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2015년 넥센 불펜엔 무슨 일이 생겼나? (2편/완)
2015-10-05 월,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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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1편에 이어)
조상우, 김대우 선수의 문제는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겠죠. 너무 자주, 많이 던져서입니다.
조상우 선수는 개막 후 첫 3개월 동안 51이닝을 1.94의 ERA로 틀어막았습니다.
그리고 7월에 10점대 ERA로 무너졌죠.
김대우 선수는 구위와 체력이 충분한 첫 한 달은 잘 틀어막고, 구위와 체력이 떨어지는 그 다음 달은 ERA가 2배로 뛰면서 요양을 받고, 다시 회복된 다음달에 잘 던지지만 그 다음달에는역시 체력 과 구위 문제로 무너집니다.
필자는 이 두 선수가 특별히 자기관리가 부족하다거나, 건강이나 체력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두 선수는 3개월 단위로 보면 리그 내에서 순수하게 불펜으로만 출전한 투수들 사이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닝 소화력을 보여준 선수들입니다.
김영민 선수는 비교적 관리를 받으면서 꾸준한 내용을 보여주었지만, 대신 홈런허용률이 높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피홈런이 문제가 덜 되는, 선발투수나 롱릴리프였다면 김영민 선수의 약점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김영민 선수는 전반기 동안 팀의 8회를 전담하고, 조상우 선수의 뒤를 받쳐주는, 1점 게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불펜 서열 3번의 투수였습니다.
정리하자면 불펜야구의 유행을 선도했던 넥센 히어로즈가 2015년에는 별다른 재미를 못 보는 이유는 불펜투수들이 많이 던져서, 그리고 지쳐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불펜은 기본적으로 선발에 비해서 소모성이 심한 보직입니다. 넥센 히어로즈가 김병현, 이택근 선수를 영입하면서 순위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2012년이나,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2013년에 활동했던 불펜투수들 중에서 2015년 현재까지 1군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는 마무리 투수인 손승락 선수 하나 밖에 없습니다.
2014년까지는 새로운 투수들이 충원되는 속도가 소모되는 속도보다 더 빨랐기 때문에 그럭저럭 유지가 되었지만, 2015년에는 이 속도가 역전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상우, 김대우, 김영민 선수의 올 시즌 출장과 비교해볼 만한 선수가 한현희 선수라고 봅니다.
팀이 8연패에 빠졌던 13년 6월이나 조상우 선수가 이탈하고, 손승락 선수마저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14년 6월을 제외한다면 한현희 선수는 1이닝을 전담해서 등판하는, 전형적인 프라이머리 셋업맨처럼 기용되었습니다.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한 한현희 선수(사진: 넥센 히어로즈)
세부 등판내용을 보면 한현희 선수는 분명 2014년이나 2015년의 조상우 선수와 비교해서 분명 한 단계 떨어지는 내용입니다. 구위를 평가할 수 있는 요소인 삼진, 피홈런, 피장타율이든 제구를 평가할 수 있는 요소인 볼넷, 피출루율이든 한현희 선수는 조상우 선수보다 떨어지는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대략 올해 탈삼진 능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김대우 선수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2년 연속 홀드왕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8회 1이닝을 책임지고 9회 손승락 선수에게 이어준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필자는 조상우 선수가 한현희 선수보다 더 좋은 투구 내용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더 자주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팀패배에 직결되는 실점을 자주 하는 이유가 선수의 기량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감독과 스텝들이 선수가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의 목표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 번에 올라올 때마다 2이닝씩 소화하게 하고, 그리고 연투를 하게 하고, 팀 경기의 절반을 출전한다면 지칠수 밖에 없습니다.. 정말로 아주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이것은 당연한 상식이고 올시즌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선 투수들의 사례를 통해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6년간 팀의 붙박이 마무리로 활약한 손승락 선수도 그런 방법으로 기용되지 않았고, KBO 시절 역사적인 활약을 한 오승환 선수도 데뷔 시즌을 제외한다면 그런 식으로 등판하지 않았습니다.
김대우 선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연투가 없다고 해도 한번 등판할 때마다 2이닝, 3이닝씩 소화하면서 3주 만에 18이닝씩 소화하면 지치는 게 당연합니다.
염경엽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감독으로서 자신의 역할이 선수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무리한 기용으로 투수를 소모시키는 것이 과연 선수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지 의문스럽습니다.
지난 6년간 팀의 주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해온 손승락 선수 때문에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144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프로야구 정규시즌에서 불펜투수는 기본적으로 소모성이 심한 보직입니다.
한국보다 더 불펜투수들을 관리하고,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일본이나 미국에서도 강한 구위를 가진 필승조 투수들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마리아노 리베라처럼 압도적인 불펜투수로 롱런하는 경우는 예외에 가까운 케이스이고, 커리어 초반이나 젊은 시절에는 빼어난 구위를 보여주었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구위와 구속이 떨어지고 부상을 얻고, 수술과 재활을 거치면서 평범한 투수가 되거나 은퇴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요.
