바로, NC의 테임즈 등 젊은 외국인 타자들이 활약하면서 젊은 외국인 타자들을 찾는 팀이 많아졌는데, 한화는 모건(35세)에 이어 또 한 번 노장에 가까운 선수를 선택했다. 물론 시즌 도중 젊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32세의 나이에 잠재력을 폭발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이글스로서는 다소 아쉬운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제이크 폭스는 184cm/100kg의 체격을 갖추고 있다. 한화와 두산을 제외한 8개 구단 외국인 타자들의 평균 신장(186.9cm)보다는 작은 신장이지만 KIA의 브렛 필(102kg)에 이어 두 번째로 육중한 선수다. 180cm/80kg의 모건에 비해 크고 단단한 체격. 단순히 체격만 본다면 2011시즌 한화에서 활약했던 카림 가르시아(182cm/100kg)을 연상케 한다. 아직 가르시아의 맹활약을 잊지 못하는 한화 팬들은 그가 ‘우타 가르시아’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2. 메이저리그 경험
폭스는 메이저리그에서 4시즌을 뛰며 193경기에 출장했다. 8개 구단 외국인 타자 중 한나한(614경기), 마르테(307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2007시즌 MLB에 데뷔해 7경기를 소화했고, 2009~2010시즌에는 각각 82경기, 77경기에 나서며 많은 기회를 얻었다. 2011시즌에도 기회를 얻었지만 27경기 출장에 그쳤고, 이후에는 MLB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트리플A와 더블A를 전전했다. 올 시즌에는 더블A에서만 뛰며 트리플A의 부름조차 받지 못했고, 긴 마이너리그 생활에 지친 폭스는 결국 한국행을 결심하게 됐다.
3. 타격 능력
폭스의 마이너리그 타율은 0.289. 이는 테임즈(0.305)에 이어 8개 구단 외국인 타자 중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더블A와 트리플A에서 모두 0.289의 타율로 나름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브라운(0.286), 스나이더(0.285), 아두치(0.285), 필(0.285) 등과 차이가 크지 않기에 뛰어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그의 타격 능력은 나쁘지 않다.
삼진율 역시 나쁜 편은 아니다. 마이너리그 통산 삼진율 20.1%. 한국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테임즈(23.5%), 브라운(25.3%)보다 낮은 삼진율을 기록했다. 시즌별로 분석해봐도, 2013시즌 트리플A에서 32.4%의 삼진율을 기록한 것 외에는 대부분 20% 언저리로 큰 차이가 없다.
메이저리그에서의 모습도 다른 외국인 타자들과 비교해 준수한 편이다. 메이저리그 타율 0.237로 테임즈(0.250) 다음으로 높은 타율. 마이너리그에서보다 삼진율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지만, 이 역시 테임즈(27.6%), 브라운(30.8%)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치다.
결론적으로, 폭스의 타격 능력은 다른 외국인 타자들과 비교해 준수한 편이다. 물론 한국 무대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기록 상으로는 NC의 테임즈, SK의 브라운의 그것 보다는 좋다고 볼 수 있겠다.
4. 선구 능력
폭스의 타격 능력은 준수한 편이지만, 선구안은 최악에 가깝다. 마이너리그 통산 IsoD가 0.067로 필(0.047)에 이어 KBO 외국인 타자 중 두 번째로 낮다. 필을 제외한 모든 외국인 타자들이 마이너리그 통산 IsoD가 0.070을 넘어선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수치다. 테임즈(0.078), 브라운(0.084) 등 주요 외국인 타자들에 비해 공을 보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볼넷/삼진 비율도 상당히 낮다. 볼넷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삼진을 기록하며 마이너리그 통산 볼넷/삼진 비율이 0.403에 불과하다. 이는 스나이더(0.363)에 이어 KBO 외국인 타자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치. 테임즈(0.484), 브라운(0.498)에 비해서도 삼진/볼넷 비율이 현격히 떨어진다. 1위인 한나한(0.617)과는 더욱 큰 차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마찬가지로 최악의 선구안 능력을 보였다. IsoD는 0.051에 불과하고, 볼넷에 비해 거의 4배 가까운 삼진을 당했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 기록을 종합해 봤을 때, 폭스는 참을성이 좋은 타자라고 보기는 힘들다. 좋게 말한다면 적극적인 타자라고 할 수 있지만, 나쁘게 말한다면 유인구에 쉽게 당하는 타자라는 뜻. 특히 변화구 대처에 문제점이 있다는 평이 있는 만큼, KBO 투수들의 집요한 유인구에 이겨내지 못할 확률이 높다.
5. 장타력
비록 폭스의 선구안은 낙제점 수준이지만, 그의 장타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폭스는 마이너리그에서 무려 0.235의 IsoP를 기록했다. 이는 브라운(0.235)과 같은 수치로, 외국인 타자들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더블A, 트리플A에서 모두 0.200을 훌쩍 넘기는 IsoP를 기록하며 강력한 파워를 과시했다. 한화에서 퇴출당한 모건(0.073)의 IsoP와 비교하면 더욱 엄청난 장타력이다.
