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T 리포트
'칠전팔기' 한화가 풀어야할 숙제는?
2015-01-22 목,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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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Report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는 ‘칠전팔기’는 2015년 한화 이글스(이하 한화)의 키워드이다. 2007시즌을 마지막으로 한화는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었고 올해는 한화가 가을야구에 도전하는 여덟 번째 시즌이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한화는 지난 시즌에 이어 큰 손으로 활약했다. 배영수와 권혁, 송은범을 영입하기 위해서 87.5억 원을 투자했고 보상금액과 보상선수까지 합치면 그 투자액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한화가 영입한 FA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했던 투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즉 한화는 팀 재건의 우선 순위를 타선이 아닌 마운드에 둔 것이다. 그렇다면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올바른 자기 인식을 한 것일까?
2015년, 독수리는 다시금 창공을 질주할 수 있을 것인가? (사진출처: 한화 이글스 공식 페이스북)
기대승수는 믿을만한 통계인가
야구통계의 대명사격인 빌 제임스는 팀 득점과 팀 실점이 실제 팀이 기록한 승수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밝혀낸 바 있다. 그리고 팀 득점과 팀 실점을 기반으로 기대승수를 계산했다. 빌 제임스의 기대승수와 팀이 실제로 기록한 승수의 오차는 대부분 크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충분히 검증된 이 이론이 한국프로야구에서도 연관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2015시즌 이후 한국프로야구는 5위까지 가을야구의 자격을 주기로 결정했다. 빌 제임스의 계산법을 기초로 한 5년간 KBO 5위의 기대승수는 다음과 같다.
최근 5년간 5위팀의 기대승수와 실제승수
2014 SK : 60.9승(기대승수) - 61승(실제승수)
2013 롯데 : 62.3승(기대승수) - 66승(실제승수)
2012 KIA : 62.2승(기대승수) - 62승(실제승수)
2011 두산 : 64.9승(기대승수) - 61승(실제승수)
2010 KIA : 63.3승(기대승수) - 56승(실제승수)
2010~2014 5위팀 평균 : 62.7승(기대승수) - 61.2승(실제승수)
2010년부터 2014년간 한국프로야구 5위팀의 평균 기대승수와 평균 실제승수의 차이는 단 1.5승이었다. 빌 제임스의 계산법으로 도출한 기대승수와 팀이 기록한 실제승수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팀득점과 팀실점을 통해 팀의 전력을 예측하는 것이 실제 타당성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최근 5년간 5위팀의 팀 득점과 팀 실점
2014 SK : 735(득점) - 760(실점)
2013 롯데 : 556(득점) - 553(실점)
2012 KIA : 553(득점) - 564(실점)
2011 두산 : 614(득점) - 619(실점)
2010 KIA : 611(득점) - 641(실점)
2010~2014 평균 613(득점) - 627(실점)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최근 5년간 KBO 5위가 기록한 평균 득실점은 613-627이었다. 그리고 `14시즌 한화가 기록한 득실점은 619-889였다. 유례없는 투고타저의 영향이긴 하지만 한화의 팀 득점은 KBO 5위의 평균을 상회하는 기록을 보였다. 한화의 팀타율과 팀출루율, 팀장타율은 각각 0.283(7위), 0.359(7위), 0.415(8위)로 그래도 팀의 최종 순위표(9위) 보다는 높았다.
문제는 한화의 마운드였다. `14시즌 한화의 팀실점은 KBO 5위 평균보다 262점 많았다. 팀 타선이 뽑아준 득점 이상을 상대팀에 헌납하기 일쑤였다. 팀실점을 줄이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투수가 압도적인 투구로 상대팀 타선을 막는 것. 둘째, 팀이 탄탄한 수비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5강을 노리는 한화 입장에서 팀실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 FA를 통해 영입한 투수 3인방이 한화의 팀실점을 줄여하는 과제에 해답지가 되어줘야 한다.
