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타이거즈는 다시 강팀이 될 수 있을까?
2015-07-10 금,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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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 KIA 타이거즈의 잔인한 7월
전문가들의 예상을 깬 개막 6연승은 시즌 초반 판도를 뒤흔들었다.
12년만의 개막 6연승을 거두며 멋진 스타트를 끊은 KIA가 7월 들어 삐걱거리고 있다. 7일(화)경기에서 넥센을 상대로 간신히 4연패를 끊었지만, 지난 주말 경기에서 리그 최하위 kt를 상대로 한 3연전에서 8득점을 하는 동안 투수진은 무려 31점을 내주면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였으며, 넥센과의 3연전에서도 빈곤한 득점력에 허덕이며 1승 2패로 열세를 보이고 말았다.
아직 KIA의 순위는 시즌 전 전문가들의 예상 순위보다는 높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KIA를 8~9위 후보로 꼽았지만, 시즌 반 이상의 경기를 치른 현재 KIA는 37승 42패로 .468의 승률을 기록, 7위를 달리고 있다. 8위 롯데와는 1.5경기 차이, 9위 LG와는 2경기 차이로 하위권에 멀지 않은 순위지만, 5위 한화와도 4.5경기 차이로 아직 가을 야구를 포기할 정도로 절망적인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7월 들어서 KIA는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9경기에서 2승 7패를 기록해,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35득점(경기당 평균 3.9득점), 74실점(경기당 평균 8.2실점)을 하며 내용면에서도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선발진을 지탱해주던 양현종과 스틴슨이 최근 경기 피칭 내용이 좋지 못한 것도 원인이지만, 가장 큰 원인은 득점력에 있다 할 수 있다.
▲ 자타공인 리그 최악의 공격력
팀에서 유일한 전경기 출장 선수인 필은 그야말로 '고군분투' 중이다.
올 시즌 현재 KIA의 득점력은 자타공인 리그 최하위권이다. 354득점은 SK(362) 다음으로 적은 득점이고, 팀타율 10위, 팀홈런 7위, 팀도루 6위, 출루율 10위, 장타율 10위, OPS 10위를 기록하면서 비율스탯은 리그 최악의 모습을, 누적 스탯도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팀 성적이 좋지 못하면 개인 성적이라도 뛰어나면 좋으련만, 개인 타격 순위에서 KIA 타자들의 이름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타율 30위 안에 오로지 브렛 필만이 15위(.321)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홈런 순위에서도 KIA 타자의 이름은 14번째(이범호 14개)에 이르러서야 겨우 발견할 수 있다. KIA 타자들의 이름을 빨리 발견하려면 KBReport.com의 개인기록 순위 정렬을 내림차순으로 정렬하면 빠르게 발견할 수 있다. 강한울이 .212의 타율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2번째로 좋지 못한 타율(최저타율 1위는 손시헌 .181)을 기록하고 있고, 이범호가 .233로 3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루 순위에서도 KIA 선수들의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두자릿수 이상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는 10개의 도루를 성공시킨 최용규가 유일하며, 그마저도 도루성공률이 66.7%에 그쳐 3번 시도 중 2번을 간신히 성공시키고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도루 1위 박민우가 75.6%, 2위 박해민 82.4%, 3위 김종호 86.7%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수준이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KIA 타자들은 ‘정교하지도 못하고’, ‘힘도 없으며’, ‘볼을 잘 골라내지도 못하는데다’, ‘다리도 느린’ 총체적인 난국이라 할 수 있다. 그나마 타선에 활력을 불어 넣던 김주찬은 또 다시 부상으로 주전 라인업에서 제외돼 방망이의 날카로움이 더욱 무뎌진 상태다.
▲ 잘 버텨주던 선발진, 한계 드러내다
MLB진출을 희망하는 양현종에게 여름은 반드시 극복해야할 숙제다.
6월까지 리그에서 4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4.50)을 기록하던 투수진도 7월 들어 망가지고 있다. 특히 6월까지 4.34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을 기록 중이던 선발진의 붕괴가 크다. 7월에 치른 9경기에서 6이닝 이상 소화한 KIA의 선발투수는 단 한명도 없고, 5이닝 이상으로 기준을 낮추면 임준혁(2회)과 박정수(1회), 스틴슨 3명에 불과하다. 믿었던 양현종은 어깨 피로 증상을 호소하며 kt 전에 2회도 채우지 못하고 내려왔고, 5월에 3.00 평균자책점을, 6월에 3.4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스틴슨도 7월에 치른 3차례 등판에서 7 2/3이닝 동안 12실점(11자책)하는 부진을 보였다.
