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시즌부터 리그를 10개 팀으로 치르게 되면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신설되었는데 상위 4강팀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세간의 이목은 와일드카드의 향방에 집중이 되어있다.
4위권 팀과 5위권 팀의 승차가 현재(9/22기준) 8.5경기차인 것을 감안하면 결국 누가 리그 5위를 결정짓느냐가 관건이 되겠다.
그렇다면 5위 SK(0.477), 6위 롯데(0.474), 7위 KIA(0.470), 8위 한화(0.463)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겠는데 비록 잔여경기가 10경기 이내지만 5위 SK와 8위 한화간의 승차가 불과 2경기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이겨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확률은 아주 적다. 다들 아시다시피 설사 5위가 되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고 하더라도 4위 팀은 1승 또는 1무승부 기록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만 5위 팀은 2승을 기록해야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하위권 팀들이 이렇게 와일드카드에 목을 매는 이유는 오로지 가을야구에 진출했다는 명분 때문이다. 그리고 정규리그가 끝나고 바로 치르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2차전이니만큼 총력전을 펼치면 2연승으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SK, 롯데, KIA. 한화 중에서 어느 팀이 와일드카드를 거머쥘 가능성이 높을까? 아니 어느 팀에게 와일드카드가 가장 절실할까?
실제로 와일드카드가 가장 절실한 팀은 8위 SK일 수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SK는 시즌 초 우승후보로 예상되었던 팀이고 15년만에 현장에 복귀해서 시즌 내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거둔 김용희 감독의 입장은 벼랑 끝에 선 입장이기 때문이다.
현장을 떠난 15년의 세월은 생각보다 길었다. (사진: SK 와이번스)
그 다음으로 와일드카드가 가장 절실한 팀은 한화라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시각이 아닐까? 그것은 시즌 초, 김성근 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기 때문인데, 사실 그 기대치란 한화팬들의 기대치였거나 김성근 감독 자신의 욕심(?)이었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화는 와일드카드도 잡기 힘들 전력으로 분류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롯데나 기아에게 와일드카드가 절실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두 팀 감독들의 입장을 본다면 앞서 거론한 두 팀의 감독들 보다야 다소 여유가 있지만 다른 감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천한 감독의 입지확보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와일드카드가 절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애당초 와일드카드도 잡기 힘들 전력으로 분류되었던 한화를 김성근 감독은 왜 그토록 팀을 모질게(?) 운영해왔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시즌에 앞서 김성근 감독도 4강에 들겠다거나 와일드카드라도 잡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 적이 없다. 단지 삼성과 같은 팀을 만나더라도 대등한 경기를 치르고, 한화팬들을 구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그런 야구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최소한 삼성과 같은 팀을 만나더라도 대등한 경기를 치르겠다는 약속은 이미 시즌 초반부터 지켰고, 이렇게 시즌이 끝나더라도 그 약속은 분명히 지켜진다.
그런데 그가 했던 또 다른 약속인 한화팬들을 구장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그런 야구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그가 한화팬들을 구장으로 다시 불러오기는 했지만, 팀 운영을 그렇게 했기 때문에 한화팬들이 돌아왔을까? 그렇게 ‘벼랑끝 야구’를 하지 않았더라면 팬들이 돌아오지 않았을까?
결국 2015 김성근 감독의 한화는 조삼모사’냐 아니면 ‘조사모삼’이냐는 선택이었는데 김성근 감독은 ‘조사모삼’를 선택했던 것이다.
(사진: 한화 이글스)
‘야신’이라 칭송 받던 그가 ‘내일이 없는 야구’라는 혹평을 감수하면서 ‘조사모삼’를 선택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하여 보았다. 첫째, 시즌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켜 세간의 이목을 집중하게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화팬들의 결집을 통해 매스컴의 집중조명을 받고자 했으며 둘째, 스스로는 물론이며 선수단 전체를 ‘불꽃’으로 승화(?)시켜 하루라도 빨리 한화(한국화약)라는 그룹 이미지에 부합하는 팀컬러를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를 바탕으로 한화 그룹의 수뇌부가 한화이글스에 더 많은 투자를 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김성근 감독이 놓친 것이 있다. 아침에 바나나를 3개만 먹은 원숭이는, 저녁이 가까워 오면 4개의 바나나를 모두 먹기 위해서 더 전투적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했으며, 동물원을 찾은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아침에는 원숭이들이 까먹는 바나나를 보며 재미있어했는데, 저녁에는 바나나의 공급이 줄어들어 원숭이들의 바나나 까먹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없게 되자 돌아서서 욕을 하며 다른 동물들의 우리를 기웃거리게 되는 현상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리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야구공은 둥글다.
남은 기간 5강을 다투는 팀들의 건투를 빈다.
이세환 객원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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