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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 BUZZ
 STAT 리포트

홍성흔, 오른손이의 으뜸이 되다!

2015-06-13 토, 02:24 By KBReport

미스터 올스타 홍성흔, 모든 오른손잡이들을 따돌리다.
 


(우타자 최초 2000안타 고지에 오른 홍성흔. 사진:두산베어스)

많은 부모들이 왼손을 주로 쓰는 아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시키곤 한다. 인구의 85~90%가량이 오른손잡이라는 세상에서, 왼손잡이들은 남들과는 다른 특이한 사람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개중에는 자신의 특이성을 인정하지 못하고 스스로 보편적인 사람으로 변화를 꿈꾼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타인의 강요에 의해서 자신의 주된 손을 오른손으로 바꾼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특이점을 쉽게 용납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뿐인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왼손잡이들은 성장해가면서 주로 오른손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야구에서는 정반대다. 오른손잡이들은 1루와 가까운 좌타자가 되기를 꿈꾼다.(MLB에서 좌타자의 점유율은 대략 30%정도) 타이 콥은 1루 베이스에 조금이라도 가깝게 시작하기 위해 좌타자가 됐다, 오른손잡이가 넘치는 투수들로부터 조금이라도 공을 더 잘 치려는 간절함도 한 몫을 했다.(리키 헨더슨처럼 좌투우타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선수도 존재하지만, 이런 선수는 흔치 않다.) 

하지만 그런 야구적 흐름에는 반하면서, 천성 그대로, 고집스럽게 오른손잡이로 남은 타자들 역시 존재한다. 그리고 KBO에서 좌타자들이 최다안타 기록을 독식하고 있을 때, 홀연히 도전장을 던진 자가 있으니 그가 바로 홍성흔이다.  

MLB에서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총 28명.(A-로드 6월 12일 기준 2992안타)이 중 좌타자는 12명이다. 스위치 히터 2명(피트 로즈, 에디 머레이)을 제외하면 우타자가 14명으로 조금 더 많다. 그러나 상위 10명은 좌타자가 5명으로 4명인 우타자 보다 많다.(최다안타 1위 피트 로즈는 스위치 히터) 

타율은 어떨까? MLB 역대 타율 10위권을 살펴보면, 이 중 우타자는 단 3명뿐이 없다. 1위인 타이 콥(AVG 0.367)을 포함해서 나머지 7명은 모두 좌타자이다. 우타자 3명 중 에드 델라한티(AVG 0.346)는 1888년(조선, 러시사와 육로통상조약 체결)에 데뷔해 1903년(보스턴 제 1회 월드시리즈 우승)에 은퇴한 20세기 선수이다

KBO는 어떨까? 현재 3할 이상의 타율로 은퇴한 선수(3000타수 이상)를 꼽으면 장효조(AVG 0.331), 양준혁(0.316), 데이비스(0.313), 김동주(0.309)로 총 4명이다. 이 중 우타자는 김동주 뿐이다. KBO 현역으로 확대해 보아도, 김현수(0.317), 이승엽(0.302), 최형우(0.303), 박용택(0.301), 이진영(0.304), 5명이 좌타자이고, 우타자는 김태균(0.320)과 이택근(0.304), 홍성흔(0.302), 총 3명뿐이다. (정근우 0.298 6/12일 기준.)

MLB와 다르게 최다 안타 기록에서 좌타 편향 비율이 더욱 심하다. 2000안타 달성자는 총 4명. (양준혁, 장성호, 이병규, 전준호) 이 4명은 모두 좌타자였다. 여기에 홍성흔은 역대 5번째 2000안타 달성과 우타자 최초 2000안타 달성을 노린다. 

199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홍성흔은 OB 베어스에 1차 지명으로 입단, 그 해에 역대 포수 2번째로 신인왕을 수상한다.(90년 김동수-99년 홍성흔-10년 양의지) 2001년 ‘20-20’ 포수 박경완을 제치고 생애 처음으로 포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한 이후, 2004년 최다 안타 1위 타이틀을 획득하며 다시 한번 홈런왕 박경완을 제치고, 2번째 포수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만수, 박경완의 뒤를 잇는 훌륭한 공격형 포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2008년 블래스 신드롬(원인 불명으로, 제구가 되질 않거나, 송구가 자꾸 엉뚱한 곳으로 향하는 현상.)과 부상의 이유로, 포수에서 지명타자로 전향을 한다.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 이 후 오히려 홍성흔의 타격 재능은 더욱 꽃을 폈다. 

수비의 부담이 사라진 홍성흔의 타격은 실로 굉장했다. 2009년 홍성흔 개인 커리어 최초로 ‘3-4-5’시즌을 만들어 냈고, 시즌 마지막까지 박용택과 치열한 타격왕 경쟁을 펼쳤다.(홍성흔 AVG 0.371 박용택 AVG 0.372) 홍성흔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지명타자 부문에서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며 개인 6번째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는 영예를 얻기도 했다. 

홍성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올스타전. 홍성흔은 2015년을 제외하고 총 16시즌에서 12번 올스타에 선정돼서 올스타전에 나섰다. 그 중 2006년과 2010년 올스타전 MVP에 선정되며 33번의 올스타 전에서, 단 4명뿐이 나오지 않은 2회 미스터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다.(82년, 84년 김용희/98년, 99년 박정태/05년 08년 이대호/06년 10년 홍성흔)그리고 유일하게 각각 다른 구단에서 미스터 올스타로 뽑힌 최초의 선수가 됐다.(김용희, 박정태, 이대호는 모두 롯데. 홍성흔은 2006년 두산, 2010년 롯데에서 각각 미스터 올스타로 뽑혔다.)

홍성흔의 야구 인생은 화려했지만, 그림자는 그 화려함을 가릴 만큼 거대했다. 그의 뛰어난 타격은 언제나 가려져 있었다. 그의 순수한 실력보다는 외적인 요소에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집중했다.  잘생긴 외모에서부터 시작해서 퍼포먼스, 쇼맨쉽, 그리고 분위기 메이킹, 심지어 귀여운딸내미에 이르기까지. 

6번의 골든 글러브 수상에 주목하기 보다는 박경완의 골든 글러브를 뺏은 사람으로 기억에 남았으며,(홍성흔이 투표권을 행사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타격 실력을 제쳐두고, 그를 깎아 내리기 위해 많은 병살타에 주목하는 이들도 많았다.(홍성흔 통산 병살타 220개. KBO 최초 병살 200개 기록) 

또한 그의 포수로서의 수비력은 나쁘지 않았음에도(진갑용과 최기문을 밀어내고 주전포수로 자리잡았으며 국가대표 포수이기도 했다.) 언제나 타격이라는 의도치 않은 그림자에 가려졌다.

그러나 이제 홍성흔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장종훈, 이종범, 김동주 등 기라성 같은 역대 최고의 우타자들도 등정해보지 못한 2000안타 고지에 최초로 깃발을 꽂은 오른손이로 말이다. 

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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