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난 니가 무서워', 각 구단별 천적 투수는 누구? (상)
2016-03-08 화,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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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아 오늘 또 OOO 나와? 오늘 졌네!”
야구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푸념이다. 야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선발 투수의 당일 컨디션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급 투수들의 경우 대부분 팀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보이지만 그중에서도 특정 구단에는 유독 더 강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구단마다 팀컬러가 상이하기에 에이스급이 아닌 의외의 선수에게 약점을 잡히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렇다면 KBO 리그에서는 각 구단들이 어떤 투수들에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이하 순서 및 기록은 2015시즌 최종 순위와 기록을 기준으로 합니다. 삼성의 천적으로 잘 알려진 두산 니퍼트 선수는 지난 시즌 잦은 부상으로 선정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1. 두산 vs 브룩스 레일리(롯데)
지난 시즌 그는 유독 두산만 만나면 강력한 구위를 선보였다. 3경기 등판 3승 무패. 평균 자책점은 0.39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승리를 거둔 3경기 모두 QS+를 기록하며 매경기 의미있는 승리를 챙겼다.
지난해 두산이 좌완투수에게 특별히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좌완 상대 팀 타율이 0.278로 4위였으며, OPS(출루율+장타율)가 0.774로 전체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레일리는 두산 타선을 상대로 140KM 중반대의 속구와 각이 큰 커브,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다.
거기에 더해 레일리의 투구 동작은 일정 부분 디셉션 효과가 있기 때문에 두산의 왼손 타자들이 타이밍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좌타자임에도 레일리를 상대로 강점을 보였던 김현수(9타수 4안타)가 빠진 두산이 천적 레일리를 어떻게 상대할지 지켜보도록 하자.
2. 삼성 vs 김광현(SK)
KBO 리그 최초로 정규리그 5연패를 달성한 삼성. 2014시즌까지만 해도 삼성만 만나면 펄펄 날았던 선수는 바로 두산의 더스틴 니퍼트였다. 하지만 2015시즌 부상으로 공백이 많았던 니퍼트를 대신해 그 자리를 꿰찬 투수가 있었으니 바로 SK의
김광현(상세기록보기)이다.
김광현은 지난 시즌 삼성전에 5경기 등판해서 3승 무패 평균 자책점 1.51라는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삼성전 마지막 등판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7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전 경기 모두 QS를 기록했다. 9월 4일 경기에서는 1회에만 세 타자(박한이, 박해민, 나바로)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개인 통산 1,000탈삼진이라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김광현은 150km에 육박하는 속구를 바탕으로 본인의 주 무기인 슬라이더와 타이밍을 뺏는 커브를 결정구로 활용했다. 테이블세터인 박한이는 지난 시즌 김광현을 상대로 9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신인왕 구자욱(14타수 2안타, 0.143), 라이온킹 이승엽(14타수 2안타, 0.143) 역시 빈타에 그쳤다.
지난 시즌 빈 글러브 태그로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김광현과 삼성. 이번 시즌에는 어떤 대결을 펼칠지 기대해 보자.
3. NC vs 헨리 소사(LG)
1군 진입 3년 차지만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신흥 강호 NC 다이노스. 하지만 지난 시즌 NC는 LG만 만나면 유독 작아졌다. (시즌 전적 5승 1무 10패)
이 중심에는 LG의 두 외국인 투수 루카스 하렐과 헨리 소사가 있다. 루카스는 NC를 상대로 3경기 17이닝 1승 ERA: 0.53 WHIP:1.59를 기록했다.
하지만 LG 에이스
소사(상세기록보기)의 기록은 더 뛰어났다. NC 상대 마지막 경기에서 3이닝 6실점 패배를 당해 평균자책점(3.73)은 많이 올라갔지만, 피안타율 0.234, 삼진/볼넷 비율이 9에 가깝다. 구위는 좋지만 간혹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던 소사로서는 뜻깊은 기록이다. 마지막 경기의 6자책에는 아쉬운 팀 수비의 영향도 일부분 있었다.
소사는 지난 시즌 힘겨웠던 LG 선발진의 기둥이었다. FIP(수비무관자책점)기반 WAR 순위에서도 투수 전체 1위(2위: 벤 헤켄 6.35)를 기록했다. (7.18) 하지만 이에 비해 승운은 따르지 않았다. LG와의 재계약에 성공하며 이번 시즌도 LG와 함께하는 소사가 한층 더 강력해진 공룡타선을 어떻게 상대할지 지켜보자.
4. 넥센 vs 에릭 해커(NC)
KBO 리그 3년차
에릭 해커(상세기록보기)가 NC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첫 두자릿 수 승수 달성(13년: 4승, 14년 8승)에 그치지 않고 리그 다승왕(19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해커는 SK를 제외한 모든 구단에 승리를 거뒀다. 특히 넥센, KIA, kt에게는 3승씩 거두며 압도적인 위력을 과시했다.
그 중 백미는 리그 최강 타선을 보유한 넥센을 상대로 19이닝 동안 피안타율 0.154, 피장타율은 0.250을 기록한 것이다. 피홈런도 8월 2일 경기에서 김민성에게 허용한 1점 홈런 한 개 뿐이었다. 해커는 넥센전에선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고,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은 0.79에 불과하다.
7이닝 1실점 9탈삼진을 기록한 바 있는 8월 2일 넥센전에서는 경기 초반 각이 큰 파워 커브를 주로 구사하며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고, 경기 후반에는 최고구속 146km의 속구를 던지며 타자들의 노림수를 무력화시켰다.
해커는 넥센 타선의 핵심인 박병호에게만 삼진 3개를 연속해서 뽑아낼 정도로 넥센 타선을 농락했다. 올시즌 넥센은 중심타자(박병호, 유한준)의 이탈로 인해 장타위주의 팀컬러 대신 컨택과 주루에 집중하는 공격 패턴을 준비하고 있다. 새롭게 변모한 넥센 타선과 해커의 2016년 맞대결은 어떤 결과가 나올까?
5. SK vs 장원준 (두산)
2014년 겨울 FA 대박(4년 총액 84억)을 터트리며 두산 베어스의 유니폼을 입은 장원준. 정규 시즌에서 좌완 듀오 유희관과 함께 30승을 이끌었고, 포스트 시즌에선 돌아온 니퍼트와 짝을 이뤄 맹활약을 펼치며 두산의 4번째 우승을 일궈냈다.
그는 지난 시즌 12승 가운데 4승을 SK 와이번스에 거둔바 있는데. 롯데 소속이던 2014시즌까지 포함하면 SK를 상대로 현재 9연승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1일 경기를 제외하고 4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으며, 승리까지 챙겼다.
특히 7월 22일 SK전에서는 6이닝 무실점 3탈삼진을 기록하며 리그 통산 8번째로 6년 연속 10승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한때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에게는 어떤 기록보다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장원준(상세기록보기)은 좌타자를 상대로는 커브와 슬라이더, 그리고 우타자를 상대로는 바깥쪽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SK 타자 공략에 성공했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위해 지난 겨울을 착실히 준비했다는 장원준. 성공적인 FA 영입 사례로 꼽히는그가 2016시즌에도 비룡 킬러의 면모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사진 제공: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NC 다이노스)
윤성원 객원필진/케이비리포트 편집팀 감수(kbr@kb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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