타수당 홈런 수치도 굉장하다. 마이너리그에서 18.9타수당 1홈런을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들 중 가장 높은 수치로, KBO에서 강한 장타력을 보여주고 있는 브라운(19.4타수당 1홈런), 마르테(22.9타수당 1홈런), 테임즈(28.1타수당 1홈런)보다도 뛰어난 장타력을 선보였다. 2008시즌에는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31홈런을 기록한바 있고, 최근인 2014시즌에도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무려 38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겼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그의 장타력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IsoP 0.188, 24.5타수당 1홈런을 기록했다. IsoP는 외국인 타자들 중 가장 높은 수치이며, 타수당홈런 부문에서도 브라운(23.4타수당 1홈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2009시즌에는 메이저리그에서 82경기를 뛰며 11홈런,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브라운, 테임즈, 필 등 미국에서 뛰어난 장타력을 과시한 타자들은 대부분 KBO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려주고 있다. 폭스 역시 파워만큼은 이들에 전혀 뒤지지 않기에, 한국 무대에서도 시원한 홈런포를 기대해볼 만하다.
6. 주력
폭스와 같은 거포형 타자들이 으레 그렇듯, 폭스 역시 스피드와는 거리가 멀다. 마이너리그 통산 954경기에서 29도루, 10도루실패를 기록했다. 32.9경기당 1도루로, 시즌 3~4개 정도의 도루를 기대할 만한 주력. 마이너리그 532경기에서 236도루를 기록한 모건, 902경기에서 188도루를 기록한 아두치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스피드다. 폭스는 도루를 시도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7. 수비력
폭스는 포수, 1루수, 3루수, 좌익수, 우익수 등 많은 포지션을 경험한 선수다. 언뜻 들으면 좋은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폭스가 많은 포지션을 경험한 것은 그가 다재다능해서가 아니라, 어떤 포지션에서도 좋은 수비력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폭스는 원래 포수 출신이다. 데뷔 시즌인 2005시즌부터 마이너리그에서 포수로 뛰었다. 하지만 불과 2시즌만에 포수로서의 수비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이후 1루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하지만 이후에도 수비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폭스는 3루수에 이어 좌익수, 우익수 등 코너 외야수로도 뛰며 본의 아니게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버렸다.
레인지 팩터를 보면 그의 아쉬운 수비력이 더욱 눈에 띈다. 그나마 포수와 1루수로는 어느 정도의 수비력을 보여줬지만, 외야 포지션에서 그의 수비력은 상당히 부족한 편이다. 현재 한화가 필요로 하는 포지션은 1루수나 3루수보다는 외야 포지션의 선수인데, 수비 범위가 넓지 않은 폭스가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넓은 외야를 커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강한 어깨로 주자를 저격할 능력이 되는 것도 아니다. 폭스는 마이너리그에서 외야수로 147경기를 뛰며 보살 11개에 그쳤다. 여러모로 수비력으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요약 – 한화의 기대는 슈퍼파워! 최악의 선구안과 애매한 포지션은 물음표?
제이크 폭스는 나이저 모건처럼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가진 선수도 아니고, 잭 한나한처럼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는 확실한 하나의 ‘툴’을 지니고 있다. 막강한 파워가 바로 그것. 시즌 도중 좋은 외국인 타자를 데려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화는 폭스의 파워를 눈여겨봤고, 확실한 툴을 지닌 그를 선택했다.
그는 분명 타격 면에서 좋은 활약을 기대할 만한 타자다. 적어도 기록 상으로는 준수한 정확성을 지니고 있고, 장타력은 외국인 타자 중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에서의 장타력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유지한다면, 남은 시즌 동안 충분히 20홈런 이상을 때려낼 능력이 있다. 그의 장타력은 현재 팀홈런, 팀장타율 7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 타선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선구안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그는 미국에서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주목받는 입장에서 플레이해야 한다. 즉, 미국에 비해 상당히 더 많은 견제를 당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한화를 상대하는 팀들은 폭스가 강/약점을 보이는 코스와 구질을 빠른 시간 내에 분석해낼 것이다. 선구안이 좋은 타자의 경우 이러한 견제를 이겨낼 가능성이 높지만, 폭스와 같이 선구능력이 떨어지는 타자의 경우에는 견제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또 다른 문제는 그의 애매한 포지션. 현재 한화에게 가장 절실한 자원은 수비 능력을 갖춘 외야수이지만, 기록 상 폭스의 외야 수비력은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보여진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넓은 외야와 수비력을 중요시하는 김성근 감독의 특성을 생각하면, 그가 주전 외야수로 활약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1루수에는 김태균, 3루수에는 김회성, 주현상 등이 경쟁하고 있기에 내야수 자리도 마땅치 않은 상황. 결국 그의 포지션은 지명타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가 지명타자 자리를 독차지할 경우, 김성근 감독 특유의 유연한 타선 운영이 힘들어진다는 것.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수비도, 타격도 안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한화의 기대대로 ‘우타 가르시아’가 될지, ‘수비도 못하는 모건’이 될지, 그 결과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