국내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고, 리그 최강 투수진의 엄호 아래에 관리를 받았던 오승환 선수도 수술과 재활 자체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2013년 이후로 팀의 불펜투수로 활동해온 투수들의 면모를 봐도 그렇습니다. 마무리 투수로 관리 받아온 손승락 선수를 제외한다면 시즌을 치르면서 누적된 이닝의 피로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넥센이 리빌딩을 끝내고 본격적인 가을야구에 도전한 2012년, 염감독이 부임한 2013년 이후로 불펜투수들이 부상, 수술, 구위 저하로 소모되고 있습니다. 당장 올 시즌 만해도 조상우, 김대우 선수가 한 달에 18이닝씩 소화하다가 극심한 기복을 보였습니다.
필자는 2016년에 넥센 히어로즈가 강한 선발진을 갖출 수 있을 것인지, 감독 및 스텝들이 그럴 능력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이전과 같이 불펜 투수의 투입을 아끼지 않는 지금의 방식을 계속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휴식일이 없어지고, 경기 일정이 많아지고, 베테랑 투수들의 기량이 떨어지면서 이제는 불펜 투수들이 소모되는 속도가 보충되는 속도보다 더 빨라졌으니까요.
(2015년 기록은 9/29 기준입니다.)
이건 지난 3년간 삼성 선발투수진에 대한 기록입니다. 올 시즌의 삼성은 리그의 유행을 벗어나서, 오히려 팀 고유의 색깔인 선발야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물론 이를 두고 80억 투수 윤성환을 필두로 원래 선발 자원이 많으니까 선발야구를 하는 게 아니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감독 및 프런트가 행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 봅니다.
장원삼 선수의 15시즌 HR/9은 1.86으로 넥센의 김영민 선수와 비슷한 수준이고 ERA는 5.79로 4.38의 김영민 선수보다 더 높은 선수입니다. 장원삼 선수가 2군에 내려갔을 시기에 빈자리를 채웠던 선수는 5선발 자원으로 분류되는 롱릴리프 투수들이었죠. 차우찬 선수의 전반기 동안의 HR/9은 1.69로 같은 기간 1.21을 기록한 한현희 선수보다 더 높았습니다.
두 선수의 전반기 출전 기록입니다.
한현희 선수와 차우찬 선수는 각각 우완 사이드암과 좌완 정통파로 다른 유형의 투수처럼 보이지만, 다른 점 보다는 비슷한 점이 더 많은 선수들입니다.
2014년을 우승 경쟁팀의 핵심 불펜투수로 보냈고 정규시즌에서 약 80이닝을 소화한 이후에는 구위 저하로 난타당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리고 15시즌에 선발로 전환되었는데, 빼어난 탈삼진 능력을 갖췄지만 홈런을 자주 맞다보니 잔루율이 낮고 ERA가 높았습니다.
(사진: 넥센 히어로즈)
또 구위가 좋고 스테미너가 좋다보니 이닝 소화력이 뛰어난 편입니다. 잘 던지는 날에는 강한 팀타선의 도움으로 무난히 승리 투수가 되지만, 당일 컨디션이 안 좋고 구속이 안 나오는 날에는 홈런을 많이 맞아서 무너지는 경우도 잦은 선수들이죠.
삼성은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차우찬 선수를 계속 선발로 신뢰하는 선택을 했고, 넥센은 이런 약점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강한 불펜을 유지하기 위해서 한현희 선수를 불펜으로 전환하고 대체 자원인 문성현 선수를 선발로 투입하는 것을 택했습니다.
정말로 두 팀의 상이한 S/R 지수가 드러나는 선택이었죠.
결과적으로는 삼성의 선택이 옳았습니다.
8월부터 9/29까지의 기록입니다. 불펜으로 전환한 한현희 선수는 13~14년과 비슷한 내용으로 불펜투수로서 역할을 잘 해냈지만, 문성현 선수는 전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문성현 선수로 인해 발생한 이닝 공백은 팀의 불펜투수들이 그대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반면 차우찬 선수는 후반기에 더 좋아진 내용을 보여주며 좋은 결과를 냈습니다. 9월에 페이스가 떨어지긴 했지만, 전반기와 비교해서 더욱 발전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후반기에 불펜으로만 등판한 한현희 선수가 선발로서 전반기와 비슷한 기량을 유지하거나, 더 발전한 기량을 보여주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한현희 선수가 후반기에 선발로 기용됐다면 지금의 문성현 선수와 비슷한 내용을 보여주면서 무너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3~4년간 넥센 히어로즈가 꾸준히 좋은 투수 유망주들을 발굴하고, 1군에 데뷔시키는데도 한 시즌을 온전히 치러내는 국내 선발투수가 없는지, 시즌 중반만 되면 선발투수 공백으로 고졸 루키들이 선발로 출전해야 하는지, 시즌 막바지가 되면 개막전 당시의 투수들이 선발진에서 사라지는 원인을 밝혀내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팀보다 한 박자 빠르게, 공격적으로 불펜투수를 투입하는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팀의 주요 투수들을 불펜에 우선 배분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 전략은 경기수가 늘어난 올시즌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입니다. 불펜 투수들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수록 불펜 투수들의 실적과 효율은 나빠지고 있으니까요.
선발 투수진에 생긴 문제를 불펜 투수진으로 해결하려고 할수록,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지름길로 돌아가면서 문제를 회피하려 했습니다만, 이제는 넥센 마운드의 근본적인 문제를 직시해야 할 때가 온 것입니다.
한은석 객원필진(kbr@kbreport.com)
* 객원필진의 칼럼은 프로야구 통계미디어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의 공식적인 입장이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반론을 원하시는 경우 kbr@kbreport.com 으로 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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