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자유게시판 폐쇄, '정운찬식' 소통법?
지난 2월 19일 KBO(한국야구위원회)는 게시판 'NOTICE'에 23번째 게시물로 'KBO 홈페이지 게시판 개편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를 올렸다. '자유게시판'과 'Q&A 게시판'을 폐쇄하고 '자주하는 질문'을 확대 개편한다는 내용이었다.
공지가 예고한 바와 같이 26일부로 KBO에서 '자유게시판'과 'Q&A 게시판'은 폐쇄되어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KBO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팬들의 목소리가 직접 노출되는 공간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KBO의 자유게시판은 한국 프로야구팬들의 목소리가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매우 소중한 소통의 장이었다. KBO리그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행태에 대한 팬들의 항의가 집중되는 공간이기도 했다.
▲ KBO의 자유게시판 폐쇄 공지(출처: KBO 공식 홈페이지 캡처) |
ⓒ KBO |
경기 도중 KBO 심판위원의 오심을 비롯해 비디오 판독 오류, 잘못을 저지른 선수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그리고 구단 고위관계자의 심판위원에 대한 매수에 대한 KBO의 미온적 태도에 대한 비판은 KBO 자유게시판에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국내 타 프로 스포츠가 부러워하는, 야구팬들의 KBO리그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열정은 자유게시판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대한민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이다 보니 다소 과격한 일부 팬들의 게시물도 없지 않았다. 그것이 문제라면 게시판 운영 규칙을 분명히 공지해 이를 위반하는 게시물을 엄격히 관리하는 수준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자유게시판을 전면 폐쇄해 새로운 게시물을 올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오랜 기간 축적된 과거의 게시물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든 것은 그 저의가 미심쩍을 수밖에 없다.
▲ KBO 정운찬 총재 |
ⓒ KBO |
시선은 정운찬 신임 KBO 총재로 향한다. 신년 벽두인 1월 3일 정운찬 총재의 취임으로부터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가운데 자유게시판 폐쇄가 단행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온 국민의 시선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쏠린 가운데 KBO리그의 비시즌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일방적 폐쇄로 인해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
전임 구본능 총재 시절 KBO를 향한 가장 큰 비판 중 하나는 전술한 바와 같이 선수 및 구단의 잘못에 대한 KBO의 소극적 징계였다. 정운찬 총재도 이를 인지한 듯 취임 초기 '클린 베이스볼'을 강조하며 "지난해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냉정히 돌아보고, 상벌제도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개선해 시행"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정운찬 총재는 '클린 베이스볼'의 구체적 실천 방안을 발표하기도 전에 야구팬들의 입부터 틀어막는 불합리한 처사에 나섰다. 자유게시판 폐쇄는 적폐를 청산하고 소통을 강조하는 최근 한국 사회의 바람직한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조치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KBO가 자유게시판을 폐쇄한 것은 정운찬 총재의 '클린 베이스볼'의 후퇴 또는 포기를 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자유게시판의 일방적 폐쇄를 알리는 공지의 하단에는 '언제나 야구팬들과 함께'라는 뜻의 KBO의 캐치프레이즈 'always B with you'가 자리하고 있다. 소통이 아닌 불통을 택한 KBO의 처사와는 앞뒤가 맞지 않는 문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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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글: 이용선 /감수: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기록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