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는 많은 포지션이 존재한다. 야수에는 3명의 외야수, 4명의 내야수, 1명의 포수가 존재하며, 타격만을 전문으로 하는 지명타자라는 포지션까지 존재한다. 이외에도 투수 역시 선발부터 승리조, 추격조, 셋업맨, 마무리 등 세밀한 보직으로 나뉘어 있다.
1) 한화 이글스의 물음표 – 포수
지난 수 시즌간 한화는 팀의 ‘물음표’를 하나씩 하나씩 지워왔다. 2012시즌 김태균이 돌아오며 4번타자 고민을 덜었고, 2014시즌을 앞두고는 이용규와 정근우를 영입하며 센터라인과 톱타자 고민을 동시에 해결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는 권혁, 배영수, 송은범을 영입하며 마운드 보강에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하지만, 포수 포지션의 고민은 여전했다. 2015시즌 만으로 마흔이 되는 조인성은 나이가 문제였고, 2014시즌 좋은 모습을 보인 정범모는 여전히 불확실한 부분이 많았다. 또한, 한승택, 김민수 등 ‘될성부른 씨앗’으로 주목받았던 유망주 포수들은 각각 2013, 2014시즌 FA 보상선수로 팀을 떠났다.
‘물음표’를 지워내기는커녕, 점점 ‘물음표’가 커져가고 있는 상황. 불확실한 선발진, 얇은 불펜진 등도 문제였지만, 역시 한화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신경현의 뒤를 이을 주전 안방마님 발굴이었다.
2015시즌의 결과 – 불혹 조인성의 외로운 분전
2015시즌을 앞둔 한화의 안방 구상은 조인성-정범모 체제였다. 정범모가 조인성의 경험을 보고 배우며 당당한 주전 포수감으로 자라준다면 한화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실제 2014시즌 ‘조인성 효과’를 톡톡히 본 바 있기에, 올 시즌을 기점으로 정범모가 주전급 선수로 거듭날 가능성도 충분해 보였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 기대는 산산이 부서져버렸다. 조인성이 시범경기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생겼고, 정범모는 시즌 초반부터 부진을 거듭했다. 특히 정범모의 부진은 놀라울 정도였다. 정범모는 3~4월 24경기에 출장해 .138/.233/.169라는 최악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하며 처참한 시즌을 예고했다. 4월 21일 LG전에서 놀라운 본헤드 플레이를 저지르는 등 수비 집중력 역시 엉망이었다.
조인성이 부상을 당하고 정범모가 부진에 빠지자, 한화는 시즌 초반부터 과감히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화는 4월 8일 넥센에 양훈을 넘겨주고 허도환과 이성열을 받아오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한때 선발 투수로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줬던 양훈을 보낼 정도로, 한화에게 포수 부재는 시급한 문제였다.
하지만 허도환 역시 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투수 리드와 블로킹 등은 안정적이었지만, 여전히 저조한 타격 능력과 도루 저지능력이 말썽이었다. 김성근 감독은 “허도환이 경기에 출전해주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트레이드다”라고 말했지만, 허도환의 객관적인 기록은 ‘최악’에 가까웠다.
결국, 한화 포수 마스크의 무게는 불혹의 조인성이 홀로 감당해야만 했다. 정범모와 허도환이 1할대 타율, 1할대 도루저지율로 마이너스 WAR을 기록하는 동안, 조인성은 불혹의 나이에 외로이 한화의 안방을 지켰다. 올 시즌 조인성은 11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여전한 장타력을 보여줬고,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저지(34)를 기록하며 여전한 강견을 과시했다.
하지만 불혹의 조인성이 포수로 700이닝 이상을 소화해야만 했다는 점은 한화에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결과이자, 한화 포수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부분. 결국 한화는 이번에도 ‘주전 포수 발굴’이라는 숙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1975년생 신경현의 뒤를 잇는 1975년생 조인성?
[사진=한화 이글스]
2) kt 위즈의 물음표 – 마무리 투수
kt는 1군 데뷔인 2015시즌을 앞두고 전력 보강에 온 힘을 쏟았다. 신생팀인만큼 부족한 포지션이 상당했고, 스토브리그 내내 약점으로 지적되는 포지션들을 보강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그 결과, kt는 많은 포지션의 약점을 메울 수 있었다. FA로 유격수 박기혁과 2루수 박경수를 영입했고, 특별지명을 통해 포수 용덕한과 중견수 이대형까지 영입하며 순식간에 센터라인 전체를 보강하는데 성공했다. 야수진의 뼈대를 이루는 센터라인에 준척급 베테랑들이 들어서게 되면서, kt의 전력은 한층 단단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마운드의 문제는 심각했다. 옥스프링-어윈-시스코의 외인 3인방을 영입한 선발진은 그렇다 치더라도, 뒷문을 지켜줄 ‘수호신’의 부재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당초 마무리 후보였던 신인 홍성무는 팔꿈치 수술로 재활에 들어갔고, FA로 김사율을 영입했지만 믿음직한 마무리로 보기는 어려웠다.
2012시즌 무려 34세이브를 거뒀던 김사율은 이후 2시즌간 계속해서 성적이 추락해왔다. 마무리 자리를 잃은 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방황했고, 특히 피안타율과 피홈런 빈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최근 2시즌간의 급격한 구위 저하는 그의 노쇠화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2015시즌의 결과 – ‘갑툭튀’ 장시환&조무근!
불안해보였던 ‘김사율 마무리’ 카드는 시즌 초반부터 무너졌다. 시범경기부터 불안함을 노출한 김사율은 첫 5경기에서 5 ⅓이닝을 소화하며 ERA 13.50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피안타율은 무려 0.440에 달했으며, 피장타율은 0.840이라는 경이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결국 김사율은 시즌이 시작된지 한 달이 되기도 전인 4월 1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후 kt의 선택은 바로 장시환이었다. 장시환은 특별 지명으로 넥센에서 이적한 선수. 150km/h를 넘나드는 구속을 보유하고도 제구력이 좋지 못해 ‘공만 빠른 투수’라는 평을 들었지만, 조범현 감독은 그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시즌 초반 장시환이 흔들릴 때에도 ‘잘 던졌다’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그의 기를 살려줬다.
그리고, 장시환은 그 믿음에 100% 보답했다. 장시환은 팀의 특성상 경기당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도 경쟁력 있는 성적을 유지했다. 장시환은 자신이 등판한 47경기 중 무려 18경기에서 2이닝 이상을 던졌다. 5월 6일 3 ⅔이닝 세이브를 거둔 뒤, 바로 다음 날 2 ⅔이닝 구원승을 챙기는 놀라운 피칭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무려 74 ⅔이닝을 던지며 피홈런이 단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굉장히 놀라운 대목. 장시환은 그야말로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들을 찍어눌렀다.
장시환이 9월 9일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을 마감한 뒤에도 kt의 뒷문은 여전히 견고했다. 6라운더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엄청난 피칭을 이어가던 조무근은, 장시환을 대신해 마무리를 맡아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괴물 같은 탈삼진 능력을 앞세워 타자들을 윽박질렀고, 1점대 ERA를 유지하며 신인왕 경쟁에도 합류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흔한 투수’에서 리그 최정상급 클로저로 도약한 장시환과 조무근. 이들의 ‘갑툭튀’ 덕에 kt는 창단 첫 해 최다승 타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장시환과 조무근이 써내려간 ‘신데렐라 스토리’.
야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사진=kt 위즈]
계민호 기자( kbr@kbreport.com )
프로야구 통계미디어 KBReport (케이비리포트) 다른 기사 보기
<저작권자 ⓒ 프로야구 통계미디어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