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두해두고, 틀려요" 품격 잃어가는 프로야구 TV중계
정규 시즌 중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펼쳐지는 5경기가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생중계된다. 케이블TV 예능 프로그램 이상의 시청률을 보장하는 프로야구 중계는 방송국의 인기 콘텐츠다.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야구장을 쉽게 찾지 못하는 팬들에게도 프로야구 생중계는 소중하다. 현장의 떠들썩한 응원보다는 플레이를 차분히 음미하기를 선호하는 팬들 역시 TV 생중계를 즐긴다.
그동안 프로야구 TV 생중계는 야구를 처음 접하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 '골수 야구팬화'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잠실야구장 ⓒ LG 트윈스
캐스터, 상황 전달 충실해야
하지만 최근의 프로야구 중계가 부쩍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방송을 주도하는 캐스터의 경우 가장 기본적인 상황 설명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부 캐스터들은 경기 중 선수 교체 및 포지션 변화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 벤치에 앉아있던 선수가 경기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듯한 혼란을 유발한다.
복수의 주자들이 움직일 때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의 움직임에만 집중해 후속 주자가 어느 베이스까지 진출했는지 언급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화면을 통해서도 이 같은 변화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기록에 큰 관심이 없는 캐스터도 보인다. 타자의 출루가 실책으로 기록됐는지, 안타로 기록됐는지 명확히 전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타자 주자가 안타를 치고 3루까지 갔는데 3루타 또는 2루타 이후의 추가진루인지 구분해 설명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홈런을 비롯한 극적인 순간 폭발적인 성량을 과시하는 소위 '샤우팅'만이 캐스터의 의무는 아니다.
극적인 끝내기의 순간 ⓒ KIA 타이거즈
해설 위원, 방송에 부합되는 자질 갖춰야
캐스터와 짝을 이루는 해설 위원의 역할도 중요하다. 하지만 방송을 위한 기본적인 훈련이 부족한 경우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억양이 심한 사투리야 해설자의 개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기본적인 단어조차 틀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어와 서술어, 그리고 목적어 등 호응이 어긋나는 문장이 반복될 경우 시청자들은 어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보여지다', '염두하다' 등 비표준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잦다. '보이다', '염두에 두다'가 옳다. '보여지다'는 30년 이상 방송에 종사한 야구 해설 위원은 물론 전문 방송인으로 양성된 캐스터들조차 자주 입에 올리는 비표준어다. 이와 함께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 못하는 이들도 있다.
선수 시절 친소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해 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해설 위원도 있고, 캐스터와 만담으로 일관하는 해설 위원도 있다. '토크쇼'는 자제해야 바람직하다.
일부 방송에서는 자사에 소속된 해설 위원의 '스타 만들기'에 열중한다. 현역 시절의 영상 및 신문 자료를 삽입해 그들이 과거 얼마나 위대한 선수였는지 부각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한 부분은 현재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플레이다. 해설 위원 중심의 회고적 방송은 따로 특집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도 된다.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 ⓒ 롯데 자이언츠
눈살 찌푸리게 하는 여성 관중에 대한 과도한 집착
공수 교대 시 사채 광고도 모자라 경기 도중 쉴 새 없이 삽입되는 간접 광고와 가상 광고는 중계의 질을 저하시킨다. 간접 광고와 가상 광고의 삽입으로 인해 방금 전 타자를 아웃시킨 투수의 결정구가 무엇인지 리플레이를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대로 경기 상황과 무관한 화면 삽입이 지나치게 잦다. 전날 혹은 이전 경기의 명장면을 다시 보여주느라 정작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의문사'하는 경우도 있다.
실책한 선수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쫓아다니는 카메라도 불편하다.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서 일부만 사용하는 은어를 비롯해 자극적 문구의 자막을 경기 도중 또는 공수 교대 시 삽입해 팀 혹은 선수, 감독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방송사도 있다.
미모가 돋보이거나 노출이 심한 젊은 여성 관중을 집요하게 포착하는 카메라는 가족 단위 TV 시청자들을 민망하게 만든다. 관중의 일거수일투족 집착은 방송을 전반적으로 산만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한국 사회의 비뚤어진 외모지상주의가 프로야구 중계에 반영되는 듯한 씁쓸함을 남긴다.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도입한 4D 리플레이 화면은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지만 효용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타자의 타격 장면을 잡는다고 하지만 정작 타자의 방망이에 공이 맞는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그 이전 혹은 이후 장면 포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은 자신들의 신기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자화자찬에 나선다.
스포츠 전문 채널의 프로야구 생중계는 시청률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자극의 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프로야구가 영원불멸의 최고 인기 스포츠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각 구단과 KBO가 사력을 다해 좋은 경기를 만들어내도 중계방송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인기는 시들해질 수 있다. 프로야구 TV 생중계에도 품격이 필요하다.
[출처: 프로야구 통계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