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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구단별 아픈손가락(5편): 한화 송은범
2015-09-04 금,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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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송은범 사용설명서’는 실존하는가?
사람은 누구나 일한 만큼의 댓가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는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기대치에 걸맞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그 이상의 댓가를 받고 있다면, 대부분의 경우 세간의 비판이 쇄도하곤 한다.
올 시즌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선수가 있다. SK 유니폼을 입던 시절, 김성근 감독과의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SK 왕조의 주역이었던 그가, 이제는 갈 길 바쁜 팀의 발목을 붙잡는 투수가 되어버렸다. 바로 ‘먹튀’FA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화 이글스의 송은범이다.
(사진: SK 와이번스)
2003년 신인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게 된 송은범은 김성근 감독을 만나면서부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투구폼을 가진 강속구 투수로 SK 마운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07 시즌부터 2011 시즌까지 3점대 ERA를 기록했으며, 2010년에는 커리어하이라 할 수 있는 ERA 2.30(125이닝)을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사진: KIA 타이거즈)
그러나 KIA로 트레이드된 2013시즌, 송은범이 남긴 기록은 가히 재앙에 가까웠다. 1승 7패라는 처참한 성적과 함께 2012년 4.15였던 평균자책점이 7.35까지 치솟았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인 WAR 역시 –0.13을 기록하며 팀의 승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이듬해인 14 시즌에도 27경기 중 11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4승 8패를 기록했다. ERA 7.32( 수비무관 FIP 5.69)를 기록하며 13시즌의 악몽은 계속됐다.
그랬던 송은범이 세간의 예상과는 달리 총액 34억원 FA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다시 김성근 감독을 만나게 됐다. SK 시절 김성근 감독 휘하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던 송은범이기에,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는 높았다. 그러나 2013~14시즌의 세부 기록이 리그 평균치 이하였기 때문에 김성근 감독이라도 SK시절의 송은범을 부활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예상도 만만치 않았다.
2014시즌 선발의 한 축이던 영건 이태양의 부상 이탈로 한화의 선발진은 재구성이 불가피했다. 그렇기에 거액 FA 송은범의 활약은 한화 마운드의 안정을 위해 절실한 것이었다.
(사진: 한화 이글스)
그러나 스프링캠프부터 그 과정이 순탄치 못했다. 선수단 본진이었던 고치에서 첫날 근육통을 느낀 송은범은 오키나와의 재활캠프로 옮겨갔다가 1월 말에야 고치 캠프에 합류했다. 제대로 된 훈련을 늦게 시작한 만큼,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송은범은 올시즌에도 전성기 시절의 기록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24경기 중 14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4.2이닝을 소화했지만 2승 9패 1홀드 1세이브(1블론)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남기고 있다. 지난 2년간 7점대를 유지했던 ERA는 마침내 8.23까지 치솟으며 악몽의 시간은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송은범의 부진은 비단 개인의 문제로 끝날 일이 아니다. 와일드카드 쟁취를 위해 매경기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한화에게 거액을 투자한 송은범의 부진은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 시즌 14번의 선발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는 단 한차례도 없다. 1승이라도 더 거두기 위해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팀에게 송은범의 이른 강판과 높은 자책점은 투타 할 것 없이 커다란 부담이다. ( 물론 아주 가끔 좋은 투구에도 불구하고 빠른 타이밍에 교체된 경우도 있기도 했다.)
올 시즌 연패가 적지만 연승도 적은 한화는 지난 8월 13일 넥센전에서 5연승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그러나 이 날 선발로 등판했던 송은범이 1회부터 김민성에게 3점홈런을 허용하며 일찌감치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결국 이 날 송은범은 3이닝을 다 치우지 못하고 7피안타 1피홈런 5실점(4자책)만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팀이 패배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또한 한화의 4연승이 시작되기 직전 경기였던 8월 7일 LG전에서도 3과 3분의 1이닝 5피안타 2피홈런 1볼넷 4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패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 경기 중 한 경기라도 이겼다면 5연승이 달성되는 것이니, 이쯤 되면 연승 스토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선발투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는 김성근 감독이 ‘선발 송은범’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의문을 품고 있다. 김 감독과 재회하며 SK 시절의 위용을 되찾을 것이라 기대했던 이들도 송은범의 계속된 부진에 고개를 내젓고 있다. 2군행을 통해 수차례 조정 기간을 가졌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8/29 4.2이닝 4실점, 9/3 1.1이닝 3실점)
최근 3년간 송은범이 선발 등판했던 경기에서 팀 성적은 6승 22패로 승률이 고작 0.214에 불과하다. 그에게 여전한 믿음을 보이고 있는 김성근 감독은 송은범이 불펜 피칭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전 마운드에선 조급함때문에 제 풀에 무너지는 것이라며 부진의 원인을 심리적인 문제에서 찾았다. 하지만 그의 부담감을 부채질하는 것은 최악의 성적과 자신감을 상실한 피칭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 마운드에 세우는 벤치일지도 모른다.
(사진: 한화 이글스)
송은범은 2000년대 중후반 리그 정상급 우완으로 꼽히기도 했던 투수다. 지금 그에게 절실한 것은 부진에도 불구하고 보장된 선발 로테이션이 아니라 예전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는 충분한 훈련과 조정일지 모른다. 감독의 믿음과 꾸준한 기회 제공은 선수에게 자신감을 심어줄수도 있지만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선수에겐 악순환의 굴레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와일드카드 획득이라는 당면한 목표를 달성해야하는 구단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리그 선발 투수 중 최하급의 기록(WAR 0.14, FIP 6.07, RA9-WAR -0.79)을 남기고 있는 지금의 송은범에게 선발 마운드를 맡기는 것은 승리에 대한 확률을 스스로 낮추는 셈이다.
시즌 종료까지 22경기가 남은 상황, 한화와 김성근 감독이 송은범 기용에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와일드카드 쟁탈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
채정연 객원기자(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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