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공백은 없다, 정우람의 화려한 복귀
2015-05-20 수,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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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그의 복귀에 힘입어 올시즌 SK는 다시금 비상을 노리고 있다. (사진 : SK 와이번스)
리그 최고의 중간계투를 뽑으라면 누굴 떠올릴 수 있을까. 통산 홀드 1위(148) 기록의 주인공인 안지만을 떠올릴 사람도 있을 것이고, 3번의 수술을 거치고 돌아와 LG 마운드와 팬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이동현이나 불과 3년차지만 리그 정상급의 불펜투수로 성장한 조상우를 생각할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그 누구라도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선수가 있으니, 바로 2004년 데뷔 이후 2005시즌부터 평균 65경기 이상을 등판하며 SK 불펜의 핵심 역할을 했던 정우람이다. 물론 정우람이 중간계투에서만 잘했던 것은 아니다. 병역의무 이행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2년에는 30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로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아쉽게도 2013, 2014시즌은 병역 때문에 그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다시 돌아온 2015년 그는 여전히 굳건한 모습으로 SK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SK 김용희 감독은 복귀 첫 시즌을 맞은 정우람에게 무리를 시키지 않겠다며, 마무리 보직을 윤길현에게 넘기고 정우람에게는 셋업맨 역할을 내주었다. 그러나 정우람의 현재 기록을 보면 리그의 웬만한 마무리들보다도 훨씬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모든 스탯은 KBO 공식사이트와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케이비리포트)를 참고하였으며, 5월 20일까지의 기록이다.)
정우람은 전체 구원투수들 가운데서 WAR 3위(1.04)를 기록하고 있는데, 3번의 선발등판이 있었던 심수창을 제외한다면 이는 장시환(1.27) 다음으로 좋다. 장시환이 던진 이닝(35.1이닝)의 60% 정도(20.1이닝)만을 던지면서도 이 정도의 WAR을 기록한 것이다.
또한 20.1이닝 동안 32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삼진 비율 41%는 리그 불펜투수 가운데서도 최고의 성적이다. 올 시즌 초반 포크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한화의 윤규진이 35.3%의 삼진 비율을 보인 것을 보면, 정우람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
(9이닝 기준 14.16개)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 20.1이닝 동안 볼넷 11개(고의사구 2개 포함)를 내준 것이다. 그러나 정우람은 극단적으로 낮은 피장타율 덕분에 이런 약점을 상쇄했다. 정우람이 올 시즌 지금까지 내준 피장타는 2루타 2개에 불과하다. 그래서 평균자책점 2.29을 기록하면서도 동시에 그보다 더 낮은 FIP를 기록할 수 있었다. (1.71)
무려 14.16, 9이닝을 기준으로한 정우람의 탈삼진율이다. (사진 : SK 와이번스)
상대를 가리지 않고 강한 것도 정우람의 장점. 정우람은 올 시즌 21경기에 등판해 18경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실점했던 경기 중 2경기도 1점으로 막았고, 그나마도 하나는 후속 투수의 승계주자실점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유일하게 무너졌던 경기는 4월 15일 넥센전이었는데, 이때 앞서 언급한 정우람의 피장타 2개가 나왔다. 즉 나머지 20경기에서는 정우람에게 장타를 뽑아내는 타자를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원정 경기에서는 12경기에서 11.2이닝 동안 피안타 0(!), 3볼넷 21탈삼진(!!)의 경이로운 스탯을 찍고 있다. 시즌이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도 이는 대단한 부분.
SK의 8회를 깔끔하게 책임지는 정우람 덕분에 다른 불펜투수들도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마무리 윤길현은 11세이브/1블론을 기록하고 있는데, 상대 타선의 좌타자 배치에 따라 정우람이 8회 2사 내지는 9회 1사까지를 책임지기 때문에 윤길현 또한 안심하고 등판할 수 있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승리조에 배치된 문광은 역시 마찬가지. 물론 문광은의 성적은 (17경기 7홀드 1.69, 16이닝 3볼넷 16탈삼진) 그 자신의 뛰어난 구위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뒤에서 정우람이 승계주자들을 처리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기록하진 못했을 것이다. 문광은이 남겨놓고 내려간 주자 8명 중 정우람이 들여보낸 주자는 단 1명뿐. 그리고 정우람은 올 시즌 자신이 물려받은 승계주자 18명 중 17명을 홈을 밟지 못하게 저지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올 시즌 ‘3연투는 없다’ 고 공언하며 철저히 불펜투수를 관리해줬던 SK 김용희 감독이지만, 5월 8~10일 경기 전유수의 3연투에 이어 5월 14~16일 정우람 역시 3번의 경기에 연이어 등판했다. 이는 불펜 보호와 승부처에서의 뛰어난 투수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첫걸음으로 보인다. 정우람의 뛰어난 연투능력은 이미 SK의 왕조 시절 증명된 바 있고, 그 자신도 자주 나와야 더 감각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기도 하다. 4월 동안 끌어올린 정우람의 실전감각에 연투 가능이라는 옵션이 붙는다면 이는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격이 될 것이다. 3년 만에 다시 한국시리즈에 도전하는 비룡군단의 핵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정우람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