새로운 한화맨 대전 마운드를 높여줄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영입된 배영수와 권혁, 송은범은 `15시즌 한화 마운드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정확한 보직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배영수와 송은범은 3-5선발의 역할이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혁의 경우 마무리 및 셋업맨 보직이 유력해 보인다.
최근 5년간 소화한 평균 이닝과 내준 실점
배영수 – 68.4점(134이닝)
권혁 – 15.2점(48이닝)
송은범 – 42.8점(86이닝)
배영수는 최근 5년간 134이닝을 소화하면서 68.4점을 실점했다. 작년 한화의 송창현과 타투스코는 144이닝을 합작하면서 109점을 실점했다. 지난 5년 동안의 배영수는 이 두 선수를 대체하고도 남는 투구를 보여줬다. 산술적으로 30점이 넘는 실점을 줄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배영수가 최근 5년간 기록했던 평균의 수치만 기록해 주어도 이미 한화에서는 중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불펜의 핵심이 되어주어야 할 권혁 또한 마찬가지이다. 권혁은 최근 5년간 평균 48이닝을 책임지며 15.2점을 타 팀에 내주었다. 권혁은 박정진과 비교가 가능한 선수이다. 박정진은 `14시즌 한화에서 49.1이닝을 던지며 33실점을 했다. 권혁이 작년 박정진의 역할을 했다면 한화의 팀실점이 15점 감소된다. (물론 한화 야수진의 수비력을 감안할 때 두 투수의 성적이 지난 5년간의 평균에 못미칠 가능성 역시 크다)
이번에 영입한 선수들 중 가장 예측이 어려운 선수는 역시 송은범이다. 송은범은 최근 5년간 선발로 풀타임을 활약한 적이 없다(물론 SK시절 불펜에서 만능 역할을 담당했다). 또한 KIA로 이적한 이후에는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잃은 듯 보였다. 최근에 풀타임으로 선발로 활약한 시즌은 `09시즌이다. `14시즌과 버금가는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09시즌에 송은범은 149.1이닝 소화하며 52실점했다. `14시즌 앨버스(151.1이닝 99실점)와 비교할 수 있는 이닝을 소화했고 앨버스 보다 40점 정도 실점을 덜했다. 그러나 송은범과 앨버스의 기록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번 한화의 투수 3인방 중 송은범은 아직까지는 의문부호 투성이이다.
쉽지 않은 5강 그러나 도박해 볼만한 도전
`15시즌을 앞두고 한화 선수를 비롯한 김성근 감독은 우승을 위해 도전하겠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인 도전은 5강으로 보인다. 긍정적으로 예측해본다면 배영수와 권혁, 송은범의 영입으로 팀 실점을 80점 정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수치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100점 정도의 실점을 더 줄여야 5강 싸움에 도전해 볼 수 있다. 100점의 실점을 줄이기 쉽지 않다면 득점을 100점 넘게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한화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화두를 투수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재림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야신은 또 한번의 기적을 일궈낼 것인가? (사진출처: 한화 이글스 공식 페이스북)
한화의 FA 투수 3인방 영입은 그간의 약점을 메울 수 있는 한화의 합리적 선택 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 영입이 한화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필요조건은 되겠지만 충분 조건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한화의 젊은 투수인 이태양, 송창현, 유창식 등이 한층 발전된 기량을 보여 줘야 한다. 결국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그렇다면 투수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법을 무엇일까. 마운드에서 타자를 이기는 경험을 많이 느끼는 것이다. 마운드에서 투수는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다. 8명의 야수들이 투수를 돕는다. 젊은 투수를 키우기 위해서는 수비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올해의 한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앞서 설명한 3명의 선수들의 영입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큰 움직임은 한화의 김성근 감독 영입이다. 그간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팀은 수비 안정화에 성공했었다. 결국 한화의 팀실점 감소에는 ‘김성근표 펑고’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기록으로 본다면 여전히 한화는 5강에서 멀어 보인다. 그러나 주사위는 던져졌다. '과연 김성근' 일지, 야신도 어찌할 수 없는 한화일지는 앞으로 6개월이면 판가름 날 것이다.
박진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