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김하성, 유격수 ‘평화왕’ 과 신인왕 정조준
2015-06-10 수,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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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사진 : 넥센 히어로즈)
작년 넥센 히어로즈의 주전 유격수였던 강정호가 .356 40홈런 117타점이라는 MVP급 성적을 낸 후 ‘해적’ 의 일원이 되어 메이저리그로 떠나자, 많은 이들이 그 공백을 걱정했다. 박병호와 함께 중심타선을 형성하며 수많은 경기에서 불을 뿜은 공격력과, 리그 최상급으로 손꼽히던 유격수 수비력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아직까지는 접어두어도 좋을 듯 하다. 고졸 2년차 김하성이 그 빈 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 나온 모든 스탯은 KBO와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을 참고하였으며, 6월 13일까지의 성적이다.)
김하성은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넥센이 2차 3라운드, 전체 29순위로 지명한 선수. 야탑고에서 1년 후배인 유격수 박효준(뉴욕 양키스)과 키스톤 콤비를 형성했고,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의외로 지명 순위는 예상보다 뒤쪽이었다. 지명 당해 김하성은 60경기에 주로 대주자와 대수비로 나서며 1군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팀의 주전 유격수였던 강정호가 MLB에 진출하자 본격적으로 후계자로 떠올랐다. 비시즌 훈련 기간 중 염경엽 감독은 윤석민과 김하성의 공존 체제로 강정호의 자리를 채우려 했지만, 결국 윤석민의 수비력 향상이 더딘 관계로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진 : 넥센 히어로즈)
김하성의 최대 장점은 타격이다. 175cm/76kg 라는 프로선수치곤 왜소한 체구에 비해 힘이 좋고 배트 컨트롤이 뛰어나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양산해낸다. 프로에서의 장타력에는 물음표가 달렸으나 이번 시즌 59경기에서 10홈런을 때려내며 그러한 의문을 불식시키고 있다.
김하성은 올 10월 17일이면 만 20세가 되는데, 만 10대 타자로서 두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것은 김재현(94년, 21홈런)-이승엽(95년, 13홈런)-김태균(01년, 20홈런)-최정(06년, 12홈런)-안치홍(09년, 14홈런)에 이어 6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김재현-이승엽-김태균이 모두 레전드급 타자로 성장했고, SK 최정 역시 팀의 간판스타이며 KIA 안치홍 또한 팀의 현재이자 미래로 기대받고 있는 선수라는 점을 보면, 김하성 역시 앞으로 팀의 중심 자원으로 성장할 것을 기대할 수 있겠다.
김하성은 현재 .298 .371 .540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강정호의 풀타임 2년차 성적인 2009년 .286 .349 .508 을 상회하는 성적이다. 또한 현재 김하성이 기록하고 있는 WAR 2.55는 리그 8위로, 삼성의 최형우 (2.44) 한화 이용규(2.08) 등보다도 높다. OPS .911은 규정타석을 채운 유격수 중 단연 1위.
강정호의 뒤를 이어 유력한 골든글러브 수상자로 손꼽혔던 김상수와 오지환은 각각 .278 .338. 398과 .244 .357 .373으로 공격력에서 김하성보다는 아쉬운 성적을 내고 있다. 그나마 두산의 김재호가 .309 .394 .418로 준수한 타격을 보여주고 있으나, 홈런이 단 하나라는 점이 걸린다. 현재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역시 노리지 못할 자리가 아니다.
(사진 : 넥센 히어로즈)
주루 역시 나무랄 데가 없다. 10도루/2실패로 아주 많은 도루는 아니지만 센스 있는 주자임을 입증해냈다. 풀타임 첫 시즌을 치르는 탓에 선구안이 아직 아쉽고 기복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3-4월 타율 .326 8볼넷 25삼진 / 5월 타율 .221 10볼넷 24삼진) 6월 들어서는 공을 많이 지켜보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임시 1번 타자로서의 임무도 잘 수행하는 것을 넘어서
중심타선 못지않은 파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6월 현재 0.396/0.491/0.750 4홈런 11타점)
물론 김하성의 발목을 잡는 부분도 있다. 바로 수비. 기본적인 수비력은 수위급이지만, 체력 부담이나 집중력 등의 문제로 쉬운 플라이 타구를 놓치는 등 실수를 연발하고 있다. 하지만 LG 오지환이 풀타임 첫 해 27실책을 저지르면서도 몇 년 후 결국 정상급 수비수로 자리잡은 것을 보면, 김하성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시간과 인내심인 것으로 보인다.
우연인지, 혹은 철저히 의도된 계산인지 모르겠지만 김하성은 작년 59타석에 들어섰다. 신인왕 자격이 인정되는 ‘5년, 60타석 이내’ 라는 조건을 넘지 않은 것이다. 현재 성적대로라면 신인왕 역시 노려볼 만하다. 현재 최대 경쟁자는 삼성의 구자욱이다. 구자욱 역시 1루와 외야를 오가며 58경기에서 .287 .357 .494, 7홈런 25타점 9도루 WAR 0.70으로 호성적을 내고 있다. 그러나 1루수 혹은 외야수 / 유격수라는 포지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성적이 비슷하다면 기자들은 김하성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
한국프로야구 시절 강정호의 별명은 ‘평화왕’ 이었다. 논쟁으로 가릴 것도 없이 모두가 1등 선수로 인정한다는 의미였다. 넥센 팬들 사이에서 현재 김하성의 별명은 강정호의 후계자라는 점을 반영하는 ‘평화왕자’ 다. 김하성의 도전은 어디까지일지, 그리고 강정호가 차지하고 있던 유격수 계보의 왕좌에 앉을 수 있을지 모두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