쓸만한 선발투수들이 부상 등 컨디션 저하를 이유로 전열에 이탈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에이스 양현종이 대표적이며,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유창식, 날카로운 커브를 던지는 김진우, 부진에 빠진 험버 등이 로테이션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 때문에 KIA는 10개 구단 중 선발로 1차례 이상 등판한 투수를 가장 많이 보유한 팀(12명으로 1위, 2위는 10명을 선발등판시킨 NC)이 됐다. 스틴슨과 양현종 말고는 사실상 개막부터 지금까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은 투수가 전무한 셈이다.
불펜 또한 흔들리고 있다. 윤석민을 마무리로 쓰면서 마무리는 확실하게 강해졌지만, 시즌 초만 하더라도 든든한 셋업맨으로 성장해줄 것으로 믿었던 한승혁과 심동섭이 제구 난조로 2군을 들락거리고 있으며, 올해 역시도 리그 최고령 투수인 최영필이 ‘믿을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현실이다. 시즌 개막 전 깜짝 선물같던 윤석민이 마무리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KIA 불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간신히 리그 평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KIA에게 희망은 있을까?
퓨처스리그에서보다 1군 무대에서 빛을 발한 루키 박정수
이처럼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KIA이지만, 반전의 카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팀들이 외국인 선수를 잇달아 교체했음에도 KIA는 아직 단 한 명의 외국인 선수도 교체하지 않고 있다. 험버가 최악의 활약을 보이고 있음에도 발 빠르게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지 않은 점은 KIA 프런트가 비판받을 요소지만, 투수든 타자든 팀전력을 상승시켜줄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면, kt가 댄 블랙을 영입하면서 승률이 좋아진 것처럼, 팀 전체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KIA 구단의 문제는 공격력에만 있지 않다는 점에 있다. 앞서도 살펴봤듯이 양현종과 스틴슨을 제외하면 확실하게 믿고 맡길만한 선발투수가 아무도 없다는 것도 문제이며, 불펜진의 두께가 두텁지 못한 것 역시 약점이라 할 수 있다. 타자를 쓰자니 포지션이 뚜렷하지 못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포지션별 공격력 지표를 살펴보면, KIA에서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포지션은 유격수다. 역대 외국인 타자 중 유격수 포지션에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만족시킨 선수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수비 능력과 공격 능력을 골고루 갖춘 외국인 유격수를 선발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2루수 역시 마찬가지다. 나바로 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과거부터 수비 부담이 높은 포지션에서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뽑은 사례가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확률 낮은 도박이 될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수비 부담이 적은 1루수나 지명타자를 영입하자니, 1루수는 브렛 필이 굳건하게 지키고 있고, 지명타자는 나지완과 김주찬, 최희섭 등이 번갈아 기용되는 것이 수비력 향상 및 체력 안배 면에서도 효율적이다.
여기에 KIA에서는 여전히 나지완의 부활에 공격력 회복의 열쇠가 있음을 보고 있다. 비록 9일(목)경기에서 병살타 2개와 삼진 1개를 당하며 모처럼 1군 복귀전에서도 부진한 기록을 남겼지만, 병살타 2개 모두 방망이 중심에 맞은 비교적 강한 타구였으며 3번째 타석에서 좋은 스윙으로 라인드라이브성 안타를 만들어 부활의 조짐을 보인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10일 경기에서는 3타수 1안타 1볼넷 1삼진)
5월 28일 이후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최희섭은 언제쯤 복귀할 수 있을까?
김주찬이 빠른 시간 내에 정상적인 몸상태를 되찾고, 나지완과 이범호가 제 컨디션을 찾으며, 최희섭이 시즌 초의 모습을 회복하고 타선에 합류한다면 부진한 공격력은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계산이 선다. 다만, 100% 이뤄지기 어려운 이 가정들이 모두 좋은 쪽으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KIA의 득점력은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kt와 같이 외국인 타자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kt와 달리 외국인 선수 출전제한규정(3인 등록/2인 출전)에 따라 스틴슨이 등판하는 날에는 외국인 타자를 1명만 기용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운영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외국인 타자를 기용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김기태 감독은 남은 전반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천명했지만, 그 선언 이후에 승률이 더 나빠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게다가 신진급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경험 부족을 노출하고 있으며, 노장 선수들은 더위에 지쳐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승률 5할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위기의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이 어떤 용병술로 이 난국을 헤쳐나갈지 많은 팬들은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으로 KIA 덕아웃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KIA 타이거즈
신희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