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는 많은 포지션이 존재한다. 야수에는 3명의 외야수, 4명의 내야수, 1명의 포수가 존재하며, 타격만을 전문으로 하는 지명타자라는 포지션까지 존재한다. 이외에도 투수 역시 선발부터 승리조, 추격조, 셋업맨, 마무리 등 세밀한 보직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이처럼 많은 포지션과 보직이 존재하는 탓에 모든 포지션을 완벽하게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항상 구단들은 팀의 약점인 포지션을 보강하기 위해 애쓰고, 결국 이 ‘약점’을 얼마나 메워냈느냐가 팀의 한 시즌 농사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 10개 구단의 약점 보강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각 구단의 ‘물음표 포지션’과 시즌 후 결과에 대해 구단별로 살펴보도록 하자.
2013시즌 9번째 구단으로 프로야구 1군에 합류한 NC 다이노스는 순식간에 1군무대에 적응했다. 2013시즌 KIA와 한화를 누르고 리그 7위에 등극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2014시즌에는 리그 3위에 올라 1군 2년차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NC가 1군에 수월하게 적응한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외국인 선발 3인방’의 존재였다. NC는 다른 팀들과는 달리 ‘신생팀 혜택’의 일환으로 다른 팀보다 한 명 더 많은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NC는 2013~2014시즌 ‘외국인 선발 3인방’을 기반으로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신생팀 혜택’은 2014시즌을 마지막으로 끝났다. 2014시즌을 마지막으로 NC는 다른 팀과 같은 외국인 제도 하에 시즌을 치러야 했고, ‘외국인 선발 3인방’ 효과 역시 더 이상 누릴 수 없었다. 2014시즌
해커(상세기록 보기)-찰리-웨버-이재학으로 4인 선발 로테이션을 꾸려왔던 NC에게는 창단 최대의 위기라고 할 만했다. 결국 NC는
웨버를 방출하고 해커-
찰리(상세기록 보기) 2명의 외국인 투수만을 남겨뒀고, 웨버를 대체할 선발 투수는 2015시즌 NC의 가장 큰 숙제로 남았다.
2015시즌의 결과 –손민한의 부활, 이태양의 재발견!
NC는
웨버(상세기록 보기)의 빈 자리를 ‘베테랑’과 ‘젊은 피’로 채웠다. 만 40세의 베테랑
손민한과 만 22세의 젊은 피 이태양의 그 주인공. 손민한은 2008시즌 이후 7년만에 10승을 달성하는 감격을 누렸고, 이태양은 데뷔 후 처음으로 10승을 달성했다.
두 선수의 나이 차는 무려 18살.
손민한(상세기록 보기)이 1997년 롯데에서 데뷔할 당시 이태양은 고작 만 4살의 어린아이였지만, 두 선수는 나름의 공통점을 가지고 NC의 선발진을 이끌었다. 손민한과
이태양(상세기록 보기)의 가장 큰 공통점은 바로 칼날 제구력을 갖췄다는 점이다.
손민한은 9이닝당 고작 1.29볼넷만을 내주는 경이적인 제구력을 바탕으로 프로인생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이태양 역시 제구에 있어 장족의 발전(9이닝당 7.63볼넷->9이닝당 2.62볼넷)을 과시하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이들이 웨버의 공백을 완벽히 채워내면서 NC는 올 시즌 당당히 리그 2위를 차지했다. 아쉽게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18살 터울의 이들이 보여준 정교한 투구는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8살 터울의 손민한과 이태양.
다른 듯 닮은 이들의 활약 덕에 NC는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사진=NC 다이노스]
2) LG 트윈스의 물음표 – 중견수
2002시즌 이후 계속해서 리그 하위권을 맴돌던 LG 트윈스는 2013시즌 리그 2위로 가을야구에 골인하며 11년만에 숙원을 풀었고, 2014시즌에도 극적인 상승세를 타며 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LG의 2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것은 역시 ‘베테랑’들이었다. 이병규(만 40세), 박용택(만36세), 이진영(만 35세), 정성훈(만 35세) 등 LG가 자랑하는 리그 최강의 베테랑 라인업은 평균 나이 만 36.5세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맹활약하며 LG의 도약을 전두지휘했다.
하지만, 이들의 맹활약과 동시에 LG에게는 고민이 생겼다. 이들의 나이가 적지 않은만큼, 이들 이후를 대비해 선수를 키워내야 한다는 걱정은 항상 LG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고민거리. 그 중에서도 특히
박용택(상세기록 보기)에 대한 걱정이 상당했다.
2014시즌을 앞두고 ‘슈퍼 소닉’ 이대형이 KIA로 이적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견수 자리는 박용택이 맡게 되었지만, 박용택의 나이를 감안하면 가장 넓은 범위를 커버해야하는 중견수 포지션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용택을 대신할 만한 마땅한 선수가 보이지 않았다.
스나이더(상세기록 보기)는 2014시즌 종료 후 넥센으로 둥지를 옮겼고, 임재철은 롯데로 이적했다. 또한
이병규(상세기록 보기)와 이진영은 중견수보다는 코너 외야수가 보다 적합한 선수들로, 풀타임 중견수로 기용하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2015시즌의 결과 – 해답은 트레이드! 임훈 카드로 해결!
LG는 중견수 고민 해결을 위해 2015시즌 시작 전부터 많은 공을 들였다. 주로 내야수로 뛰어왔던 김용의와 문선재에게 중견수 수비 훈련을 시키며 박용택의 체력 안배와 중견수 세대교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포지션 전환’ 카드는 그다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수비력에서는 큰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타격 능력에서 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김용의는 .251/.347/.292, 문선재는 .222/.308/.362의 저조한 슬래시라인을 기록했고, 시즌 WAR은 각각 -0.46, -0.53에 불과했다.
중견수 문제의 팀 내 해결이 여의치 않자, LG는 결국 ‘외부 수혈’을 택했다.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24일, LG는 SK에게 정의윤, 신재웅, 신동훈을 내주고 임훈, 진해수, 여건욱을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박병호 급’의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정의윤(상세기록 보기)을 내줄 정도로 LG에게 중견수 확보는 다급한 일이었다.
그리고, LG의 ‘도박’은 성공했다. SK에서 부진에 시달리던
임훈(상세기록 보기)은 LG로 둥지를 옮긴 직후부터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LG는 리드오프/중견수 고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 트레이드 이전까지 0.217에 불과하던 타율은 트레이드 이후 3할로 올라갔으며,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던 WAR은 0.77까지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임훈이 리드오프와 중견수를 맡아주면서
박용택(상세기록 보기)의 성적 상승 효과까지 나타났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리드오프와 중견수를 병행하며 다소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었던 박용택은 임훈 합류 이후 체력 부담을 덜어내고 연일 매서운 방망이를 휘둘렀다.
여기에 시즌 막판에는 신인
안익훈(상세기록 보기)까지 중견수 자리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정체되어 있던 LG 외야에 새 바람을 일으킨 상황. 비록 여러가지 악재와 판단착오로 2015시즌은 9위로 마감했지만, 2016시즌의 LG는 분명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올 듯하다.
LG 팬들이 정의윤의 활약에도 침착할 수 있는 이유.
그리고 LG-SK의 트레이드가 ‘윈윈 트레이드’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
바로 '중견수' 임훈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진=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